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과연 ‘법치국가’인가? 삼성 공화국인가?”
  • 입력날짜 2020-09-22 10: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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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제중 부정 입학 사건 통해 본 ‘삼성 일가의 부끄러운 민낯’(1)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그동안의 삼성 수사(1년 7개월 수사, 110명 소환조사, 20만 쪽 의 수사기록)를 뒤집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이재용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은 과연 ‘법치국가’인가? 삼성 공화국인가?”하며 허탈해했다.

“우리나라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게 아니라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는 우스갯소리를 넘어 “이제 법은 일인에게만 평등한가 보다.”,“유전무죄·전관예우 앞에서 서면 검사와 판사 모두 왜 돈의 노예로 전락하는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이제 교과서에서만... 재벌은 마약·음주운전·탈세 등 무슨 짓을 해도 모두 다 불기소·무죄이고, 힘없는 일반 서민은 빵 하나 훔친 생계형 범죄에도 일벌백계 운운하며 기소·유죄인가?”라며 씁쓸한 풍자와 분노 섞인 냉소를 쏟아냈다.

실제로 2017년 법원은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버스 기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달 24일 법원은 동네에서 고물 줍는 일을 하며 라면 다섯 봉지를 훔친 60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수조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회계 부정사건”(심상정 대표의 말)으로 명명되고, “공장바닥을 뜯어 증거를 인멸하다가 직원이 구속되는 등 증거인멸 시도를 계속했고, 혐의가 엄중함에도 연루 사실을 계속 부인하는”(박용진 의원의 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위법·탈법 행위가 과연 이 사람들의 죄보다 가벼울까?

오죽하면 12년 만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이재용 씨는 욕심을 비우고 양심을 찾으시오”라는 성명까지 냈을까? 사제단은 “지금까지 단죄와 처벌이라는 지당한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언짢은 일들이 똑같이 반복되었고, 보란 듯이 불의가 승리하는 그때마다 평화는 조각났으며 사람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고, … 결국 그들 또한 죄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였다”며 쓴소리 바른 소리를 했다.

검찰은 이런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오랜 고심 끝에 지난 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종 행위, 업무상 배임)로 이 부회장을 불구속으로 기소하기도 했다.

왜 세월이 흘러도 ‘삼성’과 그 ‘일가’의 행태는 달라지지 않을까?

필자는 2013년 국제중 비리를 파헤치면서 언론으로부터 ‘국제중 저격수’라는 별명과 함께 ‘삼성과 싸워 이긴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과연 내가 이긴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인 이 아무개 군이 자퇴하는 것으로 모든 게 덮였다. 이후 삼성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좋아지기를 기대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음에도 삼성 일가의 행태를 보면 여전히 ‘특권을 이용한 반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2012년 12월과 201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훈초 6학년 졸업반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분명 우리 아이보다 공부를 못하는데, 이건희 회장 손자인 이 아무개 군은 국제중에 합격하고 우리 아이는 떨어지고... 이게 말이 되나요?” 하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합리적 의심과 불만은 어느 순간 민원과 제보가 되어 당시 교육의원이던 내 귀에까지 전달됐다.

실체적 진실에 어떻게 접근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한겨레가 1월 22일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이하 사배자)’ 전형으로 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특종에 거의 모든 언론이 “이재용·임세령 부부 아들이 ‘사배자’ 전형으로 국제중에 입학했다며 도배하듯 보도하기 시작했다.

재벌가 아들이 어떻게 사배자가 될 수 있느냐며 세간의 관심이 부정적으로 쏠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 측에서 보도자료를 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은 2009년 이 부회장이 이혼함에 따라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 가운데 ‘한 부모 가정 자녀’에 해당해 사배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었고(원래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으로 되어 있는 규정을, 2011년 교육청이 슬그머니 ‘저소득층’을 떼고 ‘한 부모 가정’으로 지원조건이 바꿈. 왜 바꾸었는지? 외압은 없었는지? 그 내막과 실상 궁금함) 삼성 측은 바뀐 규정에 따라 문제없이 지원한 것이라며 “규정에 어긋남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 일가의 문제인데 왜 기업체인 삼성 측에서 보도자료를 낼까? 공사 구별도 못 하나?”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는 마치 대학 총장 자녀의 문제에 대해 총장이 아닌 학교 측이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낸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지인이 그것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사안이니 함부로 보도하지 말라는 신호”라고 귀띔해 주었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뭐 낀 놈이 성낸다고 혹시 더 숨기고 싶은 것은 없을까 그런 의문이 들어 더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그 무렵 한 학부모가 영훈국제중에 비리가 있다며 의원실을 찾아왔다. 이곳저곳에 하소연했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나 역시 2009년 힘없는 학생들을 대신해 급식 비리 등 사학비리를 교육청에 공익제보하며 감사를 요청했다가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파면당했을 때 관련 국가기관이라는 국가기관은 다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주는 곳이 없어 목 놓아 울었던 경험이 있는 터라 나는 그분의 민원을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다.

양심선언을 한 A 씨의 자녀는 영훈국제중에 일반전형으로 응시했다가 떨어졌는데, 얼마 후 학교 측에서 입학 의사를 묻는 전화를 해왔고,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2천만 원을 요구해 현금을 줬다고 했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교육청과 학교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감추려고만 했다. 뭔가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영훈국제중의 편입학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는 사립학교 특성상 법인 이사장을 설득, 압박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이사장의 동거녀의 자녀가 2010년 국제중에 편입학한 비리를 알아냈고, 이 문제를 거론하자 영훈국제중이 마지못해 자료를 제공했다. 요구자료를 통해 알아본 결과 입학 대기자나 편입생이 영훈국제중에 들어가려면 2천만 원을 내야 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동안 국제중 학부모들의 민원이 쇄도했다. 별것 아닌 것으로 강제 전학 조치 되거나, 경제적 사유, 왕따, 괴롭힘 등 이런저런 사유로 학교를 떠나야만 했는데, 그 자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자녀가 들어와 차지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실제로 ‘2013년 영훈국제중 학부모 직업 현황’에 따르면 사배자 전형 중 비경제적 부문 학부모(16명)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연 500억대 매출의 중소기업 대표 등 사업가(4명),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 등 의사(2명),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강남의 빌딩 임대업자 등 특권층·부유층의 비율이 7명으로 43.8%)

다음호로 이어집니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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