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포진 환자, 젊은 층에서도 증가
  • 입력날짜 2020-12-08 16: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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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칼럼]전형적인 증상, 통증 지속하다 무리 지은 발진 발생
며칠 전 진료한 환자 이야기를 하려 한다.
67세 여자분으로 특별한 질병 없이 건강히 지내다가, 이틀 전부터 좌측 옆구리 쪽으로 따끔거리는 통증으로 내원하였다. 몇 가지 검사상 이상소견이 없어 하루 투약 후 경과 관찰을 하기 위해 다음날 오시도록 하였다. 다음날 통증은 불에 덴듯하게 심해지며 발진이 띠를 두른 듯 생겨있어 바로 대상포진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일찍 진단되어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를 7일 투약 후 합병증 없이 완치되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갓 태어난 손주 봐주느라 스트레스가 심하셨다고 한다.

또 38세 남자분으로 가슴 부위에 감각 이상이 있어 별 신경 안 쓰고 지내다가 우연히 샤워하다 피부에 반점을 발견했다. 그냥 집에 있는 연고를 바르며 이틀 지냈는데 발진이 등 쪽으로 번지며 통증이 심해져 내원하였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대상포진으로 진단된 경우로 이분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합병증으로 외래에서 통원치료 중이다. 이분은 최근 회사 일로 매일 야근에 과로상태였다.

이와 같은 대상포진 환자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국내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발생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젊은 층에서도 스트레스와 과로로 증가추세이다.

그럼 대상포진이란 무엇인가? 어렸을 때 수두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수두를 앓거나 무증상으로 지나가게 되는데, 이때 바이러스는 완전히 몸에서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척수 속에 숨어 있게 된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 바이러스를 꼼짝 못 하게 억압하고 있다가 수십 년이 지나 나이가 들어 면역이 약해지는 경우나, 면역체계를 약화하는 치료(항암제, 스테로이드,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 억제되어 있던 이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피해 신경을 타고 올라와서 피부와 신경을 공격하게 되는데 이것이 대상포진이다.

따라서 이 병은 수두에 걸린 적이 있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에게서만 생기며, 60대에 제일 많이 발병하며 계절에 상관없이 나타난다. 젊은 사람도 과로, 스트레스 등을 많이 받으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명절 후에 대상포진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데 명절 전후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감각 이상이나 통증이 수일간 지속 하다가 무리를 지은 발진이 발생하고 이는 곧바로 물집으로 발전한다. 때론 발진과 물집이 같이 나타날 수도 있다. 통증은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타는 듯한 느낌을 많이 호소한다. 국내 대상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63%에서 심한 통증을 보였으며 전체 중 약 7%는 최악의 통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발병 부위는 흉추와 요추 신경 쪽으로 제일 흔하게 나타나서 가슴과 옆구리 부위로 증상이 나타난다. 왼쪽 또는 오른쪽 중 한쪽으로만 나타나는, 무리 지은 분포가 중요한 특징인데, 이는 피부 신경의 분포영역이 마치 갈비뼈 배열같이 띠 모양의 분절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대상포진 바이러스도 이 분절을 따라 피부 왼쪽 또는 오른쪽 한쪽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기에 복통이나 옆구리, 허리 통증으로 소화기 질환이나 디스크 등 다른 질병으로 치료받는 도중, 뒤늦게 발진과 수포가 나타나서 진단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발병초기에 미열감, 근육통 같은 가벼운 몸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며, 드물게 발적과 물집 같은 피부병변 없이 통증만으로도 발병할 수 있다. 면역이 심하게 떨어진 환자는 바이러스가 피를 타고 퍼져 전신에 피부병변이 나타날 수 있다.

대개 7~10일이 지나면 딱지가 앉게 되며, 딱지가 떨어져 나간 후에는 검붉게 착색이 되어 오래 가기도 한다. 물집이 생기는 시기에는 터진 물집의 진물에 의해 수두를 앓은 적이 없는 사람이나 어린이에게 감염을 일으켜 수두를 유발할 수가 있음으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얼굴에 발병하는 경우 주의를 필요로 하는데, 얼굴의 삼차신경, 특히 눈 주위 삼차신경 가지가 침범한 경우 홍채나 각막을 손상해 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력 저하 또는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또 안면신경에 발병하게 되면 람세이-헌트증후군이라고 하여, 안면 부위 마비뿐만 아니라 고막에 통증을 동반한 물집, 청력 소실, 이명을 유발하기도 하며, 혀의 신경을 침범해서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운동신경에 침범한 경우 근력 저하를, 배뇨 중추에 침범하면 신경성 방광을, 항문 주위 신경에 침범하면 대변을 보는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면역억제환자에서는 뇌척수막염이나 뇌염으로 진행하거나 간염이나 폐렴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합병증 중 제일 만성적으로 골치 아픈 경우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이는 피부병변이 다 치유가 되었음에도 병변 부위에 통증이 지속하는 것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을 손상하고 또 신경전달체계의 교란이 발생하여 유발되며, 고령일수록, 처음 발병 시 통증과 발진이 심할수록, 침범 부위에 심각한 감각 이상, 당뇨병 환자,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생위험이 높다.

50세 이상 환자의 50% 이상에서 피부병변이 치유되어도 수개월 간 통증이 지속하며, 불에 덴 듯한 통증이나, 옷깃만 스쳐도 아프기도 하며, 감각이 저하되거나 과도해지는 이상 감각이 발생한다. 지속하는 통증으로 인해 잠을 잘 수도 없어 이로 인해 우울증까지 생기기도 한다.

치료는 경구 항바이러스제 7일 투여로 대부분 완치되며, 면역저하자에게는 입원하여 주사로 항바이러스제를 맞아야 하는 일도 있다. 중요한 건 물집이 생긴 후 72시간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바이러스의 복제 억제 및 확산 기간의 단축, 발진 치유 촉진, 급성 통증의 기간과 정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손상의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대상포진의 예방은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 것인데, 50세 이상에서 권장되며, 대상포진의 발생을 50% 이상에서 예방해준다. 설사 예방해주지 못하더라도 대상포진 발병 시 가볍게 앓고 지나가게 해주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도 70%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이미 대상포진이 생긴 환자도 재발 예방을 위해 치료 1년 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과 비교해 3배 높게 발병한다고 보고되고 있어 당뇨병이 있으면 꼭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예방을 위해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잘 유지해야 함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피부에 이상 감각이나 따끔거리는 통증이 나타나면 대상포진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
이승철 전문의

약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석사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강사
-미즈메디병원 소화기내과장
-강서송도병원 소화기내과장, 내시경센터장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


전문분야
-위•대장내시경(진단, 치료)
-소화기 질환(위, 식도, 대장, 간)
-고혈압, 당뇨, 감상선, 골다공증
-성인병 질환

이승철(영등포병원 내과 3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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