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구 쪽방 67개 동 531개의 방, 총 376명 거주
  • 입력날짜 2025-08-19 08:15:22
    • 기사보내기 
[지역 언론 기후 위기 보도 기획취재-4(쪽방촌은 지금)] 영등포 쪽방촌 25가구, 임시 이주시설로 이주 마쳐
▲영등포역 고가 하부에 조성된 임시 이주시설 3개 동 총 96호 (왼쪽) Ⓒ영등포시대
▲영등포역 고가 하부에 조성된 임시 이주시설 3개 동 총 96호 (왼쪽) Ⓒ영등포시대
영등포시대 2025년 7월 9일과 11일, 영등포구 쪽방촌 두 개 골목 기온을 각각 측정해 비교한 결과 서울의 평균기온, 영등포구의 평균기온보다 높은 것을 확인했다.

또 쪽방촌 내에서도 쿨링포그가 설치되어 있는 96길(지표면 51.3도) 기온과 설치되지 않은 100길 기온(지표면 52.33도), 96길의 지상 온도 (37.8도), 100길 지상 온도(46.0도)의 차이를 확인하며 폭염 대책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했다.

영등포시대는 이를 통해 녹지가 거의 없는 쪽방촌에 쿨링포그 설치 하나만으로도 골목 기온은 낮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데 이어 쪽방촌 관리, 이주 계획, 이주 진행 현황 등을 집중적으로 취재해 관련 인터뷰와 함께 보도한다.

서울시는 쪽방 주민들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선(先)이주 순환방식을 도입해 정비 공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쪽방 주민을 임시 이주시설로 옮긴 뒤 주거지 정비가 완료되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시킬 예정이다.

서울시는 순환방식을 통한 쪽방촌 이주를 위해 영등포역 고가 하부에 임시 이주시설 3개 동 총 96호(4평 내외)를 완공하고 7월부터 쪽방 주민 이주를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2025년 통합 공공임대주택을 선착공해 2029년까지 통합 공공임대주택을 준공할 계획이다. 전체 782호 주택 물량 중 370호가 쪽방 주민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7월부터 쪽방 주민 이주를 시작한 가운에 이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임시이주시설 맞은편에 걸려있다. Ⓒ영등포시대
▲7월부터 쪽방 주민 이주를 시작한 가운에 이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임시이주시설 맞은편에 걸려있다. Ⓒ영등포시대
 
임시 이주시설 앞에 “죽어도 교도소 같은 방! 죽어도 입주 못한다”, “설명회도! 공청회도 없이 입주가 웬말이냐!”, “대충 대강 만들어 놓고 너희들이나 입주해 살어라”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가운데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영등포 고가 하부에 조성된 쪽방촌 이주시설에는 7월 24일 현재 1차 이주 대상자인 96길 19명(1인 가구) 중 15명이 이주를 완료했다.

2명은 주택 소유자로 밝혀져 제외됐다. 또 2명은 보상에 이의를 제기해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김형옥 쪽방촌 관리소장은 “2명에 대해서도 냉난방이 잘 되어 있는 임시 거주지로 이주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인순 영등포구의회 의원은 7월 17일, “이주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이주율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관계자에게 올여름, 쪽방촌 임시 이주자들이 더위로 인한 불편이 없도록 현장에서 살펴달라고 당부했다”라고 말했다.

김형옥 쪽방촌 관리소장은 8월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등포 고가 하부에 조성된 쪽방촌 이주시설 입주는 7월부터 시작해 2차에 거쳐 총 25가구가 이주를 마쳤다”라며 “3차는 8월 28일 입주 계약을 체결한 뒤 9월 초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형옥 소장은 “보상 협의가 지체되어 이주가 늦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새로 조성된 임시 이주시설은 창문형 에어컨 설치와 전기 온수난방으로 설비되어 있으며 기존의 쪽방과 비교하면 2배가 넓어 주거환경은 훨씬 개선됐다.

새롭게 입주하는 이주시설은 주방과 화장실, 샤워실, 식당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다만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입주가 진행되는 현재까지는 제한하지 않고 있다.

7월 19일 만난 남성 거주 이주자(이름 나이 공개 거부)는 공동시설 이용 시간제한과 내부의 엄격한 생활 규칙에 관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냉난방 시설 이용에 대한 생활비 부담을 걱정했다.

또 다른 쪽방촌 거주자는 SH로부터 쪽방촌 위탁을 받은 관리업체에 대해 “청소, 보안, 쪽방촌 주민의 안전에 대해 소홀히 하는 느낌이 든다”라며 위탁업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쪽방촌 거주지 이주는 불가피하게 선순환 방식으로 진행되며, 오랜 시일이 필요해 쪽방촌 거주자의 불편함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권(72세) 쪽방촌 거주자는 “선순환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이주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면서도 “선순환 이주 방식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이주 대상을 어떻게 선정할지 등에 관해 관심과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영등포역 고가 하부에 조성된 임시 이주시설 3개 동 총 96호 (오른쪽) Ⓒ영등포시대
▲영등포역 고가 하부에 조성된 임시 이주시설 3개 동 총 96호 (오른쪽) Ⓒ영등포시대
7월 9일 쪽방촌 96길에서 새로 조성된 임시 주거지로 옮긴 홍순철 어르신(72세)은 7월 28일, “2013년 우연히 영등포역 인근에 있는 목욕탕 찾아왔다가 목욕탕에 근무하는 아주머니의 소개로 쪽방촌에 들어오게 되었다”라고 밝히고 “당시에는 하루에 만 원의 일세를 냈다”라며 쪽방촌에 처음 들어올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홍순철 어르신은 쪽방촌 생활 중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질문에 “한두 가지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다 말을 하느냐?”라며 “음주로 인한 무질서와 폭염, 한파, 이웃 간의 불신” 등을 꼽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 설치율이 높지 않았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에어컨을 설치가 늘어나면서 좀 나아졌다”라고 말했다.

홍순철 어르신은 이어 “새로 이사한 이곳은 이전과 비교하면 호텔이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고 전기 온방이 된다”라면서 “(자신은)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으로 임대료를 제외하고 나머지 돈을 받아 생활하게 된다”라고 말하고 이전 쪽방 생활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순철 어르신은 “새로 이사한 임시 거주지의 관리에 대한 우려”를 덧붙였다.

쪽방촌 골목 온도·기온 재기에 참여한 권순갑 프란치스코(72) 사랑의 급식소 토마스의 집 자원봉사자는 7월 11일, “이곳 쪽방촌 지붕은 보시다시피 얇은 슬래브로 되어 있고 (가진 것) 없는 분들이 살고 있다”라며 “그만큼 더위에 취약해 밤낮없이 고통을 당한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 여기는 더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권순갑 프란치스코는 “우리가 처음부터 정신을 차렸더라면 이런 분들이 고통을 덜 당할 텐데 하는 반성 차원에서 수년간 토마스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라면서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권순갑 프란치스코는 정부나 서울시, 자치단체에서 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펼쳐주길 바라는 정책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 알고 있지 않느냐?, 없는 분들이 그 고통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쪽방촌 이전과 함께 진행되는 공동주택 사업은 서울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영등포동 422번지 일원(면적 9.850㎡)에 대해 2020년 공동주택 지구 지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2023년 1월 31일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관계 회의(국토부)를 개최하고 사업지분 조정을 통해 임시 이주단지 조성은 LH가 시행하고 임시 이주시설 설치 위치는 고가 하부와 녹지 활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어 보상협의회 개최, 감정평가 시행(SH), 실시협약 체결(영등포구, LH, SH), 수용 재결신청서 열람, 대선제분 일대 도시 정비형 재개발 2구역 정비계획 변경 및 정비구역 변경 용역 시행(문래동 쪽방 편입을 이한 정비계획 변경)으로 이어졌다.

서울시는 쪽방 주민들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선(先)이주 순환방식을 도입해 정비 공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쪽방 주민을 임시 이주시설로 옮긴 뒤 주거지 정비가 완료되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25년 7월 임시 이주시설로 이주를 개시하고 2025년 통합 공공임대주택을 선착공해 2029년까지 통합 공공임대주택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4,000억원으로 LH가 55%, SH가 45%를 부담하기로 하면서 영등포구 부담률은 0이다.


영등포시대는 쪽방촌 임시이주 시설 이주 현황과 이주 소감, 통합 공공임대주택 건설 추진에 이어 산이 없는 영등포구 녹지 현황과 기후 정책과 쪽방촌 폭염, 한파 대책에 대해 보도할 예정이다.

박강열/김정현 기자/배옥숙/장심형/김경희/김수경 공감기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