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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장을 이겼는가? 속단은 이르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느 날 밤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던진 발언이다. 대통령이 최근 밤잠을 설쳐가며 다주택자를 "마귀"로 몰아가면서까지 열정을 쏟는 부동산 강공 드라이브 덕분에 강남 아파트값이 안정을 되찾는 등 부동산시장 흐름이 바뀌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종료를 선언한 데 이어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 보유세 강화까지 예고되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와 매수 심리가 꺾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이겼는가’는 속단하기 이르다. 강력한 채찍질에 바람 앞에 풀처럼 잠시 고개를 숙이고서 숨죽이고 있지는 않은지, ‘풍선효과’가 어디에서 어떻게 불거질지 모르는 일이다. 자본주의 시장이야말로 살아 스스로 움직이는 생물인 까닭이다. 민주당 정권만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잡겠다”라고 호기 있게 나섰다가 정권의 안위까지 위협받는 역풍에 시달렸던 악몽이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두 번이나 있었다, “자본주의 시장과 싸워 이겨보겠다”라는 강박증이 나은 부작용이었다. 이재명 정권의 부동산 대책에서도 역시 보이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을 이겨보겠다는 강박증이다. 그나마 보수정권에서 집값이 안정되었던 것은,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 채 공급이나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공급 등 시장의 자율적인 작동 원리를 쫓는 부동산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본주의 경제의 초석인 시장에는 자율적인 질서 원리가 자리 잡고 있으니 바로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이다. 자본주의 설계서인 『국부론』의 철학을 담은 저서 『도덕 감정론』에서 그는 ‘자기애’가 자본주의 물질문명을 발전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에 대한 이와 같은 이해와 통찰을 통해 애덤 스미스는 자유민주주의 근대국가 문명을 설계할 수 있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A.로빈스가 같은 민족과 지리적 조건을 가졌으면서도 남북한이 극명한 경제적 격차를 보인 결정적으로 이유를 착취적 제도와 포용적 제도 채택 여부에 있다고 분석한 대로, 대한민국은 애덤 스미스의 그 길을 쫓아 경제발전과 번영을 이루며 오늘날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 하지만 작금에 격화되고 있는 좌우 진영 갈등 속에 상대를 포용하지 않으려는 적대적 진영정치 늪에 빠져들면서 해방 후 80년 대한민국을 받치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흔들려는 움직임들을 염려하는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라는 대통령의 발언 역시 그런 바탕에서 나온 것인가. 대한민국이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국부창출을 이룰 ‘성장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하필 이 결정적 시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 만드는 데 결정적 공헌한 ‘기업 생태계’가 반기업-반시장-반자본주의 정서를 지닌 집권 세력으로 인해 붕괴할 위험에 처해 있다. 그래도 대내외적으론 실용주의 표방하는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그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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