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기고]“세무사법 개정안은 민생 관련 중요 법안이다”
  • 입력날짜 2020-01-07 10: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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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3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등포시대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3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등포시대
2020년도 세무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의 중요성

최근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동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기장 대리와 성실신고 업무를 제외한 업무를 허용하고, 세무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교육과 시험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필자는 동 개정안과 관련하여 두 직역에 관련된 사항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동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세무사의 업무는 변호사의 업무와는 독립된 별도의 직역에 해당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인 변호사 제도는 1905년 변호사법에 근거하여 시작되었고 세무사 제도는 1961년 세무사법에 따라 시작되었다. 제도 시행연도만 따지면 변호사법이 먼저 제정되었으므로 세무사 제도가 변호사 제도에서 분화된 것으로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 조세 제도의 발전에 기인한 것으로 1896년만 해도 세금은 지세·호포세·인삼세·사금세·향세·잡세로 구분되어 모두 국가에서 부과 징수하는 것이어서 세무사가 필요 없었고, 1949년에 가서야 소득세에서 법인세가 분리 독립되는 등 현대적인 조세 체계가 한국전쟁 이후에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즉 현대적인 조세 체계가 성립됨에 따라 조세 관련 업무를 처리할 세무사라는 직역이 새로 생긴 것이지 원래부터 원래 변호사가 해야 할 업무를 분화시킨 것은 아니다. 법령이 현대적으로 정비되지 못한 시기에 변호사에게 법률상 대리에 관련한 모든 업무가 허용된 것은 맞으나, 세무사는 조세 제도 발전에 따라 조세에 관해 전문인으로 해야 할 역할이 요구되어 창립된 새로운 직역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에 맞게 세무사법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헌법재판소의 2015헌가19 헌법불합치 판결은 분명히 “세무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부실 세무대리를 방지함으로써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세무행정의 원활한 수행 및 납세의무의 적정을 도모하려는 심판대상 조항은 일견 수긍할 수 있다.”라고 하여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수행의 제한에 대해 입법 취지를 긍정하고 있고, “세무대리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헌법불합치 한 것이 아니라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으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하여 업무의 일부 제한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변호사의 전문성 역시 “법령의 해석 및 적용”에 한하여 인정하고 있다.

즉 동 헌법불합치 판결은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변호사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하는 것이며, 세무사법의 기본 취지인 세무대리의 전문성 확보와 부실세무대리 방지를 위해 일부 제한을 두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 번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세무사 입장에 서도 비판적인 견해가 많으나 논리상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고, 입법 과정에서 기재부에서 이미 위헌성에 관한 법률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세무사의 업무는 변호사와는 차별화된 회계학 등 전문지식이 필요

우리는 세무사 제도가 지향하고 있는 공적 가치인 ‘납세자의 권리 보호와 공정한 조세 행정의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도록 회계와 세법에 대해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변호사가 되기 위한 유일한 통로인 로스쿨 제도를 통해 변호사들이 세무사의 업무에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가장 대표적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과과정을 살펴보면 세법 및 회계와 관련된 과정은 총 174개 과정 중 2학년 1학기의 세법 개론, 2학년 2학기의 회계와 세무, 3학년 1학기의 조세법 연습 등 단 3 과정뿐이다. 이마저도 3 과정을 모두 이수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이므로 다른 법학전문대학원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이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변호사가 세무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따른다.

세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재정학, 세법 개론, 재무회계, 원가회계, 세무회계, 세법학 1부, 세법학 2부의 모든 시험을 통과하고, 일정 기간 실무수습을 해야 한다. 세법의 구체적인 적용은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기준을 대부분 인정하고, 조세 목적에 따라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기준을 수정,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무사 자격시험이 8가지의 과목을 필수로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수료해야만 그나마 세무 대리인으로 해야 할 역할을 행할 수 있으므로 현재 상정 중인 세무사법에서 그나마 일정한 교육을 규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람에게 세무대리를 허용하였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부작용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변호사의 전면적인 세무업무 허용으로 납세자의 비용 절감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납세협력비용 측면에서도 변호사들에게 전면적으로 세무사의 업무를 허용한다고 해서 납세자비용이 절감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2019년 현재 등록 세무사는 1만 3천명, 회계사 자격보유자는 2만 명을 넘었다. 2008년과 2017년 대비 한국세무사회의 등록 세무사 증가율은 62%에 달하지만, 전체 납세 인원 증가율은 35%에 불과하다는 모 신문의 기사도 있다

10년간 서비스 대상자의 증가율이 서비스제공자의 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인 것이다. 이러할 정도로 이미 세무대리 시장은 과포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호사들에게 전면적으로 세무사업무를 수행하게 한다고 해도 납세자비용이 낮아질 리는 만무하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범국민적인 혼란 예상돼

현재 세무사법 개정안은 국회에 상정되어 있으나 여야의 다른 법안에 대한 대립으로 의결되지 못하고 있다. 금 번 개정안은 조속히 처리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법 논리상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세무사법이 국회에서 개정되지 못하면 조정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어 3월 법인세 신고 및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못하게 되고, 개인과 법인들이 2020년 신고 시 14조에 달하는 무신고 가산세를 부담할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있을 정도로 금 번 세무사법 개정안의 통과는 민생 관련 중요 법안에 해당한다.

다른 민생법안도 역시 중요할 것이나 금 번 세무사법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중요한 사유가 있으므로 국회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법사위뿐만 아니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동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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