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나인, 극장에 미친 영화관주의자 열정
  • 입력날짜 2013-02-22 05:11:28 | 수정날짜 2013-02-22 05: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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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극장이 문을 열던 날 개관식에 온 한 유명 평론가는 극장주를 향해 미쳤다고 말했다. 물론 욕은 아니었다. 그만큼 열정이 많다는 의미였다. 어느 한 분야에 미치지 않고는 전문가가 되기 힘든 것처럼, 극장에 미쳤기에 이런 걸 만들어냈다는 칭찬의 역설적 표현이었다.
"미쳤으니까 이런 극장을 만들지"
사실 그 평론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극장을 둘러보면 누구나 악어마냥 입이 쩍 벌어진다. 영화관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무용담을 들을 때면 그 미쳤다는 표현이 아주 정확하다 싶을 만큼 실감나게 다가올 정도다.

음향과 화질을 위해 쏟아 부은 막대한 투자는 상업적 이윤만을 생각하면 쉽게 엄두를 내기 힘든 부분이다. 대기업도 이런 투자를 잘 하지 않는다.

소리와 화면이 다르다는 것은 아트나인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인데,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도 이를 인증하고 있다.

이전부터 새로운 극장을 구상했던 그는 영화관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그를 말할 때 ‘영화관주의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다.

‘좋은 영화를 완성하는 공간으로서의 극장’을 의미하는 영화관주의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그 가치는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정상진 대표는 온갖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중이다.

개관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늘고 있고, 예술영화 마니아들은 새로운 극장에 높은 평점을 주고 있는 상태다. 상영관과 공존하는 커피숍과 파스타 레스토랑의 맛 또한 관객들을 조금씩 영화관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트나인은 개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아니 그의 표현대로 하면 계속 진화중이다. 사소한 지적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공들이고 교정하는 작업을 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리창 틀이 유광 흰색에서 무광흰색으로 바뀌었고, 유리창에 자외선차단을 위해 진한 썬팅을 해 빛을 차단했으며, 영사 창도 영사실의 빛이 상영관으로 나오지 않게 작업했고, 가장 중요한 영사실의 팬 소리가 상영관으로 유입되는 것을 안쪽에 이중 도어를 설치해 막은 식이다. 개관초기 말썽을 일으킨 상영장비는 바로 교체됐다. 최대한 완벽을 기하겠다는 욕심은 정말 끝없이 진화하고 있는 상태다.

"영화를 보는 이들을 위한 선물, 여지껏 받은 복을 나누는 공간"

그렇다고 그의 열정이 늘 탄탄대로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나름의 고충을 토로한다. “돈 되지 않는 일에 목숨 걸고 일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주변의 사고가 상당히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아트나인도 집안 아무도 모르게 쉬쉬하면서 투자를 유치해 벌여 놓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가 무모함을 멈추지 않는 것은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영혼들을 위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축복을 돌려드리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옥상 정원을 수익 구조로 활용하자는 직원들의 의견도 일축해 버렸다.

“아트나인은 영화를 보는 이들을 위한 선물일겁니다. 제가 여지껏 받은 복을 나누는 공간이지요. 이곳의 오너이자 운영자는 바로 관객일겁니다. 문화공연도 무료로 진행하는 이유도 그 이유입니다.”

아울러 이런 흐름이 확산되는 것도 그가 바라는 것 중 하나다. 아트나인 개관식 때 극장을 찾아온 손님들 중 예술영화관을 만들겠다는 뜻을 나타낸 분들이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개인적으로 예술영화(다양성영화가 안정적으로 선택 받을 수 있는 영화관)관이 모두에게 사랑 받길 기다려 봅니다. 여의도에도 영화사를 운영하는 모 회사에서 예술영화관을 만든 다 약속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유통회사에서도 한다고 합니다.

아트나인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영화를 통해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M영화사와 D회사가 하루 빨리 예술영화관 만드시길...”
▲ 야외상영과 문화 행사 등이 펼쳐질 아트나인의 옥상 정원
▲ 야외상영과 문화 행사 등이 펼쳐질 아트나인의 옥상 정원
 
제주도에도 예술영화관이 필요? "고민되네 또 나설까봐"
적어도 극장에 대한 열의에서 있어 그는 매우 공격적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최상의 영화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지난 1월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지슬>이 제주에서 상영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소식에 불쑥 이런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작게 둥지 하나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급 듭니다. (파주 DMZ) 대성동(마을)에도 극장을 작게 만들었으니 제주라고 못 만들 법은 없겠죠? 50-100석정도면 충분 할 듯한데. 고민 되네. 또 나설까봐.”

아트나인은 일본에도 진출할 생각을 갖고 있다. 협약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이미지포럼이 도쿄 시부야 근처에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되면 한 개관 정도 한국영화전용관을 만들 계획 있는데, 이를 활용해 보려는 것이다.

어쩌면 제주도와 일본에 특별한 영화관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를 말리기보다는 충동질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영화관주의자의 개척정신에 예술영화 관람환경은 더욱 풍성해 질 것 같다.

성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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