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신학교’라는 간판이 아닌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 입력날짜 2016-05-09 07: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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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포먼스 : 학벌을 지우면 사람이 보인다!     © 김형태
▲ 퍼포먼스 : 학벌을 지우면 사람이 보인다! © 김형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운동 벌이겠다

“우리는 왜 그토록 소위 명문대에 몰방하는가? 적성과 능력에 상관없이 무조건 아이를 조기교육하고, 좋은 학원 많다는 동네로 이사를 하고, 등골이 휘도록 높은 사교육비를 감당하고, 교육의 목표가 진정한 인간 육성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상품가치가 높은 기능인을 생산해 내는 공장의 역할을 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모두 좋은 상표가 붙여진 대학공장으로 진학하려고 하고, 진정한 자기능력과 역할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ㅇㅇ학교 출신의 학벌주의가 만연하게 된 것이다”

한 학부모의 이유 있는 항변이자 구구절절 공감 가는 이야기이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제1 요인, '출신학교 차별' 꼽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9년부터 6년간 사교육비 지출 원인 1위는 단연 “취업 등에서 출신대학(학력 학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다. 2위는 "특수목적고, 대학 등 입시에서 점수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 3위는 "대학 서열화 구조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차지했다.

피라미드식 대학 서열화, 출신 대학에 따른 학벌 카스트 등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되어버린 학력 차별 구조가 이제는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대학, 직장, 사회까지 이어지고 있고 점점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똑똑하다고 소문난 우리 국민이 왜 이런 소모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 파괴적이기까지 한 ‘학력 학벌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까? 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이고,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이에 대해, 강지원 변호사는 “학벌 노이로제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대체 어느 나라가 출신학교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가? 이는 공공의 적이다”라고 개탄한 뒤, “학연은 끼리끼리 작당하고 패거리 문화를 조성하는 등 이미 어마어마한 부패의 온상이기에, 학벌 문제를 바로 잡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적어도 고졸 4년 차 임금과 대졸 초임은 같아야 한다. 선진국은 고졸 대졸 차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뿌리 깊은 ‘학력 줄 세우기’ 문화와 그 폐단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입시와 취업에서 학력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고, 교육 당국이 아닌 시민단체가 발 벗고 나섰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26일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10만 국민운동’ 출범식을 열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밝혔다.

송인수 대표는 “일자리 채용 문턱을 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어느새 학력이고, 학력 차별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명문대학에 진학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을 비롯해 사립 초, 국제중,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로 이어지는 학력 고리를 따라가야 하는 실정”이라며 학력 줄 세우기가 보편화했다고 설명한 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용 때 출신학교로 사람을 차별하는 이 관행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학력, 학벌 줄 세우기' 문화와 그 폐단을 없애자

이날 두 대학생의 용기 있는 발언이 있었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다니는데, 어느 순간 주눅이 들어 학교 점퍼 마크를 가리게 되더라. 독수리 날아다니고 호랑이 울부짖고. 대학 와서 그만 길을 잃었다. 내가 청소년 관련 일을 하는데, 학생들이 ‘서성한’ 아니면 안 듣겠다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우리는 이 말 제일 싫어한다. 우리 청춘들은 이제 더 아프지 않고 싶다. 더 힘들지 않고 싶다... 학교가 인생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김민정 학생(명지대)

“고교 들어가 처음 SKY 알았다. 누구나 범접할 수 없는 고유명사라는 것도 집안 친척들이 재수해서 어느 대학 갔니? SKY 나와야 취직되는데, 지방대 나와서 뭐하니? 생각보다 출신 대학에 많은 혜택을 주는 것에 상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SKY 가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SKY 갔으면 나도 비뚤어진 시선으로 사람 차별을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SKY 안 간 게 신의 한 수요, 수능 잘못 본 것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제 정말 출신학교로 평가하지 않고 사람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 김경민 학생(영남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비 부담의 근원적 원인은 교육이 아닌 채용 시장이나 대학체제 같은 사회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국민들과 함께 기업체 채용, 상급학교 입시 등에서 출신학교 차별하는 관행을 막는 법률 제정 운동 전개와 함께 정책과 제도의 개선 뿐 아니라, 시민 속에 있는 학벌 의식을 바로잡는 문화운동도 전개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앞으로 시민 10만명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나서며 ▲입시·채용에서 출신학교 차별사례 수집과 제보 받기 ▲스펙 초월 채용을 약속한 정부활동 모니터링 ▲대학순위 언론보도 금지 등의 세부적인 활동 계획도 밝혔다.

김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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