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의 화요칼럼] AGI 시대의 서울시정 : 콘크리트 바벨탑을 부수고 ‘감동의 영토’를 구축하라!
  • 입력날짜 2026-05-26 10: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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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될 새 서울시장은 눈부신 지점을 정확히 볼 줄 알아야 한다”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뽑힐 새 서울시장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단순한 도시 관리를 넘어, 눈앞에 들이닥친 AGI(범용인공지능) 시대의 거센 파고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해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집어삼키며 소득 불균형 심화의 공포가 현실이 됐다. 이 거대 충격을 흡수하며 시민들의 무너지는 삶을 지탱할 수는 없을까? 있다. 세계적 문명으로 자리 잡은 ‘한류’라는 원석을 세련되게 세공해, ‘관광 서울’이라는 지속 가능한 확실한 밥줄을 안착시키면 된다.

내가 지난 칼럼에서도 거듭 강조했듯, 관광 서울의 핵심은 화려한 겉치레가 아닌, 서울 골목골목에서 좋은 콘텐츠와 양질의 서비스를 펼쳐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세훈 시장의 ‘랜드마크 집착증’은 참으로 천박하고 구시대적이다. 한류의 기반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돈으로 치적을 사려는 건설 만능주의자의 전형을 본다.

지난주 광화문 광장에 박아놓은 200억 원짜리 ‘감사의 정원’을 보라. 시민 소통의 민주주의 성지에 위압적인 ‘받들어총’ 조형물을 꽂아 놓으며 광장의 역사성을 짓밟았다. 참전용사들에의 진정한 감사는 거대한 돌덩이를 세우는 게 아니라, 고령 유공자들이 겪는 빈곤과 고독사를 해결할 실질적 복지 확대로 증명해야 했다. 숱한 논란의 한강 버스나 수천억 원짜리 대관람차도 매한가지다. 콘크리트를 높이 쌓는 것이 도시 경쟁력일 것이라는 묵은 착각은 빈곤 철학의 소산일 뿐이다.

21세기 서울이 지향해야 할 진짜 랜드마크의 본질을 알고 싶다면, 태평양 건너 실리콘밸리 스탠퍼드 대학교로 눈을 돌려야 한다. 최근 그곳 스타디움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만 83명을 배출한 세계 최고 지성의 요람이 방탄소년단(BTS)을 주최자로 모시고 ‘아리랑’ 월드투어 무대를 열어준 것이다. 스탠퍼드의 석학들이 이 무대에 열광한 것은 노래의 상업성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BTS의 음악에 살아 숨 쉬는 ‘개방성, 창의성, 연계성’이라는 가치에 주목했고,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15만 명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감동의 생산 시스템’을 자신들의 캠퍼스에 이식하고 싶어서다.

생각해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불과 60여 년 전, 미군이 던져주는 껌 한 조각과 강냉이 빵에 감격하던 가난한 나라. 1960년대 말 스탠퍼드의 터먼 박사가 건너와 카이스트(KAIST) 설립 청사진을 그려주며 지식의 씨앗을 심어주려 한 변방의 나라가, “기브 미 코리아”를 전 세계가 외치는 문화 제국이 되었다.

독일 탄광 막장에서, 중동의 모래벌판에서 피땀 흘려 달러를 벌어오던 눈물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일곱 명의 청년이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아리랑’을 부르며 수조 원의 경제 효과를 내고 매년 수백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시킨다. 총 한 방 쏘지 않고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 소프트파워이자, 대한민국을 향해 보내는 글로벌 팬들의 짙은 정서적 교감의 실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출될 새 서울시장은 이 눈부신 지점을 정확히 볼 줄 알아야 한다. 전 세계 아미들이 멕시코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열광하며 서울을 동경하는 이유는 거대 철골이나 콘크리트 덩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한국의 콘텐츠가 주는 따뜻한 위로, 세련된 문화, 그리고 그 문화를 잉태한 공간 자체의 숨결을 느끼고자 서울을 찾는다.

그러므로 특정 지역에 바벨탑 같은 거대 인공물을 우뚝 세우는 불통의 ‘전시 행정’은 그만, 대신 아름다운 음악과 이야기가 흐르는 거리, 서울의 역사와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세심한 서비스, 누구나 안전과 쾌적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를 서울 전역에 스며들게 하는 ‘문화적 공간 창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광장은 뭔가를 자꾸 채워 넣으려는 시장의 사욕으로 덮일 때 그 생명력을 잃는다. 세월이 흐르면 낡고 부식될 200억 원짜리 석조물 따윈 필요 없다. 천만 시민과 전 세계 관광객의 마음속에 깊게 남을 무형의 ‘감동 랜드마크’를 지어 올리는 일. 그것만이 당도할 AGI 시대의 거센 파도로부터 시민들의 밥그릇과 삶의 질을 굳건히 지켜낼 새로운 서울시장의 가장 중대한 사명이 될 것이다.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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