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사설]어떻게 당사자도 모르게 재판할 수 있는가?
  • 입력날짜 2013-12-18 06:55:42 | 수정날짜 2013-12-18 10:23:50
    • 기사보내기 
최소한의 항변권과 반론, 소명할 수 있는 기회는 주었어야 하지 않나?
서울시 교육의원인 필자는 사학특위에 대한 행정법원 재판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힌다.

첫째 12일, 행정법원은 서울특별시의회 사립학교 투명성강화 특별위원회(사학특위)에 정당 소속 시의원들을 다수 선임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사학특위가 심사·의결하게 될 안건이 교육의원들이 다수 구성된 교육위원회에서 할 일이라고 보고 과반수이상의 교육의원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의회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판단입니다. 현재 서울시의회에는 교육의원 8명을 포함하여 총 114명의 시의원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교육의원은 절대적으로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위위원 15명을 선임할 때 교육의원 중 1명이라도 참여 의사가 없으면 특위를 구성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현재 많은 특위에 교육의원이 한 명도 없거나 많아야 3명입니다. 어떻게 특위에서 교육의원이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특위 구성은 문제가 없으나 특위 구성할 때 교육의원을 과반수이상으로 해라'? 도무지 현실성 없는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둘째, 소송을 통해 교사로 복직된 김형태 교육의원의 경우 교원과 교육의원은 겸직할 수 없다며 교육의원이 아닌 김 의원이 사학특위 위원으로 선임된 것은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북한도 아니고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당사자가 전혀 모르게 재판이 진행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이 재판에서 저의 신분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저는 아! 소리 한번 못하고 졸지에 복직한 교사가 되어, 겸직하고 있는 의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당사자도 모르게 재판할 수 있는가요? 최소한의 항변권과 반론, 소명할 수 있는 기회는 주었어야 하지 않은가요?

(1) 저는 복직한 적이 없습니다. 양천고 재단이 복직신청을 하라 했고, 복직신청을 하지 않으면 직권 면직시키겠다고 하여, 시의회 관계자 및 교육청 관계자들과 상의한 끝에, "김 의원이 학교로 돌아가면 교육의원은 일몰제로 묶여있어 재보궐 선거도 되지 않아, 강서 양천 영등포구에는 교육의원이 없게 된다. 당선된 지 1년 만에 학교로 돌아가면 시민들이 얼마나 무책임하다고 말하겠는가?"

2011년 당시 교육청과 시의회가 남아 달라 하여, 양천고 재단이 직권 면직시키겠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공익과 사익 중 공익을 선택한 사람에게, 왜 그 때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느냐? 직권 면직시키겠다는 학교에 왜 사표를 쓰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것은 정말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요?

(2) 저는 서울시교육청이 줄곧 인정한 공익제보자입니다. 부당하게 해직된 것도 억울한데, 승소한 것이 왜 불리하게 작용하나요? 같은 교원임에도 교수는 되고 교사는 되지 않는 입법적 불비 상황까지 왜 제가 책임져야 하나요? 이는 집단 성폭행 당한 사람을 다시 한번 폭행하는 2차 가해이고, 확인사살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3) 제발 월급이나 주면서 겸직하고 있다고 말하면 좋겠습니다. 누가 보면 제가 이중으로 월급 받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승소한 시점은 고사하고, 해직시절, 다시 말해 2009년 8월 24일 이후로 양천고 재단으로부터 단 한 푼의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발 밀린 월급 좀 받아 주세요!

(4) 복직하지 않은 사람을 왜 복직했다고 말할까요? 한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변아무개 행정실장이, 제가 복직하지 않았다고 진실을 말했고, 또한 이미 보도자료 통해 밝혔듯이, 사학연금관리공단과 교원공제회에는 제가 교원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교원이라면 당연히 연금도 부어야 하고 공제회 회비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5) 사학의 경우, 공립과 달리 인사권이 재단에 있습니다. 승소하고도 재단에서 끝내 복직시켜 주지 않아 복직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KBS 정연주 사장도 승소했지만 복직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재판부는 사학특위의 위법성만 판단하면 되지, 기가 막히게도 저의 교육의원 신분 자격까지 판단하는 월권을 행사하였다고 봅니다. 혹 불가피하게 재판의 필요에 의해 하게 되었다면, 왜 저에게 충분한 소명과 항변을 하도록 기회를 주지 않았는지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 아마도 위에서 열거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은 듯합니다. 지방자치교육법을 교과서적으로 해석하여 교원과 의원을 겸직하면 안되는데 겸직하고 있구나 그렇게 판단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학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이고, 부당하게 해직된 해직교사 출신이고, 따라서 공익신고법과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과, 그리고 교육의원 일몰제인 현실, 인사권이 사학재단에 있다는 것, 당시 재단이 직권 면직시키겠다고 한 것, 입법적 불비 상황, 복직 유예 사례, 당시 교육청과 시의회가 복직유예 공문을 양천고 재단에 보낸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 이런 판단은 나오지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이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는 듯이, 조선일보 등 일부 수구언론들은 저에게 또 다시 융단포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도 않고 기사를 일방적으로 편파적으로 썼습니다. 그러고도 언론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럽지 아니한가요?

도대체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보수 세력이 총동원되어 저를 찍어내지 못해 혈안이 되어 있을까요? 제가 비리라도 저질렀나요? 파렴치한 짓이라도 했나요? 검찰에 고발한 것도 모자라, 서울시와 안행부에 감사 요청하고... 그러나 보기 좋게 거절당했네요.
안행부 공문
안행부 공문
 
국제중 등 사학비리 파헤치고, 삼성일가 등 특권층, 부유층의 부정부패를 세상에 드러낸 게 그렇게 눈엣가시이고 괘씸죄인가요?

진실을 말하는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닙니다!!!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다시 말해 바른 소리 쓴 소리하라고 서울시민들이 저를 교육의원으로 뽑아주어 그 일에 충실하고자 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바른 소리 쓴 소리한다고 곳곳에서 탄압하고 핍박을 하네요.

보수 언론과 단체들, 보수 의원들, 심지어 집행부 공무원인 감사관까지... 기가 막하고 코가 막힐 일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그러나 잘 견뎌내겠습니다. 제가 비록 약해보여도 21일 단식을 한 사람이고 13개월 1인시위하여 끝내 검찰수사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지요.

세상을 바꾸는 힘은 '똑똑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직함'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보천리(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 우공이산(어리석은 이가 산을 옮긴다)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역사의 주인공은 임기응변에 능한 똑똑이들이 아니라 올곧음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우공들입니다. 노무현, 정봉주, 노회찬, 정연주... 누가 이들에게 실패자라고 돌팔매질 할 수 있을까요? 저도 헛똑똑이보다 한 사람의 우공이고 싶습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고맙고 감사하게도, 민주진보진영에서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한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 눈물 나게 고마운 소식은,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교육시민단체가 28일, <김형태 교육의원 응원 및 국제중 폐지의 밤> 일일호프를 열겠다고 합니다.

제가 호루라기 재단에서 주는 특별상 수상소감에서도 밝혔듯이, 힘없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되, 힘 있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정활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공이산과 우보천리의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올곧게 걸어갈 것입니다. 정의와 양심이 이기는 세상을 위하여! 말과 상식과 논리가 통하는 세상을 위하여!!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을 안녕하도록 돕기 위하여!!!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