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 사람들-주민추천 인터뷰 - 신길동 학교 지킴이 조문주] “학교 담장 밖 아이들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 입력날짜 2015-12-22 06: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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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담장 밖 아이들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관내 청소년 야간 순찰지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문주, 박경자, 김형수, 유옥순, 황인성 신길5동 청소년지도 협의회 위원들(사진 왼쪽부터)
관내 청소년 야간 순찰지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문주, 박경자, 김형수, 유옥순, 황인성 신길5동 청소년지도 협의회 위원들(사진 왼쪽부터)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 어른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마련 시급”

“학교폭력 학생은 누구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 규모와 관계없이 어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합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학교 지킴이 조문주 씨의 일성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소통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학교 지킴이 조문주 씨와의 인터뷰 총 4회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최종 인터뷰는 12월 14일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대영중학교 앞에서 분식집 이모네를 운영하는 학교 지킴이 조문주 씨는 ‘이모’로 통한다.
분식집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아이들에게 엄마와 이모같이 다가가고 때로는 엄한 선생님처럼 1인 3역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리는 이름이다.

조문주 씨는 “남매를 둔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학교 지킴이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동기에 대해서는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것은 안 직후 그러니까 2007년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이다”라고 밝혔다.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학교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아이가 핸드폰과 시계, 책과 옷 등을 학교 친구에게 빌려주었다고 말하는데 다시 되돌려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라는 대답이 긴 한숨과 함께 돌아온다.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마땅한 대응방법을 찾지 못해 한동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조문주 씨는 “학교 폭력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사춘기를 겪는 아이를 위해 학교 지킴이를 자처했다”라는 말로 학교 지킴이로 활동하게 된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아이와 함께 등교해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직접 보고 들으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라는 학교 지킴이 조문주 씨는 이때부터 “아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조문주 씨가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은 2009년 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아이들이 말하는 일명 ‘지적질’을 시작으로 엄마나 이모처럼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온 학교 지킴이 조문주 씨는 “때로는 반발하는 아이들로 인해 곤혹스러운 경험을 겪기도 했지만 작은 사랑의 표현에도 반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관심과 대화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라며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진정성 있는 대화가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교 지킴이 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자 “강한 반발로 인해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기까지 정말 긴 시간 필요했던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었다며 음료수를 들고 찾아오거나 군인이 되어 휴가 기간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정말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그동안 이루어졌던 소통이 중학생에 머물러 있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교 앞 작은 분식집 이모네는 아이들의 사랑방이자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직접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이들끼리의 대화 속에서 요즘 아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라는 조문주 씨는 “제도권을 벗어나 방황하는 아이, 학교를 이미 넘어선 청소년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아이들이 제도권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 학교를 넘어서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문주 씨는 “요즘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PC방이나 노래방을 찾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말에 이어 “아이들이 청소년 사춘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어른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둔다면 정상적인 학교 졸업을 통해 미래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기성세대들이 아이들, 특히 청소년들과의 진심 어린 소통을 강조했다.

조문주 씨는 자치단체와 관계 기관에 학교 담장 밖 아이들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 조성, 어른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끝으로 조문주 씨는 “빈부의 격차,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주위로부터 소외되고 차별받는 아이들이 공평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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