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정국의 힘, 고질적인 사학비리 척결하나?
  • 입력날짜 2017-01-09 19:13:00
    • 기사보내기 
남부지검, 양천고 재단 전격 압수수색 및 수사 확대 방침
교사 부당 채용 등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서울 양천고(상록학원)에 대해,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승대)는 업무방해 혐의로 양천고 정 아무개(84) 전 이사장과 임 아무개 교장, S건설 대표 등 5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검찰은 앞서 16일 양천고 행정실·교장실 등과 전 이사장의 자택과 강남 사무실, 그리고 연루 의혹을 받는 S건설도 압수수색을 했다.

양천고는 신규 교원을 선발하면서 S건설 대표의 아들 A씨를 부당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이사장은 S건설이 자신이 소유한 강남의 상록빌딩을 시공해준 대가로 A씨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초반 단계지만 고발 내용을 토대로 어떤 혐의점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채용 대가로 수천만 원이 오간 정황을 확보했으며 다른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감사와 검찰 수사에 따르면, 양천고는 부당한 수의계약을 통해 학교 공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용역계약 규모가 5천만 원을 넘으면 경쟁입찰을 해야 함에도 수의계약으로 청소업체를 선정했으며, 더구나 해당 업체 직원은 오랫동안 정 전 이사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사람으로 양천고가 그의 인건비 지급을 위해 허위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렇게 2011년부터 4년간 학교예산으로 지급된 인건비는 9,700만 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학생들에게 써야 할 학교 돈을 설립자의 팔순 행사비, 법인 업무추진비 등으로 유용했으며, 학교시설관리 직원 3명을 설립자 개인 빌딩에 보내 건물 내부 공사나 수리 등을 하도록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린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교사 부당 채용 등 비리 드러나 검찰에 고발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양천고는 체육교사 신규 선발 과정에서 S건설 대표이사의 아들 A씨가 서류심사에서 점수가 낮아 탈락이 유력했지만, 규정을 어겨가며 부당채용을 한 의혹이 있어 2015년 11월 검찰에 고발했다. 1차 서류심사, 3차 면접심사 모두 전형 자의 이름을 노출한 채 교장이 혼자서 평가했는데, 임 아무개 교장은 부장교사들의 2차 서류심사에서 5배수에 들지 못한 A씨를 5등으로 집어넣었고 또한 자신이 홀로 평가한 3차 면접에서 A씨에게 최고점을 줘 최종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양천고의 교원 채용 비리에 대해, “전형 자의 성명을 노출한 채 채점한 것은 투명성·공정성·객관성을 훼손한 것으로 교장 해임 요구와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는 내용으로 2015년 12월 4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이후, 2016년 8월 18일에는 서울신문이 “교원 채용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양천고 교장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재단에 교장 해임을 요구했지만 1년째 징계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또한, 2016년 9월 12일에는 한국일보가 “검찰에 고발된 지 9개월이 되도록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아 교육청의 고발이 무색한 지경”이라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양천고 사정에 밝은 한 교사는 “교육청이 감사결과를 토대로 고발한 사건이고, 몇몇 언론이 보도했음에도 검찰이 시간만 끌고 있어 수사 의지가 없다 여겼는데, 촛불 정국의 힘인지 이번에 압수수색까지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또한, CBS, KBS, SBS, 연합뉴스, 뉴시스 등 많은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하는 것에도 놀랐다”고 말문을 연 뒤, “기왕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으니 부동산실명제 위반 및 차명관리 의혹 등 양천고의 불거진 모든 의혹에 대해 검찰의 명예를 걸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교육 정의를 실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남세무서는, 정 전 이사장이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하고 차명 관리하고 있다는 탈세 제보가 들어와 세무조사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정 전 이사장의 부동산실명제 위반 및 차명관리 의혹까지 겨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리 사학 대신 사학비리 척결에 앞장서는 사람들 수사하고 있는 양천경찰서

한편 양천경찰서는 위법, 탈법 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등 고질적인 비리 사학인 양천고 재단을 수사하기보다는 오히려 사학비리 척결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을 흠집 내고 탄압하는 수사를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양천경찰서 지능수사팀은 양천고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고발한 서울시교육청 김 아무개 전 감사관과 서울시의회 한 의원 등이 감사결과보고서를 민원인과 주고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내부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천고 한 졸업생은 “양천경찰서는 2008년에도 양천고 급식비리 등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며 “경찰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을 줘도 모자란 데 흠집 내기 수사라니 참으로 한심하다.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왜 양천경찰서는 달라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미카엘이라는 한 누리꾼도 “사학비리 폭로한 이를 법률 위반이라고 그것도 인지해서 조사한 경찰, 그 멋진 인지 능력을 왜 양천고에는 적용 안했을까? 더욱이 예전에도 고발했는데 경찰이 덮었다니 이건 뻔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학개혁국본 한 관계자는 “서울 양천구 소재 상록학원 양천고는 설립 때부터 학교 용지가 아니라 서울시 소유의 공원 녹지 등에 불법으로 지어졌다. 수업하지도 않는 유령 교사를 교육청에 이름 올려 월급을 받아서 갔고, 건축 쓰레기 불법 매립에 의한 벌금까지 학교 돈으로 지불하여 문제를 일으켰다. 학교 통장으로 이사장과 학교장 등이 결재도 없이 자기들 쌈짓돈처럼 사용하다가 발각되었다”며 “각종 비리의 최고 압권은 학교 급식업체 사장을 지인으로 세우고, 이사장이 그 급식업체 사장과 직원들을 데리고 학교 돈으로 제주도와 중국 등으로 여행을 다니다가 적발된 것이다.

이런 각종 비리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의 이사장과 교장에 대해서 수사기관은 무혐의 처분하거나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용섭 전교조 전 사립위원장은 “2010년 9월 서울남부지검은 정금순 당시 이사장을 사기와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를 했고,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금품수수,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고 기간제 교사를 이중으로 임용하는 방식으로 시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부당하게 타내 2011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 원 형을 받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양천고 사학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가 늦은 감은 있으나 그럼에도 이번 수사로 양천고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리 무관용 원칙을 적용, 일벌백계하는 차원에서 엄벌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민주적인 사학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형태 기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