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의 화요칼럼]트럼프의 일방주의와 UN의 침묵 : ‘거대 불확실성’ 속 한국의 생존 전략
  • 입력날짜 2026-04-28 13: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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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중동 위기는 위협인 동시에 낡은 외교 관행에서 벗어날 기회”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2026년의 국제 정세는 우리가 알던 외교적 ‘상식’의 범주를 완전히 이탈했다. 중동의 전운과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결합하며, 한국 외교는 경험하지 못한 길을 강요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집권 2년 차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 힘에 의한 평화'가 자리 잡고 있다. 교역에서 치욕을 느낄 정도로 패권적 강압을 거듭하다 돌연 감행된 대이란 공격은 국제연합(UN)의 중재 기능 상실과 맞물리며, 트럼프 리스크'를 단순한 수사가 아닌 한국 경제와 안보의 실존적 위협으로 돌출시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한 마디로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에 기반한다. 대이란 선전포고는 단순히 핵 억제를 넘어 중동의 지정학적 판도를 미국 우위로 재편하려는 의도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UN을 비롯한 다자주의 국제기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국제법적 정당성보다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규칙이 사라진 자리는 혼돈이 만연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글로벌 공급망을 실시간으로 타격하며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안보의 ’상품화‘는 더 노골적이다. 미국은 동맹을 가치 공동체가 아닌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전쟁 비용을 동맹국들에 떠넘기려 한다. 에너지 및 공급망을 무기화하여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식은 사실상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인질로 잡는 행위다.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기로에 섰다. 이란은 원유 공급원이자 중동의 주요 전략 시장이다. 우리 선박의 억류와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은 즉각적인 유가 상승과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 지표에 겨우 온기가 돌기 시작한 한국 경제에 '고유가'라는 치명적인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압박은 아주 일방적이다. 대이란 제재 동참과 군사적 기여 압박은 한국을 외통수로 몰아넣고 있다. 더 이상 미국의 '선한 의지'나 '동맹의 의리'라는 안일한 틀에 안주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국제기구의 기능이 마비된 지금, 우리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을 넘어 우리만의 ‘독자적 생존 지도’를 그려야 한다.

한미동맹이라는 단일 축에만 의존해 폭풍우를 견디는 시대는 끝났다. 대전환기에 필요한 것은 미국의 행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 갈 길을 가는 '우리만의 전략적 안보 울타리' 구축이다. 한미동맹이 여전히 외교의 핵심축임은 부정할 수 없으나, 트럼프식 거래 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나토(NATO) 및 호주 등 유사 입장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연대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소다자 협력체를 강화하여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우리의 협상력을 키우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경제 안보 확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대비한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유 확충은 기본이다. 이를 넘어 수소 및 신재생에너지로의 체질 개선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에너지와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 경제 논리를 넘어 국가 생존의 문제다. 방위 산업 역시 세계 4위의 수출 증대를 넘어 국가 안보의 실질적 자구책으로서 재정의하여 전작권 환수의 구체적 일정에 나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 있는 실용 외교’다. 미국에는 기여에 걸맞은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당당함을 보여야 하며, 중동 국가들과는 인도적 지원과 경제 협력을 지속하며 안정적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특히 UN의 공백을 틈타 중견국 리더십을 발휘, 지역 안보를 위한 다자 협의체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며 판을 주도해야 한다.

목표는 무너진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는 것이다. 트럼프발 중동 위기는 위협인 동시에 우리가 낡은 외교 관행에서 벗어날 기회이기도 하다. 심판 없는 경기장에서 과거의 규칙만 읊조리는 것은 자학에 가깝다. 트럼프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는 데 시간을 쓰기엔 상황이 너무도 급박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철저히 국익에 기반한 ‘차갑고 냉정한 계산’이다.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타인이 짠 판 위의 말이 될 뿐이다.

박무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사)기본사회 서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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