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의 화요칼럼]UN ‘글로벌 AI 허브’ 품은 대한민국, ‘기본사회’의 세계적 표준을 쓰다
  • 입력날짜 2026-03-24 08:10:54
    • 기사보내기 
한국은 과거 최빈국에서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우뚝 선 유례없는 나라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반가운 낭보가 들려왔다. 국민주권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보건기구(WHO) 등 6개 유엔(UN) 산하 기구와 ‘글로벌 AI 허브’ 구축을 위한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이다. 이 허브는 유엔 전문기구들의 인공지능(AI) 역량이 하나로 결집하는 거대한 글로벌 플랫폼이다.

그동안 개별 국가나 거대 빅테크 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AI 기술에 '국제적 공공성'이라는 옷을 입히자고 한국 정부가 앞장서 제안했다는 사실이 무척 고무적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대한민국이 단순한 기술 수용자를 넘어, 글로벌 규범을 선도하는 룰메이커(Rule-maker)로 도약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지금 전 세계 AI 산업의 지형은 철저히 양극화되어 있다. 막대한 자본으로 기술 패권을 쥐려는 미국과 세계 최초의 ‘AI 법’을 통과시키며 규제 주도권을 쥐려는 유럽연합(EU)의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이 첨예한 틈바구니에서 글로벌 AI 허브가 서구권이 아닌 대한민국을 택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과거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우뚝 선 유례없는 경험을 가진 나라다.

이는 선진국이 AI 기술을 독점하여 ‘디지털 제국주의’로 흐르는 것을 견제하고, 개발도상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최적의 가교 국가임을 뜻한다. 특정 강대국의 정치적 논리나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포용적인 다자 협력을 끌어내는 한국의 연성권력을 UN이 높이 평가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새롭게 들어설 글로벌 AI 허브는 단순한 기술 연구소가 아니다. 전 지구적 과제를 풀어나가는 ‘실행 및 거버넌스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핵심은 각 UN 기구의 전문성과 최첨단 AI와 융합하는 것이다. WHO와 협력하여 전염병 확산을 예측하고 의료 소외계층을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ILO와는 AI가 불러올 일자리 지각변동을 분석해 노동자 보호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궁극적인 임무는 자명하다. AI 기술이 소수 자본의 배만 불리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누구나 공평하게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글로벌 AI 허브의 지향점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기본사회’의 비전과 철학적으로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막대한 경제적 부를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필연적으로 AI 주도의 일자리 대체 및 소멸과 극단적인 소득 양극화라는 짙은 그림자를 동반한다. 기본사회는 기술 진보가 낳은 잉여 생산물과 혜택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도록,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인 삶(소득, 주거, 의료, 교육 등)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굳건한 철학이다.

이 글로벌 AI 허브가 한국에 자리 잡는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이 기본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거대한 테스트베드가 됨을 의미한다. 한번 상상해 보자. AI 시스템을 활용해 도로, 교량, 공원 등 도심 공공 인프라에 깔린 태양광 에너지 발전 망을 최적화하고, 여기서 창출된 친환경 수익을 시민들의 기본소득 재원으로 환원하는 혁신적인 로컬 모델. 이 글로벌 플랫폼과 함께라면 AI 혁신으로 창출된 부가가치를 어떻게 공평하게 환원할 것인지 연구하고, AI 기반의 공공 서비스를 어떻게 보편적으로 제공할 것인지 세계적인 표준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안으로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기본사회를 고도화하고, 밖으로는 그 포용적 가치를 전 인류의 보편적 권리로 확장하는 대전략이 완성되는 셈이다.

기술의 거침없는 질주 끝에 닿아야 할 곳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한다. 맹목적인 기술 속도전 속에서, 미국과 유럽 중심의 구도를 다원화하고 취약계층을 보듬는 그 중심에 이제 대한민국이 섰다. 다가올 미래는 인간이 기계에 소외되는 위기의 시대가 아니라, 기술 혁신의 과실을 모두가 함께 나누는 ‘기본사회’로의 전환이어야 한다. 새로 구축될 글로벌 AI 허브가 더 평등한 세상을 여는 든든한 주춧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