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석호 형님 고맙습니다
  • 입력날짜 2022-08-10 09: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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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양(수필가)
정의양(수필가)
[전마전-165호] 정의양 수필가가 김혜주 작가의 추천을 받아 왕석호 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영등포시대 전·마·전]을 통해 왕석호 형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살다 보면 신세를 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왕석호 형님은 내 인생의 좌표를 설정해 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신입사원 때 형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지요. 큰 목소리만큼이나 형님은 일 처리도 시원스럽게 해결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우려고 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어설픈 초짜는 잔뜩 주눅이 들었고, 미숙한 일 처리로 툭하면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지켜만 보시던 형님이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규정집을 펼쳐가며 조곤조곤 가르쳐 주었지요.

형님 덕분에 직장 생활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어느새 중견 직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형님과는 둘도 없는 단짝으로 집도 같은 방향이라 출퇴근을 같이했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에 형님이 승진시험 이야기를 꺼내시더군요.
“시험공부는 잘하고 있지”
“아직 멀었는데 뭐 벌써 합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형님은 나를 쳐다보더니 그 복잡한 전철 안에서 불같이 화를 냈고, 나는 창피해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다음 날부터 형님은 모르는 사람처럼 나를 대했습니다. 형님의 태도 변화에 이유를 물었더니.
“승진시험 못 붙으면 아는 체도 하지 마”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나는 형님과 약속했습니다. 그날 이후 공부를 시작했고 마침내 약속을 지켰습니다. 합격 소식에 형님은 반갑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삶에는 때가 있고 그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형님이 찍어준 좌표를 따라 무사히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챙겨주고 보살펴 준다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것 같습니다.

힘들고 고단할 때마다 생각나는 석호 형님!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정의양(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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