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노숙자들이 도우미로 나선 것은!
  • 입력날짜 2012-11-13 05: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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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지 마세요. 따라 가지 마세요.”
“제자리에 가만히 서 계세요.”
“짐은 이리 주세요.”

주말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쉴 새 없이 승강장으로 몰려들었다. 어림잡아 20~30명의 행렬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양손에 짐꾸러미를 든 할아버지,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끄는 비즈니스맨, 아이를 휠체어에 태운 젊은 부부, 신혼 여행을 떠나는 연인, 한국을 관광 온 외국인 등 다양했다. 이들 앞에 성큼 다가선 노란 조끼의 도우미들.
택시친절센터가 시행해온 ‘택시도어서비스’가 ‘환승도우미 서비스’ 라는 명칭으로 코레일측이 이 사업을 넘겨받아 전담하고 나섰다. KTX는 전국 주요 정차역 중 7개 (서울역, 용산역, 대전역, 부산역, 광주역, 순천역, 동대구역)의 역광장으로 확대해 시민 고객에게 친절을 배풀고 있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직접 환승도우미가 되어 택시 승강장에서 고객의 짐을 나르며 환승을 돕고 있다.    © 오영진
택시친절센터가 시행해온 ‘택시도어서비스’가 ‘환승도우미 서비스’ 라는 명칭으로 코레일측이 이 사업을 넘겨받아 전담하고 나섰다. KTX는 전국 주요 정차역 중 7개 (서울역, 용산역, 대전역, 부산역, 광주역, 순천역, 동대구역)의 역광장으로 확대해 시민 고객에게 친절을 배풀고 있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직접 환승도우미가 되어 택시 승강장에서 고객의 짐을 나르며 환승을 돕고 있다. © 오영진
 


‘짐, 짐 들어드립니다’라는 글자를 한글, 영어, 일어, 중국어 등으로 새긴 조끼를 입었다. 환승 승객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무질서하게 택시를 따라가니 가만히 서 있으란다. 그리고는 승객들이 가진 짐을 낚아채 듯 안아들었다.

작은 짐꾸러미는 앞좌석에 싣고, 큰짐은 뒷 트렁크에 쑥 밀어넣었다. 수십킬로그램 될 것 같은 큰 가방도 뱃심을 이용해 가볍게 들었다. 승객들은 도우미들의 날렵한 솜씨에 그냥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코레일(KORAIL·한국철도공사)에서 9월부터 시행한 ‘환승도우미 서비스’이다. KTX 정차역 중 7개 주요역(서울역, 용산역, 대전역, 부산역, 동대구역, 광주역, 순천역)에서 철도 이용 고객이 대중 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행하고 있는 무상 여행서비스이다. 택시 승강장에서 고객의 무거운 짐을 실어주거나 내려주고, 교통약자의 승차지원, 열차이용 및 주변지역이나 고객의 목적지 길 안내 등을 해주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서울역을 자주 찾는 택시기사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고 고개를 갸웃한다. 택시친절센터 회원들이 해왔던 도어서비스 봉사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택시친절센터가 주축이돼 벌여왔던 서울역 도어서비스 도우미들이 사실상 ‘교체’ 된 것이다. 택시도어서비스에 감동을 받은 코레일측에서 직접 이 사업을 떠 안았기 때문이다.

택시친절센터가 서울시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실시해온 서울역 택시도어서비스에 코레일측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서울역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짐을 날라주고 택시문을 열어주는 서비스를 우연히 지켜본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이 서비스를 코레일이 직접 맡아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택시친절센터는 2개월간 코레일측에게 도어서비스 교육을 이수시켰다.

노숙자를 도우미로 활용,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져

특히, 서울역과 용산역의 경우 노숙인을 채용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노숙인으로 구성된 서울역 '다시서기센터' 환경미화원 중 우수인력을 선발했다.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활동하는 환승도우미는 모두 27명. 그 중 9명(서울역 6명, 용산역 3명)은 노숙인이 채용돼 투입됐다.

고객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전 소양교육과 서비스교육을 거친 뒤 현장에 배치된 상태이다. 이들의 근무시간(고객 환승도우미 서비스)은 매일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2교대로 시행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중무휴로 실시한다.

지난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서울역 서쪽광장.한산하던 택시승강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막 도착한 열차와 공항철도에서 내린 여객들이었다. 대부분 큰 가방과 짐 꾸러미를 든 채였다. 사람과 택시가 뒤엉킬 상황에 ‘짐’이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김영진(64)씨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한 줄로 서세요.”
“기사님, 차를 더 앞으로 대세요.”

택시가 설 때마다 김씨는 차문을 열어주고 짐을 대신 실어줬다. 그의 얼굴은 금세 땀에 젖었다. 김씨는 코레일관광개발에 소속된 서울역 ‘환승도우미’다. 열차 승객들에게 택시·지하철 등의 환승 정보를 알려주고 짐을 들어준다.

이달 1일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사실 서울역과 인연은 훨씬 오래됐다. 그는 이곳 노숙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원래 목수였어요. 어려서 고향 충남에서 서울에 올라와 건축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죠.

1970년대 말에는 ‘십장(노무감독)’으로 리비아도 다녀왔어요. 그땐 번듯하게 살았죠.”하지만 90년대 말 직접 건축 도급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하면서 삶이 엉망이 됐다고. 건축주에게 거액을 떼인 탓에 신용불량자가 됐고 집을 잃고 떠돌다 주민등록까지 말소됐다. 그 사이 아내는 병으로 세상을 떴고 '볼 낯이 없다'는 이유로 두 아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행여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그 기분 안 겪어본 사람은 모릅니다.” 그러나 김씨는 '계속 얻어먹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서울시와 코레일이 실시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

코레일관광개발 홍효민 차장은 “김씨가 나이는 가장 많지만 늘 솔선수범해 노숙자 출신 도우미들 사이에선 ‘반장님’으로 불릴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근로능력과 자활의지가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일자리 제공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지자체, 관계기관, 단체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로 노숙인 자활을 위한 다각적인 나눔 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역 ‘불법영업’ 택시친절센터가 뿌리 뽑는다.

택시친절센터가 하반기 사업으로 서울역 등 주요 터미널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택시호객행위 및 자가용운전을 중점 단속할 계획이다. 서울택시의 대표적인 불친절 민원지역으로 꼽히는 서울역 주변의 택시 호객행위에 대해 택시친절센터 회원들이 직접 감시 단속활동을 전개한다. 서울역에서 호객행위를 일삼는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법인택시 기사들이지만 몇 몇 개인택시까지 합세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호객행위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 호객운전자들은 대부분 두배 내지는 세배 정도의 요금을 제시한다. 특히 처음가는 초행길이라는 것을 알고 '미터기를 찍어도 그 정도 나온다.'라고 말한다. 이들의 주요 호객대상이 사실은 절대로 호객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될 외국인과 군인들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택시불친절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여론을 종합해보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 26조의 위반자들 즉 승차거부, 부당요금징수, 도중하차, 장기정차에 의한 호객행위 등 중대 위반에 의한 민원이 대부분이다. 이들 위반자들의 속성을 보면 상습적인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들 극소수의 (5% 가량) 운전자들이 전체 택시기사들의 택시 친절도를 하향시켜 온 것이다.

특히 서울역 인근에서는 콜밴 및 자가용까지 동원해 불법영업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지점이다. 택시친절센터는 이들 호객행위 운전자들과의 전쟁을 치른다는 계획을 잡고 하반기 활동에 들어간다.

오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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