• 문명고 교과서 사태와 리박스쿨을 통해 본 역사 교육과 청산의 과제
  • 입력날짜 2025-07-22 15: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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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68혁명이 필요하다!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있는 역사 교과서를 일반고 중 유일하게 채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의 역사 교육이 얼마나 왜곡에 취약하고, 검증되지 않은 시선에 무방비 상태였는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해당 교과서는 지난 7월 14일 교육부로부터 검정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그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무려 5개월 동안 학생들은 왜곡된 교과서로 수업을 받아야 했고, 교사들 역시 교육권을 침해당했다.
늦었지만 이 결정을 환영하며, 교육부는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지난 5월 말 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의 실체를 폭로했다. 리박스쿨은 단순한 사설 교육 단체가 아니었다. 극우 정치 세력과 조직적으로 연결되어, 교실을 여론전의 전장으로 삼아온 구조적 네트워크였다. ‘자유 연대’, ‘국민노조’, 댓글부대 ‘자손군’, 친정부 성향 유튜버 등으로 이어지는 이 조직은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진했던 세력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7월 10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리박스쿨 대표 손효숙 씨는 “백골단이 뭐가 문제가 있었나요?”, 전두환의 5.18 학살에 대해서는 “저희 애국 현장에서는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라고 발언해 질의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애국’이라는 말을 앞세워 역사를 왜곡하고, 그것을 진실로 믿고 있는 듯한 태도는 소름을 자아냈다.
이것은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역사 전복 시도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
결국 한국 사회는 여전히 ‘근현대사’, 특히 독재와 친일에 대한 평가와 정리 작업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공과(功過)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지금까지도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고, ‘성장 신화’나 ‘안보 논리’에 가려진 국가 폭력과 민주주의 유린의 역사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다.

그 결과,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시선이 ‘찬양’의 언어로 교실에 들어오고, 학생들의 학습권은 어른들의 침묵 속에서 무너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시선이 학생들이 충분히 배우지 못한 역사 교육의 공백을 타고 교실로 흘러 들어온다는 점이다.

역사 과목은 국어·영어·수학에 비해 진로와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덜 미치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중요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게 취급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습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으며, 교사들 또한 깊이 있는 수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결국 검증되지 않은 누군가의 왜곡된 시선과 정치적 해석이다. 교육이 감당하지 못한 자리, 그 틈을 극단적 서사와 이념이 대신 채우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본격적인 역사 청산의 출발선에 서야 한다.

독일은 어떻게 했는가?
독일 역시 처음부터 철저한 과거 청산을 한 것은 아니었다.
히틀러 정권이 무너진 직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이 있었지만, 곧 냉전이 시작되면서 '반공이 우선'이라는 명분 아래 많은 나치 부역자가 다시 공직과 사회로 복귀했다.

그러나 1968년, 독일 청년 세대는 거리로 나섰다. “왜 침묵했는가?”라는 질문을 부모 세대에게 던진 68혁명은 독일 사회를 뒤흔들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역사 청산이 시작되었다.
수십 년에 걸쳐 독일은 나치 부역자에 대한 조사와 기록, 유대인 학살 추모, 역사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기억의 기준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독일에도 극우 세력은 존재하며, 정치·사회적으로 일정한 영향력을 보인다. 그러나 독일 사회는 이를 절대 방관하지 않는다. 극우의 존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며, 이는 독일 사회의 오랜 교훈이기도 하다.

독일은 히틀러 정권에 대해 명확하고도 단호한 역사적 기준을 세워왔다. 오늘날 히틀러를 두고 ‘공과가 있다’고 말하는 이는 정치권은 물론, 일상 사회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는 단지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교육과 제도화된 기억, 그리고 반복된 사회적 성찰이 만들어낸 기준이다.

우리의 숙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방 이후 친일 청산은 실패했고, 군사독재 청산도 중단된 채, 과거는 오늘의 권력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 그 결과, 교실로 들어온 교과서조차 가해자의 시선으로 서술되고, 학생들의 역사의식은 조작되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부끄러운 유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는 없다.
역사 교육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세우고 단단히 다지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과거를 제대로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
진짜 민주주의는 그렇게 시작된다.

정다은 소나무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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