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주-사설]은주가 그림자를 통해서 본 세상
  • 입력날짜 2014-01-20 11: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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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하늘의 그림자 일까? 하늘이 보름달의 그림자 일까?
은주에게,
은주야 그림자놀이를 해 봤니?
상대의 그림자를 잡는 놀이는 해봤지. 서로의 그림자를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놀이 말이야.

그런데 나 자신의 그림자를 잡으려는 게임은 왜 해보지 않았을까? 왜 나 자신의 그림자를 밟는 게임을 생각했을까?

자신의 모습이 반사된 그림자를 밟고, 잡아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을까? 은주야 넌 봄방학 때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아름다운 부둣가에 가서 자연의 숲과 산소와 호흡하면서 하루를 시작해 너만의 시간을 유익하고 아름답게 보냈지.

많은 사람들은 각기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지 어떤 이는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고 또 다른 이는 신문을 읽으면서 시작하기도 하지.

은주야 넌 여유로움 속에서 산책으로 하루하루를 시작했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으로 만들었어,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항상 너와 동행하는 그림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지.

은주는 자기의 분신인 그림자를 분석해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그림자를 통해 상대적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

빛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림자는 빛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 속에 그림자의 존재에도 상대적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이지. 즉 그 어떤 것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반드시 배경이 항상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

보통 사람들은 현재의 모습을 보고 과거를 풀이하고 또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지.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림자를 통해 자신을 반사하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일인 것 같아.

아침과 점심때의 그림자 모습과 크기가 다르고, 태양이 어느 위치에서 물체를 반사시키느냐에 따라 그 물체의 모습과 크기가 달라지잖아.

사람의 형체는 그대로 인데 상황과 시간에 따라 모습이 변하지 아침 다르고 점심때 다르고 저녁에 또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형체는 하나인데 그림자는 시간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현상에 대해 생각해 봤어. ‘보름달’ 이다. 부활절 하늘에 보름달이 떴다. 그런데..... 보름달이 하늘의 그림자 일까? 아니면 하늘이 보름달의 그림자 일까? 물론 상대적이지.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내가 중심이 되거나 아니면 주변사람들이 중심이 되겠지. 또 다른 중심은 물채와 주위 환경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자신이중심이 되어 그림자를 만들고 (casting shadow) 어떤 때는 다른 것들이 중심이 되어 그 그림자 속에서 존재 할 때도 있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잖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림자를 상대적으로 보지 않고 늘 자신이 중심이 되어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이것을 다시 분석해 보면 사람의 환경(그림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어. 반사되는 환경을 그대로 되풀이(repeat)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환경을 바탕으로 더 나은 환경의 그림자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사람들은 대체로 주어진 환경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거나 새로운 그림자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살고 싶어 한다는 거지.

나에겐 아주 친 한 외국인 친구가 있어. 그 친구는 Ireland 에서 미국남자를 만나서 뉴욕으로 이민 온 사람이야 그 친구를 통해 정신건강에 대해 생각해 볼까해.

이 친구는 뉴저지에 혼자 사는 선생이야. 그의 엄마는 Scotland에 살고 있고 친척들이 있지만 가까이에 살고 있는 친척은 없어. 5년 전에 이혼한 친구야. 남편의 외도가 심하고 또 그 사람으로 인해 비춰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증오하게 되었다고 해.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혼자 살기로 스스로 다짐 했었데. 중간에 좋은 사람을 알게 되어 인연을 맺고 연인관계로 발전해 또 한 번의 결혼생활을 깊이 생각하기에 이르렀지.

그러나 이전 환경에서 만들어졌던 ‘그림자’, 새로 만들어지는 가정(환경)에 비춰질 그림자를 밟을 자신의 아들들을 생각할 때 석연치 않은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혼을 포기하고 그냥 서로 만나면서 연인처럼 지내기로 했다는 말을 함께 등산을 하면서 들었어.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이 친구를 존경하게 되었어. 왜냐하면 자신이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살 수도 있고, 또 다른 그림자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으며 또 자신만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주위를 아우룰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은주는 은주의 그림자에 대해서도 생각했어. 은주는 과연 어떠한 그림자와 함께하고 있고 어떠한 그림자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이 왜 그런 그림자가 cast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해. 정신과 분야에서는 이 뿌리분석을 하고 또 사회학자나 역사학 쪽에서도 뿌리 분석하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지. 그래서 공부를 ‘뿌리 깊게’ 하면 매우 재미있는 현상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내 자신을 반사할 때는 ‘한 뿌리’를 볼 수도 있고, ‘전채적인 뿌리’를 보고 분석을 할 수도 있으니까.

얼마 전 여기 동포사회에서 ‘분단된 조국, 통일이’을 issue로 깊이 생각하며 짧은 토론을 벌이고 나름대로 통일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에 옮기기도 했지.

그리고 분단된 내 조국 대한민국이 은주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어 그 생각을 정리하며 아래아 같아

1. 분단된 조국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늘 불안하다.
2. 분단된 조국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늘 ‘민족고아’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3. 분단된 조국을 생각하면 자신만만하게 내 나라는 "한국이다--not just South Korea" 할 수 없고 늘 설명을 길게 해야 한다. 주로 외국 사람들은, Are you from North Korea or South Korea? 하고 묻는다.
4. 조국이 분단되어 있어서 ‘어중이떠중이’ 정치인들이 벌떼처럼 생기는 것 같다.
5. 분단된 조국으로 인해 우리 부모 세대는 너무나 많은 고통을 안고 살아 오셨다. 한에 맺힌 민족, 한의 물로 밥을 말아먹는 민족, 보리 고개를 겪고, 식민지를 겪었으며 한국전쟁을 겪으신 세대이다.

또한 부와 가난을 하늘과 땅 차이만큼을 겪었고, 조금이나마 잘 살고 애 새끼들을 잘 키워 보겠다고 일념으로 미국으로 이민 온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이 분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세상을 등지기 시작했다.

한에 똘똘 뭉친 우리 부모님 세대가 이 세상을 뜨면서 이민 1.5세, 그리고 2세에게 남긴 유산은 이민의 유산, 한 의 유산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민자들도 산산 조각으로 분단되어 있다.

심지어 한 뜻을 가지고 한 가지 일을 하려고 하던 단체들도 작은 분란으로 결벌하는가 하면 교회도, 사회단체도 동강나고 공립학교도 동강 되고 동강(분단) 투성이다.

내가 몸담고 있던 한 협회가 분단되는 것을 나는 직접 보고 겪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고 조국통일이 왜 어려운지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분단된 조직과 우리 조국을 비교하게 되었다.

우리 민족은 협동(Collaboration) 과 협력(Cooperation) 보다는 늘 경쟁(Competition)을 선호해 왔다. 유교사상에 푸 욱 빠져 관례 사상이 만연(rampant) 하다.

인도사람들 처럼 늘 층을 만든다. 이렇게 갈라지기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왜 그렇게 자신의 학벌이나, 재산, 혈연, 지연을 찾는 것일까? 왜 혼자서 스스로 굳게 서려고 하지 않을까?

왜 이러한 crutch를 잡고 살려고 할까? 이것이 분단된 조국의 민족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분단된 민족성 병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 민족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을 참으로 좋아하고 잘 하는 것 같다. 오늘도 우연히 내가 몸담고 있던 어느 기관의 사람이 쓴 글을 읽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자신은 1세 와 2세를 함께 묶어서 평화·조합·협조를 이루겠다고 근사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으나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이 사람이 분단을 주장하고 1세가 되어서 2세 교사를 쫒아 낸 사람이고 늘 편을 가르는 역할을 한 사람, 비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이 어떻게 글로는 자신이 마치 1세 와 2세 교사들을 ‘통일’ 시키는 일을 해 보겠다고 거짓 선언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이렇게 착각 속에서 갈라진 민족성 병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이런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 자신도 불안해 진다.
분단된 조국을 탓해야 하나?
갈라진 조직을 탓해야 할까?
역사를 탓 할까?
이민사회를 탓 할까?
우리 민족성을 탓 할까?

내 그림자 찾기 놀이를 통해 분단된 조국과 분단된 조국이 해외 동포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경쟁보다는 협력하는 우리 국민성을 강조하고자 했어. 끝으로 나도 심리적으로 분단된 물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김은주
*재미동포 2세
*Hunter College –PD
*뉴욕공립학교 과학교사(현)
*뉴욕한미교육회(TLC-CARE) 회장(현)

김은주(뉴욕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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