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사람들 주민 추천 인터뷰]- 대신시장 안경 아줌마 김밥집 김진자
  • 입력날짜 2016-02-22 13: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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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에게 고맙고 미안해, 김밥집 얼마나 더 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
“사실 당시에는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그런데 임대료 받으러 오는 날 그 시간에만 손님이 없었다. 이 가게와 나와의 인연이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안경 아줌마 김밥집 김진자(77세) 씨는 “대신시장 상인, 너나없는 우리로 폐업위기 ‘안경 아줌마 김밥집’ 살려” (본지 10, 11호) 제하의 기사 취재 이후 추가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큰 나무 밑에 나무는 큰 나무의 덕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은 큰 사람 덕을 본다”며 대신시장 상인들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고향이 충남 청양이다”고 말문을 연 김진자 씨는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김밥집을 시작했다”며 서울생활에 대한 소해를 밝혔다.

“서울생활을 시작한 이후 생활의 부침이 심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잊지 못할 일은 47세가 되던 해에 남편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보낸 일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힌 김진자 씨는 “남편을 여윈 뒤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많은 사람이 기도해 주었다. 덕분에 김밥집 장사가 예전보다 훨씬 잘되었다. 그때 조물주가 참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당시 위로와 함께 힘이 되어준 교인과 대신시장 상인들을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중 “감나무에 달린 감도 (햇볕을 많이 받는) 위에 있는 감이 맛이 있고 아래에 열린 감은 맛이 덜하다”는 말로 세상의 이치를 강조한 김진자 씨는 “2015년 4월 건강이 좋지 않아 김밥집이 폐업상태에 놓였을 때 정말 눈앞이 깜깜했었다. 그런데 우리 (대신) 시장 사람들이 자기 일같이 발 벗고 나서서 김밥집을 살려 주었다”며 거듭 대신시장 동료 상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진자 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이런 식으로 김밥집을 얼마나 더 끌고 갈 수 있을지 나이도 있고 걱정이다. 정리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로 현재의 심정을 나타냈다.

2015년 10월경 다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계속해서 치료를 받는 김진자 씨의 김밥집을 주위 상인들과 함께 지켜가고 있는 고추자 씨는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와서 눈으로 보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신시장 상인들은 먼저 말했듯이 의리로 산다. 손님이 들어와도 경쟁하며 얼굴을 붉히는 일이란 없다”며 “김진자 씨가 몸이 완쾌 될 때까지 김밥집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자 씨의 가정사를 다 알고 있다는 듯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중3 손자와 운동을 잘하는 고3 손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엄마 김밥집을 운영하는 최미자(72세)는 두 손자의 미래에 대해 걱정스러운 듯 아이들이 진로에 대해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라고 묻자 김진자 씨는 한숨과 함께 “부자와 함께 상의해서 좋은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대신 시장 상인들은 오며 가며 격의 없는 덕담을 주고받았으며 호칭은 언니 동생이나 이름을 불렸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대신시장 상인들의 특유 순수함과 후한 인심은 21세기인 2016년 도가 아닌 60~70년대 인심 좋은 어느 농촌을 옮겨 놓은 듯했다. 대신시장 상인들의 의리가 끝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많은 구민이 대신시장을 이용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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