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시대-칼럼]정당의 약속은 公約이 아닌 ‘空約’?
  • 입력날짜 2013-11-21 14: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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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가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은 ‘空約’이 아닌 ‘公約’이어야 한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14년 6월 4일 치러진다. 7개월 남짓 남았다.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은 저마다 지역을 누비며 표밭을 갈기에 여념이 없다. 동창회, 체육대회 등 주말이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은 7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치룰 것인지에 대하여 논의하거나 결론을 낼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이유 중에 하나다.

2012년 12월 19일에 있었던 제18대 대선에서 여야 유력 후보들은 앞 다퉈 정치쇄신을 부르짖으며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했다.

막강한 권력(입법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자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국민 앞에 많은 약속을 내놓고 정권을 달라고 호소했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도 그중에 하나다.

2013년 7월 4일(일) 민주당 ‘기초자치 선거 정당공천제 찬반검토위원회’가 기초의원 및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후 정당 역사상 전례 없는 전 당원 투표를(7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실시해 67.7%의 찬성으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같은 날(7월 4일)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원회 위원장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는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분권을 통한 정치쇄신을 강조하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한 뒤 향후 3회의 선거를 실시해 본 뒤 당시의 정치현실을 감안해서 다시 정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자신들의 세비 올리는 일을 제외하면 모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약속이 이행되는 듯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소한 ‘空約’이 아닌 ‘公約’으로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은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오늘(11월 21일 목)까지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하여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조직적으로 ‘公約’을 ‘空約’으로 바꾸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한 징후의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에 대한 찬반 여론이 양립하고 있는 것이 사실", 7월 26일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 "정치권이 과도한 실적주의 탓에 지나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해야 한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이다.

집권당의 실세인 사무총장과 최고위원의 발언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재약속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그냥 선거에서 재미 좀 보기위해 내놓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준비가 덜된 정당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정당과 정치인이 이해타산에 따라 말을 바꾸고 뒤집어 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야 대통령 후보가 공히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은 여느 정당, 여느 정치인의 약속처럼 쉽게 저버려서는 안 될, 차원이 다른 약속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일부 ‘복지공약’은 돈이 없어서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밝히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며 사과했다. 그렇다면 돈이 아니라 의지만 가지고도 추진할 수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에 대한 약속은 어떻게 지킬 것인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가 지난 7월 9일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는 대통령선거공약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8월 말까지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공언 했으나 당내 반발에 부딪혀 정치쇄신특위에서 당헌. 당규 개정특위로 넘어간 이후 논의가 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영남일보가 대구·경북지역 여론주도층 425명을 대상으로 기초 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75.8%가 찬성, 23.2%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이 국민여론은 ‘기초의원 및 기초단체장’공천제 폐지을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정치쇄신 특위 또한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지난 9월 30일 특위 활동을 마무리했다.

7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향한 시계 바늘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를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이나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와 관련하여 하루빨리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 그 것이 국민과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만약 정치권에서 현행 제도(정당공천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 끌기 꼼수를 부린다면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를 지지하는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기득권에 연연해 풀뿌리민주주의 지방자치를 후퇴시킨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만약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거나 지키기 어려운 이유가 생겼다면 이런 저런 이유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치권의 대국민 약속으로 국민들에 대한 약속은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민주당 정세균 상임고문의 말과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국민에게 약속을 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손학규 상임고문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영등포시대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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