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문화 탐방]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부군당굿
  • 입력날짜 2016-09-26 15: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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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향우회와 제주·만신, 문화재 지정 위해 노력
혹시 부군당을 알고 계세요?
“부군당이요. 아뇨 모르는데요”
그래요.
“아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큰 은행나무가 있어요. 거시서 예전에는 굿을 제를 지냈다고 들었어요”
부군당 앞에서 행인을 붙잡고 부군당에 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당산역 6번 출구를 빠져나와 주택가 골목을 가로질러 5분쯤 걷다 보면 우뚝 솟은 아파트 앞에 자리 잡은 부군당이 보인다.

홍수 때 마을의 재앙을 쫓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당제를 올리는 부군당은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6가에 자리 잡고 있다.

부군당의 유래는 원래 현 위치에서 우측으로 30m쯤에 큰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는 곳에 터주가리(민간 신앙에서 터주신을 모셔두는 항아리)를 만들어 놓고 조선조 초기부터 당제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나무는 조선 초기 임금님이 쉬어간 곳을 기념하기 위하여 식수한 것으로 이후 동네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마을의 수호신으로 삼아 제사를 지내왔으며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이 일대가 침수되자 동네 사람들이 이 나무 밑으로 피신하여 무사하였다 하여 주변에 부군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부군당 앞에는 비가 세워져 있는데, 비문에는 1450년 4월 8일에 건립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현재의 비는 1974년 4월 15일에 건립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 안에는 아홉 신이 그림으로 모셔져 있으며 오른쪽에서부터 대동할아버지, 대감님, 장군님, 부군할아버지, 산신님, 칠성님, 삼불제석님, 대신할머니, 각씨님이다.

매년 음력 7월 1일과 10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마을의 안녕과 가정 및 주민의 건강을 기원하는 당제를 올리고 있다.

당산동 부군당굿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굿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목적으로 당산동 향우회를 비롯한 마을 토박이들이 중심이 되어 매년 음력 7월과 10월에 진행한다.

부군당굿에 필요한 비용은 굿이 진행되기 약 1달 전부터 추렴으로 조성하고 굿 당일은 당산동의 화주들이 올리는 유례식 당고사를 시작으로 만신이 진행하는 무교식 당굿이 진행된다.

당산동 부군당굿에 대한 기원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오래전부터 굿을 행해오고 있으며 현재까지 당산향우회와 제주, 만신을 중심으로 굿을 보존하고 있으며 관계자들은 부군당굿의 체계적인 전승을 위해 마을 주민의 관심을 촉구하는 한편 문화재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산동 부군당굿은 예전 우물가에서 이루어지던 12거리가 생략된 것을 제외하고는 굿의 절차와 형식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전승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문화로서 전승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산동 부군당 전승의 의미는 유교, 불교, 무속신앙 등 다양한 종교가 혼합되어 있으며
한국인의 민족성,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본 기자가 부군당을 찾은 23일(금) 오후 부군당 앞에는 알 수 없는 자루가 쌓여 있었으며 이는 주민과 지자체의 관심 및 관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요소로 보인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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