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희 의장 칼럼] 구민을 위한 예산인가, 선심성 예산인가?
  • 입력날짜 2025-09-02 11: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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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을 바라보는 의회의 시각
▲정선희 영등포구의회 의장
▲정선희 영등포구의회 의장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7월 평균기온은 117년 만에 최고를 경신했으며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구민들도 밤잠을 설치는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해 앞으로도 이런 극한의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민들은 냉방으로 인해 급증한 전기요금 부담을 호소하고 있고, 특히 어르신들과 취약계층은 폭염으로 인한 건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냉방시설이 부족한 일부 시설이나 건물에서는 일상생활 자체가 고통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이 지속되는 가운데 과연 구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체감할 수 있는 곳에 쓰이고 있는 걸까?

2025년도 제2회 추경안은 '희망·행복·미래도시 영등포'라는 비전 아래 △희망 예산 114억 원 △행복 예산 63억 원 △미래 예산 256억 원으로 구성되어 기정예산 대비 약 8% 증가한 총 1조 166억 원 규모로 확대되었다. 당시 구청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민생경제 회복과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며 신속한 예산 집행 의지를 밝혔다.

희망 예산으로 분류된 114억 원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복지 체계 구축에 집중되었다. 출산과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부모 급여 및 영유아 보육료 지원 등에 95억 원이 투입되고, 그밖에 장애인 활동 및 시설 운영 지원, 요양보호 가족 휴식제도 운용 등 어르신 지원사업, 정신건강 복지센터 운영 활성화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지원에 편성되었다.

행복 예산 63억 원은 문화·체육·안전 분야에 집중되었다. 공원 조성 등 도심 속 정원문화 확산 사업, 영등포 문래 예술의전당 건립 지구단위계획 변경 용역, 체육프로그램 활성화 등에 배정되었다. 특히 공공 체육시설 등 체육 인프라 강화에만 39억 원이 투입되어 구민들의 건강한 여가활동을 지원한다.

미래 예산 256억 원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프라 구축에 배정되었다. 청년과 소상공인 지원, 일자리 창출 사업, 영등포 사랑상품권과 공공배달앱 '땡겨요' 운영 등에 배정하고 무엇보다 생활 편의시설을 포함한 공공 인프라 확충에 235억 원이 투입되어 지역의 균형발전과 구민의 생활 여건 개선에 활용이 목적이다.

이처럼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은 복지, 경제, 문화 및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편성되었다. 구민들의 복지 증진과 지역발전을 위한 예산편성이라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실제로 우리 구는 청년 인구 비율이 35%에 달하는 젊은 도시이면서도 고령화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대별 맞춤형 복지정책과 문화·체육 인프라 확충도 시급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영등포구의회 의장으로서 지난 6월 제출된 추경 예산안을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했다. 의회는 추경예산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었으며, 770억 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이 과연 구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단기적인 인기몰이를 위한 선심성 예산은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특히 우려되었던 점은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였다. 물론 영유아 보육료 지원 등 복지 예산 대부분이 국비나 시비 지원사업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선택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구비로 편성되는 자체 사업의 경우에는 구민들의 일상적인 불편을 해소하는 생활밀착형 예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장기 투자 사업들의 시급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효율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770억 원이라는 거액이 연말까지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예산 낭비는 없을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특히 공공 체육시설 등 체육 인프라 사업의 경우 공사 기간과 예산 집행 시기를 면밀히 검토해 무리한 연말 집행으로 인한 부실시공이나 예산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영등포구의회 의장으로서 의원들 모두와 함께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263회 영등포구의회 임시회에서는 또다시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상정되었다. 이미 770억 원 규모의 제2회 추경예산이 의결되어 집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은 추경 편성은 예산편성의 계획성과 체계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물론, 이번 제3회 추경 예산안 편성이 정부의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로 마련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재원 확보를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십분 이해한다. 내수가 지속적으로 악화한 상황에서 경기 진작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전 국민에게 소비 쿠폰을 차등 지급하려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도 대응해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민생 소비쿠폰 관련 예산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들의 경우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할 만큼 시급을 요하는 것이었는지 의문이며, 한 해 동안 세 번이나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애초 예산 계획의 정밀함이 부족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회는 집행기관의 예산안을 단순히 승인하는 기관이 아니다. 구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예산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엄격히 심사하고, 필요시 수정·삭감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제3회 추경안에 대해서도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면밀한 검토를 통해 진정 구민을 위한 예산인지, 아니면 선심성 예산인지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화려한 포장지에 싸인 선심성 예산보다는 구민들의 일상 속 불편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알찬 예산이 되어야 한다.

영등포구가 진정한 희망·행복·미래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추경 편성을 통해 소중한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구민들의 실제 요구와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수립 단계에서부터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고, 집행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효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영등포구의회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제3회 추경 예산안을 엄격히 검토하여 의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

정선희 영등포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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