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찬-특별기고] 절대 명제 ‘주민 행복’을 위하여
  • 입력날짜 2019-08-29 11: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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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과 3일 이틀간 열린 영등포 ‘3대 민생현안’ 집중토론회. 그 의미가 상당한 모임이었다. 우선 의제 설정이 영등포의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영등포구청이 설정한 ‘3대 민생현안’은 청소와 주차문제 그리고 보행 친화 도시 3가지. 오랜 세월 우리 영등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를 공식적으로 솔직하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영등포에서 쓰레기와 주차문제 심각한 걸 누가 모르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개선책을 찾을 시도를 제대로 한 적이 있었던가? 화려하고 특별한 정책보다 훨씬 시급한 것이 도시 행정의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쓰레기와 주차문제일 것이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기본이 시작이고 기본이 끝이다. 기본이 없다면 화려함과 특별함도 절대로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 영등포에 기본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음을 인정하고 기본을 바로 세우려는 실천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만큼 이날 토론회는 우리 영등포의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토론회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또 하나 신선했던 점은 ‘모두가 함께했다.’는 대목이다. 국회의원과 구청장, 시의원과 구의원은 물론 공무원과 전문가,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까지 함께 했으며 더 나아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일반 주민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우리의 삶터 영등포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설계했다는 점이다.

모두 열정적이었고 분위기는 진지했으며 모두가 함께했다는 뿌듯함이 토론회장을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이 같은 모임이 앞으로도 지속해서 계속된다면 우리가 해내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공감대와 자신감마저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 앞에 놓인 엄중한 현실을 반추해 본다면 영등포를 위해 일하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이날 토론회가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는 됐지만, 우리 앞에 여전히 많은 숙제가 쌓여 있으며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 않은 것이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역구로 두고 있는 여의도와 신길동, 대림동의 현실은 어떠한가? 민생의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주거와 교육, 주차와 쓰레기 문제는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질 않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왕도는 없을 것이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이 나오는 법. 우리 앞에 놓인 냉엄한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여의도는 어떤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대림동과 신길동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과연 무엇인지 그 실태에 관한 정확한 진단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9일 여의도의 한 아파트. 지하실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온수용 보조 파이프가 터지면서 수십 세대가 물난리를 겪은 것이다. 파이프 파열 정도가 워낙 심각해 보수하는데 무려 일주일이 걸렸다. 40년의 긴 세월을 버텨 냈으니 파이프 파열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이 같은 누수와 파열은 일상이 되어 버렸고 주민들은 불편을 넘어 이제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중이다.

이번에는 여의도의 또 다른 아파트 지하 변전실. 변압용 시설과 부품들이 낡을 대로 낡아 한눈에 보더라도 극히 위험천만한 상태. 서울시의 안전조사 결과 ‘화재 위험성이 있어 현재 상태는 매우 위험한 상태... 노후화 부분 전면 교체 요망’이라는 다급한 진단이 내려졌다. 만에 하나 변전실에서 화재나 폭발사고라도 발생한다면 끔찍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하루가 멀다고 멈춰서기 일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마저 엘리베이터가 불안하다며 7, 8층 높이를 계단으로 직접 걸어서 오르내리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천정과 외벽 곳곳에서 콘크리트가 낙엽 떨어지듯 뚝뚝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지은 지 50년이 다 된 아파트. 이물질이 섞인 녹물에 익숙해진 지는 이미 오래이며 이곳저곳에서 위험한 이상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맨하튼이라 불리는 여의도. 선망의 도심 여의도가 사실은 이렇게 골병이 들어있다. 대부분 아파트가 50년 가까이 된 만큼 노후 상태가 심각한 상태. 도저히 이대로는 불안해서 살 수 없다며 주민들은 여러 차례 재건축을 간곡히 호소해왔다. ‘집값이 우리 때문에 올랐는가?’ ‘우리의 요구는 그저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집값 잡으려다가 사람 잡겠다.’ ‘이러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어쩌려고 이런 위험한 상태를 방치하는가?’ 그러나 서울시는 주민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고통이건만 영등포구청도 지역정치인들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답답하고 야속할 뿐이다. 이들의 요구는 소박한 것이다. 재산 증식에 관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간절한 절규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의도는 물론 신길동과 대림동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고민은 교육에 관한 것이다. 지난 20일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학부모를 만났다. 교육과 학교에 관해 말문을 꺼내자 이 학부모는 한숨부터 내쉰다. 중학생 아들은 대림동의 중학교가 아닌 경기도 가평의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가까운 동네 학교를 마다하고 몇 시간이 걸리는 대안학교로 자녀를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아이에 대해서도 어디로 진학시켜야 할지 목하 고민 중이란다. 이 학부모처럼 자녀의 교육을 위해 여의도와 신길동, 대림동을 떠나는 가정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림동의 한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3학급만이 남아 있으며 그나마 한 학급의 학생 수는 20명도 안 된다.

그러니까 한 학년 모두 합쳐 60명에 불과한 것이다. 학교라기보다 학원에 가까운 안타까운 상황으로 전락한 것이다. 한 때 학교 교육의 메카라는 찬사를 받았던 여의도에서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여의도를 떠나는 탈출 행렬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의도와 신길동과 대림동... 과연 살고 싶은 도심, 찾고 싶은 도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가? 영등포의 정치가 너무나 오랜 세월 지역 발전과 주민 민생에 무심했던 것은 아닐까? 변화가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랜 기간 활력을 잃고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는 여도 야도 없으며 좌도 우도 개입해서는 아니 된다. 오로지 ‘주민 행복’이라는 절대 명제에 따라 변화가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력과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되고 작동해야 한다.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는 영등포... 우리의 영등포에 새로운 바람,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해본다.

박용찬 자유한국당 영등포(을) 당협위원장(박용찬 자유한국당 영등포(을)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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