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은 김재규가 쏜 총성 의미 몰랐다"
  • 입력날짜 2013-03-03 04: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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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전쟁 겪은 세대 이해 없이 ‘종북’ 갈등 풀기 어렵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실제로 많은 것들을 잃었고, 많은 분들이 그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세대들은 아직도 6.25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렵습니다.리고, 그런 집단 경험을 하지 못한 세대는 그걸 집단적으로 경험한 세대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종북’ 논란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6.25를 겪은 세대의 악몽을 본능적으로 되살아나게 만드니까요. 전쟁을 겪은 세대의 트라우마를 이해해야 ‘종북’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갈등 역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지난 2월 19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진행한 알라딘 회원 대상 강좌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이 날 강좌는 총 10회로 기획된 ‘윤 선배, 우리 앞의 삶과 현실을 말하다’ 강좌의 첫 시간으로 50명 규모의 강의실이 꽉 찼으며, 약 60분간의 강연이 진행된 후 40분 가량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 날 강좌는 “내가 겪어온 질풍노도의 시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 해방을 겪고, 선친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재직해 당시 경무대(현 청와대)에 들어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윤여준 전 장관이 살아온 삶은 한 개인의 역사이자 대한민국의 역사이기도 했다. 이날 강연을 통해 참여자들은 전쟁, 4.19와 5.16 군사정변, 5.18 민주화항쟁 등을 학생으로, 기자로, 해외 공관으로, 또 청와대 공무원으로 지내며 지켜본 그의 시선을 만날 수 있었다.

윤 전 장관은 그 시기의 대통령들에 대한 개인적, 역사적인 평가들도 덧붙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과오는 일제 청산을 하지 않은 것, 건국의 이념이 뚜렷이 없었던 것, 그리고 무조건 미국적인 것을 직수입해서 우리의 역사적 배경이나 특성에 맞지 않게 적용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며, “당시 윤 전 장관의 아버지는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상당한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 예측했었다”고 전했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5.16임이 쿠데타임은 분명하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묘했고, 저항하는 분위기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윤 전 장관은 “당시 유럽/미국 학계에는 후진국의 정치발전은 군사 쿠데타를 거쳐서 진행된다는 이론이 있었고, 대학생, 지식인 사회에도 소극적 지지나 동조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당시를 술회하며 “박정희 시대는 빛과 그림자가 극명히 갈리는 시대이지만 군사정권이 한국 근대화 과정에 기여한 점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72년 유신 이후 정부가 부동산 붐을 일으켰고, 땅으로 정치자금을 형성하고, 부동산 투기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그 시기”였다며 “현재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기에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는 김재규가 쏜 총성의 의미를 몰랐다”고 평가했다. “그것은 권위주의의 종말을 고하는 총성이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 체제를 부드럽게 전환해야 할 첫번째 대통령이었으나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답습했고, 그것이 6.10 민주항쟁으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그는 전했다.

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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