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또다시 헌법재판소 법정에 세워졌나?
  • 입력날짜 2016-05-23 11: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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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회장, 국어기본법과 한글전용 정책은 위헌 아니다
'한글'을 우리 고유문자로 정하고 공문서 등에서 한글 사용만을 원칙으로 규정한 국어기본법은 헌법에 위배될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로 손꼽히는 '한글'이 또다시 법정에 세워져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에서는 국어기본법 제3조 등에 대한 위헌 심판 공개 변론이 열렸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위원회(회장 이한동)와 학부모, 대학교수 등 333명은 국어기본법이 한글 전용을 강요하고 한자 문화를 배제해 '언어를 통한 인격발현권'을 훼손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공개변론이었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국어기본법에 따른 어문규범은 한글 맞춤법을 기본으로 해서 어문규범을 따르도록 한 공문서 작성과 공교육 교육과정은 한글을 전용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국어기본법이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학생들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한글을 고유문자로 정하고 공문서 한글 사용원칙 등을 규정한 것이 어문생활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와 ▲초·중등학교 국어 교육과정에서 한자 교육을 배제하는 것이 학생의 인격발현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공개 변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은 19일 기자를 만나,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자라나는 아이들 보기 부끄럽다"며 이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과의 일문일답형 인터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한글전용 정책이 헌재에 올라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청구인들은 20여 년 전에도 같은 주장으로 헌법소원을 냈으며 당시 각하됐다. 그런데도 또다시 헌법소원을 내고 헌재가 그걸 채택해 공개변론까지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1992년 2월 10일 '한글전용 초등 국정교과서 편찬지시처분'에 대해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한글만을 전용하게 되어 있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어릴 때부터 한자 교육이 해져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학교 국어교과서에 한자를 혼용하여야 하는데 이를 교육부 지침이 막고 있어, 청구인의 교육권, 청구인 자손들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일관되게 국어기본법과 한글전용 정책은 위헌이 아니라는 견해인데...

한국말을 한국 글자인 한글로 적기로 한 국어기본법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정상이다. 비정상은 일본제국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70년이 넘었는데도 일본제국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식 교육, 학술, 행정, 법률, 전문용어를 지금까지 그대로 쓰는 것이다.

더욱이 국무총리와 교수를 지낸 사회 지도층이 일본 한자 말을 버리고 우리말로 바꿔 쓸 것을 권장하기보다는 한자 말을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한자로 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비정상을 넘어 반민족 행위이며 죄악일 것이다.

▶청구인들은 한자를 가르치지 않아서 교육받을 기본권을 빼앗겼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국어기본법 어디에도 한자를 가르치지 말고 배워선 안 된다는 조항이 없다. 지금 중, 고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초등학교에서는 자율로 가르치고 있다. 헌법 재판관도 그렇기에 위헌 대상이 아니라는 질문을 공개변론에서 했다.

그러니 저들 주장은 위헌심판 대상이 안 되는 것이다. 오늘날은 조선 시대처럼 한자만 쓰거나 일본 식민지 때처럼 한자를 꼭 혼용하는 시대가 아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와 우리 국어교과서에까지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서 가르치고 쓰게 하자는 저들의 주장은 그래서 옳지 않다.

▶청구인들이 한글전용 정책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청구인들의 주장은 모두 자신들 이익과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광복 뒤부터 끈질기게 한글만 쓰기를 가로막고 있는 저들은 한글전용이 한자말을 사라지게 한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말이란 새로 태어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이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욱이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은 버리고 일본이 못 쓰게 한 우리말을 살려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청구인들은 한자혼용이 관습 헌법이라고 말하는데...

태극기가 우리 국기요 애국가가 우리 국가라는 것은 온 국민이 합의하고 인정하기에 관습 헌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자혼용은 그렇지 않다. 반대하는 국민이 더 많다. 이 또한 이번 공개변론 때 헌법재판관도 관습 헌법이 될 수 없다고 확인했다.

또 저들은 한글전용 정책은 언어 인권 침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수민족 어가 있을 때 못쓰게 하는 법이 있으면 그건 언어 인권 침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 또한 헌법 재판관이 확인한 내용이다. 한국말을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를 싫어하고 가로막는 이들은 한글이 태어날 때부터 계속된 일이고 한글전용과 한자혼용 싸움은 광복 뒤부터 계속된 일이다. 처음엔 중국 한자와 한문을 섬기는 언어 사대주의자들인 집현전 학자들이 그랬고, 광복 뒤부터는 일본 식민지 앞잡이 교육기관인 경성제국대학 출신인 이희승, 이숭녕 교수와 그 제자들이 그랬고 김종필, 이한동 전 국무총리 같은 정치세력과 농심, 대한항공, 효성 같은 친일 재벌과 조선일보 같은 언론 재벌이 한글을 못살게 굴었다.

▶끝으로 더 하실 말씀이 있다면?

이제 500여 년 만에 한글이 나라 글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온 국민이 편리한 말글살이를 하고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도 우리말을 한글로 적어 우리말 발전을 꾀하겠다는 국어기본법과 공문서와 교과서를 한글로 적는 규정이 위헌이 아님이 밝혀졌다고 본다.

헌재 결과를 낙관한다. 제가 볼 때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이고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다. 이것은 지는 해와 뜨는 해, 신구세대의 대결이자, 일제 식민지 시절로 돌아가려는 수구세력과 대한민국이라는 개혁세력의 충돌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더는 이 문제로 국력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방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이것은 정말 젊은 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이제 더는 한글이나 한자냐 글자 논쟁은 끝내고 일본 식민지 때부터 쓰던 법률 문장과 행정, 학술, 교육, 전용용어를 하루빨리 우리말로 바꿔서 우리 학문과 한글 자주 문화를 꽃 피우자. 그래서 잘 사는 나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

본 인터뷰 내용은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의 입장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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