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욱-영등포시대 칼럼] 사도(師道)가 땅에 떨어진 건 당신들 탓이다
  • 입력날짜 2015-05-27 09: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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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학교 교사가 된 걸 후회한다는 선생이 2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1위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학생이 교사한테 막말하면서 대든다. 학부모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학교에 와서 ‘선생, 나와’를 외친다. 천신만고 끝에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건만 정작 이런 일이 되풀이되니 교사들은 죽을 맛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도(師道)가 땅에 떨어졌다’며 한숨을 쉰다.
나한테 교양과목을 수강했던 어떤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들이 우리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야, 문과 몇 등’, ‘이과 몇 등’ 이런 식으로 불렀어요.”

선생이 학생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숫자로 보고 있는데 그 학생이 선생을 ‘스승’으로 여겼을 리가 없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부모라는 사람들은 내 자식의 숫자가 줄어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숫자를 줄이라고 자식을 압박한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는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는 공부는 잘하는 데 학교에서 욕 잘하기로 소문났어. 엄마 욕도 하더라고.”

정작 ○○이 엄마는 자기 자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는 순진하고 여려서 아무것도 몰라요. 너무 얌전해서 나중에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에요.”

세상 사람 모두가 그 아이의 문제를 아는데 엄마만 모른다. 아이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 살피지 않고 오로지 학업성적만으로 아이를 판단했기 때문에 자식한테 욕을 먹는 엄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학교와 가정이 합심해서 아이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사도’ 따위가 떨어진 걸 갖고 한숨을 쉬는 건 어찌 보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친구를 짓밟도록 하기 위해 문학을 배우고, 역사를 공부하며, 과학을 탐구하고, 예술을 익히게 한 그 죄를 인정하고 함께 목소리를 높여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자며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이 모든 책임을 아이들 탓으로 돌리고는 버젓이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뇌까린다. 인성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당신들이다. 당신들부터 먼저 인간이 되길 바란다. 우리 학교 아이만 좋은 학교 가면 되고, 내 자식만 살아남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의 인성은 도덕 과목과 벌점으로 때우고, 성적 잘 받아오면 아이가 무슨 짓을 해도 놔둔 결과 학생이 선생한테 막말하고, 집 밖에 나가서 부모 욕을 하게 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점입가경이다. 상당수의 ‘당신들’은 학교에서 ‘체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체벌을 금지하는 바람에 학생이 선생한테 대든다.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해도 물리력을 행사해서 중재할 수 없으니 학부모가 나서서 문제의 책임을 다시 선생한테 전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아이들을 최소한 당신들의 더러운 손아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 주었는데, 다시 아이들을 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을 짓은 한 사람은 당신들이지 아이들이 아니다.

사도가 땅에 떨어진 건 아이들한테 경쟁만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구조, 그리고 이를 ‘어쩔 수 없다’며 묵인하는 ‘당신들’ 때문이다. 철저히 반성하고, 이 틀부터 깨야 ‘사도’가 회복될 것이다.

김재욱(金載旭)

*작가, 칼럼니스트, 대학 강사, KBS 드라마 징비록 고전철학자문.
*고려대 국문과 박사
*저서에 “삼국지인물전”, “역사, 어제이면서 오늘이다”외 4권이 있다.

<27일(수) 발행된 주간 영등포시대 창간준비 2호 7면에도 실렸습니다>

김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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