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외 '노동자' 돕는 한 끼의 식당.. ‘하루’
  • 입력날짜 2012-12-01 05:46:55 | 수정날짜 2012-12-01 10: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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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를 지원하는 희망식당 ‘하루’ 마지막 영업을 앞둔 2호점
겨울이 빼꼼히 고개를 들면서 몸도 마음도 움츠려 드는 지난 11월 중순. 기자는 상수역 4번 출구에서 오십보 남짓 걸어가노라니 건물 2층에 있는 ‘하루’를 만날 수 있었다. 공지영의 '의자놀이'와 희망식당 트위터를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하루’는 기존의 식당을 일주일 중 하루 빌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가 방문한 2호 상수점은 ‘춘삼월’을 임대해 월요일에만 영업하고 있었다.
희망식당 '하루'의 간판     © 김하은
희망식당 '하루'의 간판 © 김하은
다섯 개의 희망식당 하루
현재 서울에 2곳(상도, 상수), 청주, 대전, 대구 총 5개의 희망식당이 있다. 1~3호점인 상도, 상수, 청주점은 통합 운영돼 수익금을 함께 관리하고, 4·5호점은 따로 운영된다.

수익금은 운영비를 제외하고 모두 농성장에 기부하는 희망식당은 상수점을 포함해 서울의 두 곳만 문을 닫고 나머지는 내년에도 계속 영업을 한다.

각 지점에는 한 명의 쉐프와 여럿의 자원봉사자가 한 팀을 이룬다. 우리가 간 곳에는 콜트콜텍에서 일했던 임재춘 쉐프와 20대 자원봉사자 여럿이 있었다. ‘해고는 나쁘다’라고 외치는 임재춘 쉐프를 통해 희망식당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여기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게 되는건가요?
"저희 희망식당은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종 공지나 자원봉사 신청도 그 곳에서 받고 있구요. 이 곳에 있는 학생들 역시 트위터로 신청해서 일일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홍보를 하고 계시는 것이 독특한데, 언론을 통해서 하지 않으시는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언론 홍보를 하다보면 희망식당 본래의 취지를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의도로 오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이죠. 희망식당을 만든 것이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니까 다른 형태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SNS(트위터)를 선택했습니다."

▶하루 식당의 운영방식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이름 그대로 일주일에 하루 운영합니다. 민주노총에서 투쟁사업장을 돕는다는 취지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타 운영에 필요한 재료도 후원받고 그 외의 것은 운영비 내에서 구입하고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노동비(?) 또한 들지 않습니다. 장소는 일반 영업장(가게)의 쉬는 날 빌려서 운영하기에 가스비와 수도세만 내고 우리 2호점의 경우엔 하루 200~300명의 손님이 찾습니다.

▶희망식당이 생기고 난 후 해고노동자들의 입지는 어떠한가요?
"20개가 넘는 투쟁사업장에 매일같이 가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리해고자들이 모두를 위해서 뭐라도 해보자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2000일이 넘어가도록 싸우고 있지만 아직 홍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해고노동자나 비정규직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있고 정보도 부족합니다.

저희 희망식당이 생긴 이유가 노동자들의 현실과 참상을 알리고 극복하고자 함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도움이 되긴 해도 많은 학생들과 어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11월 말이면 1~2호점이 끝나는데 내년 1월에 재오픈을 할 생각이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희망식당의 메뉴. 배추쌈과 함께 모두 한그릇 뚝딱, 비웠다.  © 김하은
희망식당의 메뉴. 배추쌈과 함께 모두 한그릇 뚝딱, 비웠다. © 김하은
▶희망식당의 슬로건인 ‘해고는 나쁘다’는 어떤 의미로 쓰이는 것인가요?
"해고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40, 50대 가장입니다. 이들이 생계를 유지 할 수 있는 사회적 보장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해고 당하는 것은 그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고는 살인과 다름없고 나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슬로건입니다. 정리해고는 말 그대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를 이유 없이 해고하는 것이고 이것이 왜 나쁜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에 알리기 위한 취지가 담겨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당장 대학생들 2~3년 후에 졸업하면 취직할 때 대부분 비정규직이 되고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악순환이 되는 것이고 관심 가지고 바꾼다면 그 고리가 끊어지게 되겠지요.

저희는 저희 자녀세대들에게 이러한 불평등하고 살인적인 사회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점점 비정규직이 더 늘어날텐데 관심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겨주기 바랍니다. 왜 우리가 집회를 하는지, 지금은 희망이 없는 사회인데 청년들이 그리고 가장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의 마음 가짐이 나의 자녀들에게 까지 행복한 미래 선사
인터뷰 전, 따뜻한 된장찌개에 배추쌈을 먹으며 ‘집밥, 엄마밥’이라고 감탄하던 요리의 주인공은 옆집 아저씨같은 순박한 모습의 ‘임재춘’ 쉐프였다. 인터뷰 내내 그는 ‘사람들의, 특히 학생들의 관심’을 반복해서 말했다.
점점 늘어나는 비정규직의 비율에 걱정하며 자신의 딸도 대학생이라며, 학생운동의 중심이었던 청년들이 현재는 ‘개인, 나 자신’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미래와 스펙도 중요하지만 내가 준비되었을 때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사회 체제가 변하지 않은 채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한다면 그 때 후회하면 이미 늦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관심과 마음가짐이 우리 아버지, 나, 그리고 나의 자녀들에게 까지 행복한 미래를 선사할 것이다.

"25일 1호점, 26일 2호점이 마지막 영업을 합니다. 1호점은 오후 여섯시, 2호점은 오후 여덟시까지 정상 영업을 하고, 2호점에서 오후 여덟시 이후 '희망식당 뒤풀이 파티'를 합니다." - 희망식당 트위터 '하루(@hopeharu)'

희망식당 1호점은 25일, 상수역 2호점은 26일에 마지막 영업을 했다. 그들의 하루는 끝났지만 '노동자들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쌍용차 평택공장 앞, 15만 4천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30미터 높이의 송전탑 중간에 농성장에는 한상균 전 지부장 등 쌍용차 노조원 3명이 지난 11월 20일 부터 고공농성의 '하루'가 이어지고 있고 울산 현대차의 송전탑 위에서도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2012년 해고노동자, 비정규직의 문제는 여전히 무겁다.

[이 기사는 한국 NGO신문 4기 대학생기자단 조별취재 기사로 이윤희 신지원 이정은 이신영 김하은 기자 공동취재 입니다.]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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