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기’는 배추나 셀 때 쓰는 말입니다
  • 입력날짜 2021-11-09 14: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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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앞둔 수험생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샘, 자판기에서 동전이 떨어지는 것처럼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아요!”
“자명종 소리에도 일어날 줄 모르던 제가 요즘은 시계 초침 소리에도 신경이 쓰여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수능시험이 코앞에 다가오자, 낙엽처럼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는 고3들이 내뱉는 말입니다. 시험일 자가 하루하루 다가오자 초조와 극도의 긴장감으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거나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학생들까지 생겼습니다.

반면에 오르지 않는 성적으로 인해 자포자기하는 학생들도 늘어만 갑니다. 엊그제 3학년 모 교실로 들어갔더니, 영준(가명)이가 엎드려 있었습니다.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던 녀석이었습니다.
“영준이, 어제 밤새워 공부한 모양이지?”
“아니요, 이제는 포기하렵니다. 며칠 더한다고 지금까지 오르지 않던 성적이 오르겠어요? 저는 이제 틀렸어요. 그냥 점수 나오는 것 봐서 대충 대학 갈래요.”
영준이답지 않은 말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영준이를 불러 교정으로 데리고 나가 빈 의자에 앉았습니다.
“너, 수시 잘 안됐다고, 이제는 자신감마저 잃어버린 셈이냐?”
“선생님, 저는 제가 호랑이나 사자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고양이도 못 되더라고요.”

공부가 무엇이길래. 입시가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젊은 녀석을 절망의 수렁으로 내몰았을까요?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젖 먹던 힘까지 보태자!” 늘 하던 소리를 하기도 멋쩍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젊은 녀석이 포기가 뭐냐? 포기라는 단어가 그렇게 쉽게 나와.”
위로하기 위해 불러내 놓고 마음과 달리 영준이를 책망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무언가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데,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데, 딱히 묘안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사방을 둘러보니, 울긋불긋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래 이거다 싶어 나무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영준아, 단풍 참으로 아름답지?”
“예”

“우리는 언뜻 나무는 시험도 없고 고난도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알몸으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새봄을 맞이하여 부지런히 물을 길어 올리고 햇빛을 끌어당겨서 싹을 틔우고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이제는 저렇게 아름다운 단풍으로 마지막을 곱게 장식하고…. 과연 나무가 여기까지 쉽게 왔을까? 꽃샘추위, 황사, 폭풍우, 뙤약볕… 등 그동안 얼마나 시험에 맞닥뜨렸을까? 그때마다 얼마나 많이 포기하고 싶었을까? 그러나 그런 자연의 가혹한 시련을 이겨냈기에 오늘의 저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쪽지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혹독한 시험 앞, 그래서 포기할 것인가? 그런데도 도전할 것인가?’
“이것은 내가 오늘 출근하다가 라디오에서 들은 광고 내용인데, 좋은 글귀라서 옮겨 적어 보았다.”
“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인생은 남과의 전쟁이 아니라 자신 자신과 싸움이란 말씀이지요?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렵니다. 제 인생은 소중하니까요!”
“그래 그래야 영준이 너 답지.”
그렇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포기란 배추나 상추를 셀 때나 쓰는 말입니다. 함부로 포기라는 말을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일명 ‘발가락 시인’ 이흥렬(지체장애 1급)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분은 발가락으로 글씨도 쓰고 컴퓨터 자판도 두들기고 바둑도 두고 오르간 연주도 하는 분입니다. 이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을까요? 초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분이 고교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답니다. 그분이 말합니다.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든지 포기만 안 하면 그 일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현의 말씀 하나만 더 덧붙이겠습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주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고, 그 힘줄과 뼈를 굶주리게 하여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어렵게 만드나니, 그것은 타고난 못난 성품을 인내로써 담금질하여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할 만하도록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함이니라.”- 맹자 -

수험생, 여러분 어떠한 경우도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소중하니까요. 여러분 자신이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누가 소중히 여겨주겠습니까?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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