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의 ‘에덴의 이단자’ 출간
  • 입력날짜 2015-06-28 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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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욕망을 원초적으로 그려낸 소설 정인의먹고도 살아갈 수 있는 원초적인 세상, 그래서 세속의 때가 전혀 없는 ‘에발산’에서 살아가던 한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해체되면서 주요 스토리가 시작되는 소설(해드림간)이 출간됐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세상이 노아의 방주 같은 홍수를 만나 파멸하는 등 부침을 거듭하며, 성애의 타락 대명사 ‘소돔과 고모라’처럼 극단적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인간 군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면서 긴박한 상황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리요, 가치관 같은 주인공 ‘두발’, 그의 이상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두발리즘은 인간 탐욕에서 나오는 천박한 자본주의 몰락으로 함께 몰락하여 스칼렛 마을의 종언을 고하게 된다.

태초부터 인간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에 살고 있던 두발과 하누리, 그리고 두 아들 오티오와 렉스. 이들은 자연을 벗 삼고 풍족한 양식과 땔감에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이 소설 주인공 두발은 지혜로웠으며 무술 또한 출중한 인물이다.

세상과 멀리 떨어진 ‘에발산’에서 신선처럼 살고 있던 그들. 그러나 어느 날 아들 둘이 사라지고 두 자식을 찾아 나선 부인 하누리조차도 행방이 묘연해진다. 5년을 기다린 두발은 폐가처럼 변해버린 집을 떠나 가족을 찾으러 산을 내려가면서 추할대로 추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알 수 없는 울림을 따라 내려간 곳은 소돔과 고모라를 방불케 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힘겨운 여정에 가족들의 행방을 찾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d 말하고자 하는 것…건드리지 않으면 꿈틀대지도 않을 욕망이라는 무형의 존재

역사 속에서 우리는 왕의 압제를 타파하고 독재의 사슬에서 벗어나 인간의 권리를 찾게 되면 자유인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리하여 그토록 긴긴 세월, 유혈(流血)의 호수(湖水)를 건넜고 죽음과 마주하는 혁명과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침내 새벽이 다가오자 우리는 자유를 쟁취했다는 엄청난 환희에 도취되어, 날이 밝아오는 것도 모르고 잠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대낮이 되어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어느 사이 우리는 이전과는 확연히 모양이 다르고 낙인이 찍히지 않은 노예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이렇게 살찐 또 다른 노예가 되기 위해 우린 그렇게 긴 역사의 여정을 에둘러 온 셈이었다.

우리를 짐승처럼 부리는 돈이라는 주인은 어떤가. 그야말로 표정도 없고, 인자함과는 아주 거리가 먼 냉혈이다. 그렇다고 뭘 강제하는 일도 없다. 결코 나서는 일도 없고 불같은 성화를 내지도 않는다. 붙잡거나 매달리는 일은 더더욱 없을 뿐 더러 감금하는 일도 없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주인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단 하나. 바로 우리들 마음 저변에 깔려있는, 건드리지 않으면 꿈틀대지도 않을 욕망이라는 무형의 존재, 바다를 다 삼키고도 결코 마침표를 찍지 않을 욕망의 꿈이었다.

주인은 욕망의 잠재 가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만 움켜쥐고 있으면 어떤 권력이나 정의도, 도덕과 윤리마저 힘없는 허수아비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다. 이 욕망을 틀어잡고 있는 한 우리는 스스로를 얽어맬 사슬을 찾고(시간), 우리 스스로를 가둘 감옥(직장)을 찾는다. 이렇듯 사슬에 얽매어 감옥에 갇힌 우리는 욕망에 눈 먼 이가 되어버렸음에도 스스로 자유인이라 외치는 것이다.

김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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