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특권 내려놓고 이제라도 달라져야!
  • 입력날짜 2020-10-13 07:03:09
    • 기사보내기 
2013년 국제중 부정 입학 사건 통해 본 삼성 일가의 '부끄러운 민낯'(2)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영훈국제중 전형 운영의 투명성도 의심스러웠다. 영훈국제중 입학생의 출신학교를 살펴보면 영훈초 출신이 나머지 학교를 압도했다. 보통 한 초등학교당 1~2명, 많으면 3~4명의 학생이 영훈국제중에 입학하는 데 비해, 영훈초는 약 20명의 학생이 영훈국제중에 입학하고 있었다. 이들이 이용하는 전형이 바로 비경제적 사배자였는데, 2013학년의 경우 비경제적 사배자 16명 가운데 6명이 영훈초 출신이었다.

사배자 전형기준도 미심쩍긴 마찬가지였다. 애초 2010년도까지는 자기소개서 5점, 학교생활 기록부 및 생활통지표 65점이었으나, 2011년부터는 학습계획서 15점, 2012년에는 자기계발계획서 15점 등으로 배점 기준이 달라졌다. 왜 바꾼 것일까? 누구를 염두에 두고? 계속 의문의 꼬리가 더해졌다. 객관적인 ‘성적’보다 다분히 주관적인 ‘계획서’ 등의 배점이 높아진 것으로 보아 특정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배점을 달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성적조작 통해 부정하게 입학하고도 왜 끝내 ‘침묵으로 일관’했을까?

나의 합리적 의심은 교육청 감사와 검찰수사를 통해 상당수 사실로 드러났다. 이사장과 학교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2009~2010년 신입생 추가 입학 대가로 학부모 5명으로부터 총 1억 원을 수수했고(5년 동안 편입학 대가로 학부모 5명에게서 총 1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게 전부일까는 여전히 의문), 2012과 2013년 신입생 선발 시 특정 학생을 합격시키거나 불합격시키기 위해 무려 867명의 성적을 조작했다.

특히 부유층 학부모의 자녀를 뽑기 위해 부모 없는 학생들의 성적을 깎아 불합격 처리했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었다. 탈락권인 500등 밖의 6명 학생에게는 주관적 점수 만점을 줘서 합격권으로 끌어올렸지만, 반면 합격권 안에 있는 학생 중에서 부적격자로 판단한 학생들에게는 주관식 점수를 깎아, 세상에 1점이라는 최하점을 줘서 떨어뜨렸다. 사실상 부모의 배경을 보고 ‘학생 골라 뽑기’, ‘학생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들의 영훈초 재학시절, 당시 4800만원 상당의 컴퓨터 50여 대를 학교에 기증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같은 법인인 영훈국제중 사배자 전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닐까 싶어 계속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다.

이 부회장의 아들이 아무개 군은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이건희 회장의 손자가 사배자 전형이라니, 석연치 않았다. 비경제적 사배자의 합격생 점수집계표를 보니 일부 학생은 성만 기재됐고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그중 14~16위를 한 3명의 학생이 부정 입학생이었는데, 15위로 입학한 학생의 성이 ‘이씨’였다. 해당 학생이 누구인지 학교와 교육청에 요청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영훈초 출신 6명 중 이씨 성을 가진 학생이 2명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아무개 군과 경찰관 아들의 이 아무개 군이었다. 경찰관 자녀의 학부모와 통화를 했다. 그 학생은 수학 영재반 출신으로 교과성적이 50점 만점에 49점이었다. 남은 것은 이 부회장의 아들이 아무개 군이었다. 확실한 심증 아래 교육청과 학교 관계자에게 사실을 확인하니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맞는다고 시인했다.

이 부회장 아들의 점수집계표를 보면, 교과성적이 45.848점이었다. 반면 자기계발과 추천서는 50점 만점이었다. 교과성적이 45점대라면 나쁜 편은 아니지만, 합격권은 아니었다. 국제중의 합격권은 교과성적이 49점대다. 이 부회장의 아들이 아무개 군은 성적조작을 통해 주관식에서 점수를 만회한 것이었다.

내가 마치 탐정처럼 넉 달 동안 실체적 진실을 향해 수사망을 좁혀가자, 삼성과 기득권 집단의 회유와 압박도 점점 온도를 높여갔다. 저들 표현대로 “어디서 굴러먹다 온 듣보잡”인 내가 멋도 모르고 겁 없이 국제중 비리와 함께 이 부회장 아들의 부정 입학 문제를 건드린 셈이다.

영훈국제중 이사장으로부터 명예훼손 고발을 당했던 일, 하루에도 몇 번씩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수차례 협박 전화를 받던 일, 소위 건장한 어깨들(?)이 미행하고 납치 시도를 하는 등 신변 위협을 당했던 일, 이후 절대 혼자 다니지 않고 골목길을 피해서 다녔던 일, “원하는 게 뭐냐? 부정 입학 사실만 눈감아주면 원하는 것 다 들어 주겠다”고 달콤하게 회유하던 일, “대한민국이 삼성 공화국인 거 모르냐? 삼성과 맞섰다가 잘된 사람 봤느냐”며 사실상 겁박하던 일 또한, 이른바 삼성 장학생(?)으로 보이는 유명한 사람들이 다녀갔던 일 등.

또 “우리가 비싼 학비 다 부담하면서 우리 아이들 조금 좋은 학교 다니게 하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 소득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내니 사실상 우리들의 세금으로 나라가 유지되는 셈인데, 그런데도 우리를 도둑 취급할 뿐 과연 한국 사회는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느냐"며 강한 불만과 함께 일장 설교를 하던 대기업 회장님, 아무래도 건들면 안 되는 성역을 건든 것 같다며 날 걱정하던 정보과 형사, “보아하니 곽노현 전 교육감과 가까운 사이라서 봐주려야 봐줄 수가 없네요” 라고 했던 고검 검사, “교육의원은 면책특권도 없는데 어쩌려고 그러느냐? 김 의원은 할 만큼 했으니 여기서 더 나아가면 다칠 수 있으니, 이제 그만하고 국회로 넘겨라. 그러면 우리가 국정감사에서 확실하게 다루겠다”고 했던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

그래서 나는 “오늘 못 본 것으로 하겠다. 한 번만 이렇게 불쑥 또 찾아오시면 그때는 실명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했던 일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백화점 아니 빌딩 하나 주면 눈감아 주겠다고 하라던 지인의 조언, 한 방송사에서 뉴스 전반부에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부정 입학을 크게 보도하려고 했지만, 외압으로 뉴스 끝부분에 짧게 나갔던 일, 한 언론사 기자가 나와 인터뷰한 것을 보도했다가 왜 사전에 우리와 협의하지 않았느냐며 삼성 측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들었다며 내게 전화해 “의원님은 괜찮으세요? 부디 몸조심하세요” 그런 소리까지 들었던 일, 아들에게 “아빠 때문에 삼성 들어가기는 다 틀렸다”는 얘기 들었던 일...

어디 이것뿐이랴? 당시 서울시의회 새누리당, 문용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 그리고 동아·조선일보, 여기에 일부 사학연합회, 교총, 공학련, 학사모 등 보수단체까지 정치공세를 넘어 나에 대한 자격심사, 사퇴 압박, 의원직 제명 등 과도한 인신공격과 신상털기도 서슴지 않았다. 교육의원 하나를 잡겠다고 총출동을 해서 융단 포격을 가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나라고 어찌 겁나고 무섭지 않았겠는가? 어쩌면 이렇게 살아있는 게 기적일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삼성 일가와 맞섰다가 가시밭길을 걸었던 노회찬 의원을 비롯해 노조 만들다 테러 수준의 어려움 겪은 사람들 얘기, 그리고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생생한 증언 및 삼성이 책으로 위장해 500만원의 현금다발을 보냈다는 이용철 청와대 전 비서관의 폭로까지 모두 알고 있는 마당에.

고민이 깊어졌다. 거의 일주일은 잠을 제대로 못 잔 듯하다. “나는 이미 2009년 파면당했을 때 사실상 죽은 목숨이다. 그런 나를 다시 살려준 것은 2010년 6.2 지방선거 통해 교육의원 만들어 준 서울시민이다. 그러면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최소한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고 그래서 결심했다. “아무리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라도 돈으로, 힘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한 번 쯤은 보여주자, 이런 일 하라고 하늘이 나를 교육의원 시켰나 보다”, 그런 마음으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와 결심으로 회유와 압박에 아랑곳없이 이 부회장 아들의 부정 입학 사실을 기자들 앞에 공개했다.

나는 솔직히 이 정도까지 진실이 드러났고 핫이슈가 되어 국민적 공분이 날로 높아가니, 당연히 교육청은 부정 입학 사실을 공개하고, 삼성 일가 또한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과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기를 기대했고, 또한 그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삼성과 그 일가는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아무개 군의 영훈국제중 부정입학을 처음에는 부인했다가(사배자 전형으로 적법하게 들어갔다고 변명) 사실로 드러나자 계속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그냥 뭉개고 지나가자는 생각이었을까?

안 되겠다 싶어, 이러다 끝내 묻히겠다 싶어 5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낮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주관식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영훈국제중에 합격한, 이 부회장 아들이 포함된 사배자 전형 점수집계표를 공개해 버렸다. 그러자 더 침묵할 수 없음을 알았는지, 다음 날 이 부회장은 “아들의 학교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학교를 그만두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삼성 측의 태도는 여전히 “교육청의 감사 결과 등에 상관없이 학교에 다니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국내와 해외의 학교를 알아봤다”면서 “최근 일고 있는 부정 입학 의혹이 자퇴의 계기가 아니다”라고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해서 큰 비웃음을 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오너 일가의 문제면 덮어놓고 무조건 두둔하고 비호하기에 바쁜 삼성, 과연 글로벌기업이 맞는가 싶다. 한술 더 떠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재용 부회장 기소 여부 사건에도 어쩌면 최대의 피해자인 삼성(기업)이 왜 가해자인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저토록 애걸복걸 애쓰는지, 그 모습이 눈물겹다 못해 안쓰럽다. 삼성 임원진 눈에는 오너만 보이고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일까?

부디 이재용 부회장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는 말을 가슴 깊이 성찰해 보기 바란다. 이제 ‘특권을 이용한 반칙’은 더는 통하지 않고 통해서도 안 된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꿈꾸면서 왜 그런 구시대적 악습과 악행을 버리지 못하는가? 한 번쯤 2013년 국제중 부정 입학에서 과연 자유로운가와 함께, 국제중에 당당하게 합격하고도 부모의 배경이 부족해 어이없이 탈락한 학생의 눈물과 학부모의 억울한 심정을 헤아려보고, 아울러 미국의 부자들이 왜 존경받는지도 생각해 보면서 진심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끝으로 사제단의 조언처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현 씨에게서 한 수 배우기 바란다. “두 사람의 아버지들은 똑같이 자리에 누워서 병든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재현 변호사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거듭 광주의 영령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식의 도리입니다. 이재용 씨는 자신과 아버지의 죄를 씻을 수 있도록 대법원의 판결에 깨끗이 승복하고 욕심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