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탁상행정, 길거리로 내몰리는 어르신들
  • 입력날짜 2013-02-26 05:30:35 | 수정날짜 2013-02-26 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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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단기보호전환노인요양시설협의회 이정환 공동대표
오는 3월 1일 부터는 ‘4,000여명의 생계유지형 종사자들이 모두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해 있는가 하면, '8,000여명의 노인 어르신들은 갈 곳 없이 길거리에 내몰릴 처지에 처해있다’고 한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럴까?

한국단기보호전환노인요양시설협의회(이하 한단협)는 현재 각종 집회 등을 통해 자신들의 절박한 처지를 호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현실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으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후 이를 강행하고 있어 폐쇄 위기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단기보호시설은 아픈 노인을 돌보며 노인요양기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안정적 시설 운영’등을 명목으로 단기보호시설의 자격요건을 강화해 노인요양시설로 전환하거나 9인 이하의 노인요양생활 가정으로 규모를 줄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강행방침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또 보건복지부가 방침을 강행한다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해 한단협 이정환 공동대표를 인터뷰 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21일과 24일 두 번에 걸쳐 이루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우리에게 3년 만에 ‘땅 사고 집 사란다’

-문제가 되고 있는 단기보호시설에 대해 설명해 달라.
“보건복지부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작했을 때 시설 확충을 위해 노인요양시설 분야에 민간이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업설명회를 하는 한편 수익사업이라고 민간의 참여를 부추겼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전국에 산재한 1200여 곳에 이르는 노인요양원 시설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에 부족해짐을 느끼자, 이들 시설들을 대신해 노인들이 연간 360일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단기보호 시설 제도를 마련했다.

단순하게 구분한다면 기존 노인요양시설이 건물과 토지를 자가 소유한 상태에서 비교적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는데 반해 단기보호시설은 도심 속에서 건물을 임대해 시설을 갖춘 후 보통 20~50명의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와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건복지부는 노인요양시설과 관련해 2010년 3월 1일자로 노인복지법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연간 최대 360일까지 이용할 수 있었던 단기보호시설을 월 15일만 이용하도록 하는 한편 단기보호전환노인요양시설에게 3년 내에 건물과 토지를 자가 소유토록 하게끔 법을 개정했다.

그러면서 이 법 개정이전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던, 즉 2008년 이후 보건복지부의 권유에 따라 임대로 사업장을 갖춘 후 신규로 참여한 시설에 대해서는 단기보호 취지에 맞춰 월 15일만 어르신을 모시던지 아니면 3년간의 유예기간을 줄 테니 신법 적용을 받으라고 선택을 제시했다.

당시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방침에 대해 사업에 참여한지 겨우 1, 2년이 경과한 모든 시설장들은 후자인 보건복지부가 내민 3년의 유예기간이라는 선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강요였다.

그 이유로 첫 번째로 단기보호시설은 어르신들을 한 달에 15일만 모셔야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1일 날 어르신들을 받아들인 후 15일이 지난 16일에는 내보냈다가 그 다음달 1일 또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어르신들을 내보낸 다음 15일 동안 시설에 있는 직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보통 어르신 서른 분 정도를 모시는데 간호사는 물론 사회복지사등 15명 내외의 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의 방침처럼 이들 인력에 대해 보름만 고용을 하라는 건가? 보건복지부의 탁상공론일 뿐이다.

두 번째로는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자가 시설 보유가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불가하다는 점이다. 어르신 서른 분 정도를 모시려고 한다면 개정된 법에서는 220평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서울시내에서 이 정도를 소유하려고 한다면 최소한 6~70억이 든다.

어르신 서른 분 정도를 모시면 한 달 매출액이 4,500만 원쯤 된다. 그 돈에서 인건비와 각종 관리비등을 제외하면 천여만 원 정도가 남는데 이 정도 돈 때문에 아무리 사명감이 앞선다고 하지만 몇 십억을 들여서 노인요양시설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겠는가? 당연히 없다.

현재 한단협 소속 회원사들의 경우 2008년경 시설을 시작하면서 당시 5억 원 내외를 투자해 임대시설로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 30명이면 실질적으로는 100평 규모면 모실 수 있는 시설이 되었기 때문이다.

100평 임대 보증금으로 2억 정도에 시설 설치비를 위한 인테리어 비용으로 약 2억에서 3억 들어갔다. 하지만 현재 신법으로는 이 같은 투자로는 어림없다. 건물과 토지를 자가 소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탁상에서 세운 때문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개정안과 관련해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시설은 몇 군데나 되는가?
“전국 400여 곳의 단기보호시설 중 300여 곳은 정부 기준에 맞춰 토지와 건물 소유권을 확보하거나 공동생활가정전환, 또는 폐업했다. 그런데 이들 대다수는 지방에 있다.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100여 곳 중 80여 곳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있다. 전환불가 시설이 100개라는 것인데, 협회에 실제로 142개 시설이 가입해 있고 종사자는 4350명. 그리고 보호하고 있는 어르신은 통계상 8500명이다.”
 
-그렇다면 3월 1일 부터는 현재 142개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당장 내보내야 한다는 것인가
“현실적으로는 그렇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노인요양 시설이 충분해 단기보호시설이 폐쇄 된다고 해도 수급자 어르신을 다 모실 수 있다고 하는데 어불성설이다. 주택보급율이 전국적으로 100% 넘는다고 해도 서울시내 또한 100%가 아닌 이치와 같다.

예를 들어 도봉구에 17개의 시설이 있는데 당장 이들 시설이 폐쇄되면 300여명의 어르신들이 갈 곳이 없다. 그렇다면 이분들은 다른 지역 어디인가로 가야 하는데 도봉구에 있는 어머니를 전라도로 그게 아니면 경상도나 충청도로 보내야 한다는 것인가? 보건복지부는 이걸 이주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산가족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걸 발상이라고 하는 것인데 부도덕하다.

강남구의 예를 더 들어보자. 강남구청에 소속되어 있는 구립노인요양원은 현재 춘천 서면 안보리에 위치하고 있다. 노인요양수급자권자들이 원하는 수요 지역과 공급이 전혀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우를 또 다시 범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개정안을 계속해서 고집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 하는가.
“만약 보건복지부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무리하게 강행하면 노인요양시설 폐업으로 4천여 명에 이르는 간호사 사회복지사등 전문 인력의 대량 실업사태와 함께, 8천여 명에 이르는 도심 속 입소수발 어르신들의 강제 퇴소로 인한 극심한 혼란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도심 속 노인요양시설 인프라의 붕괴로 인해 민간요양시설 운영자의 파산이 속출하는 등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올 것이 명약관화 하다.”

-그렇다면 왜 보건복지부가 굳이 이러한 무리를 감수하면서 까지 개정안 강행을 고집하는 것인가?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008년 법 개정 이전 기존 노인요양시설 운영자들의 눈치를 보건복지부가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한단협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8년 처음 전환시설을 만들기 이전 700여개의 법인시설이 있었는데 이들 시설들은 종교 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이 땅만 마련해 기부체납 방식으로 시설이 설립되었다. 즉 이들 법인이 땅을 내놓으면 지자체와 복지부가 나머지 시설비용을 들여세운 후 운영되었다. 이 때문에 이들 시설 거의 대부분은 시 외곽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7월 1일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 되다보니 이들 시설로 가야 할 어르신들이 도심 속에 위치한 요양시설로 대거 입소했다. 이로 인해 이들 법인이 손해를 보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현재 140여 곳의 미전환 시설을 시장에서 밀어냄으로서 기존 노인요양시설에 그 파이를 돌려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현재 협회에서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단기보호시설이 시장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는 상황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강제로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복지부에 대책을 검토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유예기간을 철회한다고 국가적으로 손해가 되는 것은 전혀 없다. 도심 속에 구축된 노인복지 인프라는 지난 3년간 요양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강화된 시설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단기보호전환노인요양시설을 종전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지금과 마찬가지로 신법에 따르는 요양시설은 100%를 그리고 구법에 따르는 요양시설은 85%를 지급받고 있는 차등수가를 현재와 같이 그대로 적용하여 운영하도록 하면서 도심형 노인요양시설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추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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