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 식판에 양잿물이 포함된 잔류 세제가 묻어있다?
  • 입력날짜 2016-11-21 20: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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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식기세척 시스템
“규정에 의하면 중금속(비소, 양잿물, 계면활성제)이 포함된 세제는 분명 합성세제다. 그런데 학교 급식실의 세제 사용 현황을 보니, 성분이 불분명하고(업체의 화학성분 MSDS 비공개), 합성세제임에도 천연세제인 줄 알고 사용하고 있더라. 사실상 우리 학생들이 매일 양잿물을 먹고 있는 셈이다.”

최명선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서울학부모회(평학서울) 공동대표는 9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교육안전 토론회에서 식기세척 시스템이 학교급식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한 개의 식판을 닦기 위해 애벌세척제, 식기 세척제, 헹굼제까지 세제가 과다하게 사용되고 있고, 채소와 과일도 화학약품(유한락스 리퀴드 등)에 담가 씻고 있다”며 “낯선 이름의 화학성분들이 ‘친환경’이라 불리기도 하고, ‘피부에 닿으면 여러 번 닦으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고 말했다.

수산화나트륨 5% 이상 함유한 세제 사용하는 학교 여전히 많아

식기 세척기의 헹굼 기능이 약한 경우, 식판 등에 수산화나트륨이 남아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현행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서는 수산화나트륨(양잿물)이 5% 이상 포함되면 유독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유독성 화학물질들이 가습기 메이트를 시작으로 물티슈와 치약에도 섞여 있다고 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마당에, 학생들이 매일 먹는 학교급식 식기세척제에서도 유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는 소식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장인홍 의원실에 의하면, 수산화나트륨 5% 이상 함유한 세제를 사용하는 학교가 서울에만 260개 학교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장인홍 의원은 “학교급식 환경이 많이 변화했음에도 식기 자동세척기 및 세제 사용은 크게 변하지 않아 안타깝다. 식기세척기 제조업자와 세척제 제조 판매업체의 비양심과 사용자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며 “세척과 헹굼이 강화된 세척기의 기준마련과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로 서울의 한 학교의 식기세척 과정을 살펴보았더니 사실상 ‘마시는 물 헹굼 작용’이 없었다. 이렇게 대부분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2탱크 식기세척기의 세척과정은 가루비누가 담긴 통에 담가 애벌 손 세척 후 팬벨트를 타고 식기세척기에 들어가게 된다. 첫 번째 탱크에서는 식기세척제용 물비누와 물이 희석되어 세척 후 두 번째 탱크로 들어가면, ‘린스’라고 불리는 헹굼제와 함께 건조과정으로 세척을 마치게 된다. 음용수 헹굼이 빠진 상태로 건조된 식판에는 세제와 린스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서울의 A 학교 ㄱ교사는 “식판 및 식기류에 화공세제와 린스가 묻어 있는 상태에서 헹굼 없이 열풍으로 건조하므로 식판 등에 화공세제와 린스가 남게 된다”고 말문을 연 뒤, “대부분의 학교가 식기 자동세척기 관리를 합성세제 업체에 맡기고 있어 세제 과다사용으로 환경(수질)오염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세척기용 합성세제는 60℃~70℃, 린스는 85℃~90℃ 고온 가열해야 하기에 에너지 낭비도 심하고, 가스 부스터를 사용하고 있어 조리 종사자들도 화상과 유독가스 등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저탕식 가스부스터에서 내려오는 헹굼수 배관 안의 밸브를 헹굼수 공급을 줄이기 위해 막아 놓아, 소량의 물과 많은 양의 린스가 혼합되어 노즐을 통해 분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B학교 ㄴ교사도 “세척기 구조상 다량의 온수를 공급할 수 없으므로 눈가림으로 밸브를 막아 놓고 있으므로 따라서 헹굼 과정에 물을 적게 공급하고 린스를 살포한 후 바로 건조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식물성 천연세제 등도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세척기 및 세제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막강하여 무늬만 천연세제인 합성세제(화공세제)를 3~4종 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이런 잔류 세제가 학생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감사원은 지난 2013년 9월에 학교급식에서 유독물질인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세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세척이 완료된 식판에서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잔류세척제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은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판 등의 세척 시 일정 기준 이상의 수산화나트륨이 포함된 세제는 될수 있는 대로 사용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해 각 시·도교육청에 지시하는 등 학교 급식기구 세척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식기세 척제와 세척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교육 당국의 탁상행정이 큰 원인이고, 일부 학부모들도 눈에 보이는 얼룩에만 집중하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조리사들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식기세척 시스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 절실

최명선 대표는 식기세척 시스템 문제 해결을 위해 “급식실 안전시스템 매뉴얼 제작을 위한 TF 구성 및 급식실 안전조례 제정”을 제안했다. 또한 “위생용품의 규격 및 기준 준수(법규 준수)와 규정 보완이 필요하고, 친환경 세제 사용 권장 및 합성세제 MSDS 성분표시를 정확히(현재는 대부분 성분 미표기) 할 것과 인증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어 “합성세제 과다사용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종의 세제를 단순화하고, 식물성 천연세제를 사용하도룩 하고, 세제업체의 안전불감증을 개선하기 위해, 식기세척기 A/S 및 관리시스템을 강화하자”고 역설했다.

급식전문가인 이빈파 평학서울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세척기를 교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제일 먼저 세척제를 친환경재료(식물성, 과일세척용등)로 사용하는 게 우선이고 린스를 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설 개조나 급식실 환경 리모델링 등으로 재정악화를 일으키기보다는 현 실정에 급식조리원 수를 학생 100명당 1명 수준으로 추가 배치하여 노동강도를 줄이고 애벌세척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생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최근 중금속이 함유된 인조잔디, 우레탄 운동장, 석면 천장에 이어 유해물질 세척제 사용까지 점점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급식종사자들의 안전한 환경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학생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현황을 파악해서 조례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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