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중초등학교 건너편 슬라이드 방식 울타리 설치
  • 입력날짜 2021-01-26 09:09:01 | 수정날짜 2021-01-26 13: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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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소통•협의 통해 서울시 최초 설치”
도매상 “심한 주차단속도 모자라 펜스까지....”
▲취재가 진행되는 도중 실제로 울타리를 넘어가는 사람을 포착했다. Ⓒ영등포시대
▲취재가 진행되는 도중 실제로 울타리를 넘어가는 사람을 포착했다. Ⓒ영등포시대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영중초등학교 정문 건너편에서 영업하는 도매상들은 2020년 12월 영등포구가 설치 완료한 울타리형 펜스를 놓고 영등포구청과 상반된 생각을 나타내며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영등포구는 2021년 1월 20일 배포한 “영등포구, 서울시 최초 미닫이형 펜스 설치로 통학로 안전 확보”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와 여건이 얽혀 펜스의 설치가 어려웠던 장소지만, 시장 상인과 소통‧협의를 통해 총 146m, 높이 1m 슬라이드 방식 울타리형을 서울시 최초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펜스 중간 출입문 3곳 추가 설치…인근 상인이 시간에 맞춰 출입문 개폐를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채현일 구청장은 “이번 영중초등학교 미닫이형 안전펜스 설치는 구와 학교,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 상인들과 지속적인 협의와 타협으로 이뤄낸 값진 사례”라고 전했다.

울타리형 펜스는 2020년 11월 설치를 시작해 12월 14일에 최종 완료했으며 투입된 예산은 2천 6백만 원이다.

이와 관련해 22일 두 차례에 걸쳐 현장을 방문해 당사자인 도매상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도로에 나와 있던 상인 A 씨에게 영등포구청의 입장(보도자료 내용)을 전하고 미닫이형 안전펜스가 설치되기 전과 후의 차이를 물었다.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답변에 나선 도매상 A 씨는 “이걸 잘했다고 자랑할 일이냐”며 구청과 상반된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A 씨는 “안전펜스가 설치되기 전에는 주차단속 때문에 영업에 애를 먹었는데 한술 더 떠서 펜스까지 쳤다. 이것은 영업을 그만하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만난 도매상 B 씨는 “얼마 전에 구청 관계자가 펜스 설치가 잘 되었다는 식의 인터뷰를 하러 왔었다”며 “그때도 분명히 장사가 갈수록 어려우니 출입문을 더 늘려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원래 계획에 두 개였던 것을 상인들을 생각해 하나를 더 만들어 주지 않았냐”라며 “오히려 생색을 냈다”고 주장했다.

도매상 C 씨는 “이곳에는 특화된(음료, 화장지 등 공산품) 도매상과 일반 점포 등 10개가 자리 잡고 있다. 짧게는 15년 길게는 25년 이상 이곳에서 일(도매상)해온 사람들이다”며 “앞으로 장사를 얼마나 더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저쪽 집은 이미 문을 닫았다”며 한 점포를 가리켰다.

D 씨는 출입문은 언제 여닫느냐는 질문에 “구청에서 별도로 시간을 정해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근하면 열고 퇴근하는 시간에 닫는다. 출입문을 언제 여닫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 관심사는 주차 시간과 출입문을 늘려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취재 중 도매상을 찾은 손님에게 도매상 이용 횟수를 묻자 “1주일에 서너 번씩 온다. 그런데...”라며 펜스 설치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손님은 “오랜 단골이라 차마 발을 끊지 못하고 온다”라며 “잠깐 차를 세우고 물건을 구매해 가는데, 재수 없는 날은 딱지를 끊긴다. 여기서 딱지를 끊기면 다른 곳의 두 배인 8만원을 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취재가 진행되는 도중 실제로 울타리를 넘어가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도매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영업을 하면서 보행자들에 불편을 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도 “울타리 설치와 심한 주차단속으로 인해 손님이 더 줄고 있다”라는 주장과 함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22일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등포구는 지난해 3월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의 개정 이후 4월부터 상인대표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를 진행했고, 총 10차례의 면담과 회의를 거쳐 안전펜스 설치에 대한 동의를 끌어냈다”며 안전펜스를 설치하기 전에 상인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루고 진행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어 “안전펜스 설치는 합의로 이루어졌지만, 설치 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추후 논의해 풀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다.

박강열/김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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