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청장님 할 말 있습니다!
  • 입력날짜 2017-01-25 1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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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강화, 민원 해결 일거양득!
-잘 짜진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 지적 일어
-1시간 30분 신년인사회, 정치인 인사말이 40분?
“구청장님 오목교를 지나 양평역으로 들어오는 길이 좌회전이 안 됩니다. 좌회전을 받을 수 있게 해줄 수는 없는지 한 말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등포구 양평1동 주민-

“전에는 양남사거리에 뉴턴이 안 됐는데 지금은 됩니다. 그러니까...” -담당 팀장-
“그러니까 옛날하고 지금은 다를 수 있으니까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오후에 다시 보고해 주세요”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구청장님 양평2동 구청사는 어떤 용도로 어떻게 쓰실 건지 속 시원하게 말씀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영등포구 양평2동 주민-

“주민복지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양평2동 주민 여러분의 쉼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속 시원하게 말해달라고 했는데 속 시원한 답변이 됐습니까?”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그 추운 날 밤 8시가 넘었는데 직원 몇 분과 함께 우리 동네 골목골목을 돌고 있는 구청장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영등포본동은 소외되었는지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구청장님 감사합니다” -영등포본동 주민-

조길형 구청장 (주민의 칭찬이 싫지 않은 듯) 답변 대신 웃음

영등포구(조길형 구청장)는 2017년 동 신년인사회를 1월 9일(월) 영등포본동에서 시작해 1월 20일 대림3동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영등포구는 매년 주민 대표 10여 명이 참석하던 동 신년인사회(아래 신년인사회)를 주민과 관계자 100~150여 명을 초대해 애로사항을 듣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해법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확대해 진행됐다.

18개 동 신년인사회장에서 접수된 현장 민원은 평균 3건으로 전체 60여 건에 이른다. 간단한 민원은 조길형 구청장이 질문과 함께 바로 답변을 했지만 묵은 숙제나 예산을 동반하는 민원에 대해서는 조치방안 검토, 우선 검토형식의 답변으로 대신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민원으로는 어린이공원을 축소한 후 주차장 신설(양평2동), 단골 민원으로는 영등포전통시장 입구와 주변 노점상 단속(영등포동)·당산동 우체국 앞 지하철 연결통로 연결, 당장 실현이 어려운 민원으로는 지하철 5호선 영등포 로터리까지 연결 등이다.

주민의 질문이 지난해보다 좀 더 자유롭게 이루어진 이번 신년인사회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민원은 쓰레기(폐기물) 무단투기 단속, CCTV설치 요청이다. 이는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과 안전에 대한 구민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구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신년인사회와 관련해 이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민원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이미 잘 짜진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이 이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특히 1시간 30분 일정으로 진행되는 신년인사회에서 짧게는 20분, 길게는 40분 이상 이어진 정치인의 인사말에 대해 자신들의 치적을 홍보하는 장으로 삼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윤준용 구의원은 “주민의 참여를 확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정치인의 긴 인사말은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신년인사회의 경우 정치인은 주민에게 덕담을 주고 주민의 애로사항을 더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신년 초 계획으로 당산1동 동 청사 3층에 운영 중인 전산교육장을 이전하고 그곳에 주민을 위한 문화 공간(쉼터)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범 구의원은 지역의 가장 큰 현안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와 영중로 노점상 단속”을 꼽고 18개 동을 순회하는 기존의 신년회 방식을 2회면 마칠 수 있는 권역별(영등포 갑, 을)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예를 들면 영등포구 갑구와 을구로 나누어 2회로 마치는 것도 방법의 하나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신년인사회의 달라진 점으로 “질문이 자유롭게 이루어진 점”을 들었으며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신년인사회장에 국장과 과장을 포함해 10여 명의 구청 간부가 참석하면서 생기는 구청의 업무 공백, 구청장 주관 신년인사회의 중복, 중요 현안에 대한 불성실한 답변과 형식적인 진행, 정치인들의 긴 치적 홍보, 장소 섭외” 등을 들었다.

2018년 영등포구 신년인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정치인은 인사말을 줄여 참석 구민을 배려하고 잘 짜진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이라는 지적을 벗어나 영등포구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진정성 있는 소통의 신년인사회를 그려본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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