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알고 나니 화가 나고 눈물 난다
  • 입력날짜 2017-04-11 14: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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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서울 마곡중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주기 특별 공개수업
4.16이 다가오고 있다. 아픈 봄이 다시 오고 있다. 그리고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이를 기억하기 위한 '특별 공개수업'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구 마곡중학교 1학년 5반 교실에서 '함께하는 민주시민'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수업연구 동아리 5명의 교사가 공동연구를 통해 구성한 범교과 통합수업이었다. 이 자리에는 50여명의 다른 학교 교사들도 참관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날 시행된 1차시 수업에서,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로 학생들은 '세월호 인양'을 꼽았다. 또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와 '세월호 1000일' 등의 영상을 보면서 학생들은 화가 났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28일, 2차시 수업이 시작되자, 최주연 교사는 전 시간의 활동 결과 발표로 이전 수업과 연결한 뒤, '기억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세월호 관련 영상을 보여주며 간간이 설명을 덧붙였다. 영상에는 '이름을 불러주세요'라는 음악과 함께 단원고 희생자 학생들의 교실, 유가족들이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삼보일배하는 광경 등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서 몇몇 학생들은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모둠 활동 통해, 일곱 가지 사례 제시
학생들은 7개 모둠으로 나뉘어 활동에 들어갔다. 1모둠의 주제는 세월호 관련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 중 하나를 골라서 선한 댓글로 바꿔보기였다. 1모둠 학생들은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기는커녕 이런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악플을 선플로 바꾸는 작업에 몰두했다.

*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짓 좀 그만하자. 안됐지만 죽은 사람은 죽은 거고 산 사람은 산 거다. 살아있는 사람 피 짜내 세금 걷어서 배 인양하자고? 하고 나면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냐?
=> 이런 쓰잘데기 없는 악플 좀 그만 달자.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 어떡하냐. 배를 인양하는 것은 죽은 사람들을 위한 일들 중 하나이다. 이렇게 하면 유가족들에도 위로가 될 것이다.

2모둠의 주제는 희망뉴스 쓰기였는데, 역시 자못 진지한 토의 끝에 "안녕하세요? MTBC 윤영찬입니다. 속보입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앵커, 기자, 학생, 전문가 등 각각 역할을 나누어 발표했다. 뉴스에는 "세월호 관련 책임자들의 비리와 잘못을 밝혀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3모둠의 주제는 주어진 문장을 이용해서 세월호와 관련된 5행시를 써보는 것이었다. '잊지 않아요'라는 단어에 "잊지 말아요 / 지우려고 해봐도 / 안되는 걸 어떡해요 /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저희는 진실을 / 요구하고 밝힐 겁니다."라는 5행시를 발표해 큰 박수를 받았다. 4모둠의 주제는 희생자 중 한 사람을 선택하여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는데, 박지영 승무원을 선택하였다. 왜 박지영 승무원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탈출할 수 있었을 텐데 학생들을 구하다 희생된 그 고귀한 정신에 감동하여 선택했다"고 말했다. 

5모둠의 주제는 생일을 맞이한 단원고 희생자를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그들 입장이 되어, 하늘에서 가족에게 '잘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시 쓰기였다. 5모둠 학생들은 '하늘공원'이라는 제목으로 "잘 지내고 있으니 이제는 상처받지 말라"는 내용과 함께 "생일인데도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시를 낭독해 듣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6모둠의 주제는 세월호 관련 추모시를 골라 성우처럼 낭송하기였는데, 배경음악에 파도 소리를 넣자는 등 고민을 나누고 낭송하자 몇몇 학생들이 눈을 감고 음미했다. 

7모둠의 주제는 가상의 역할을 정해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언니가 되어 동생에게 쓴 편지였는데, 앞부분은 진솔하고 잔잔한 내용으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뒷부분 '함께 진실함과 억울함을 꼭 밝혀주겠다'는 대목에서는 저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세월호 참사 슬픔 넘어 극복의 길로  
수업 후 학생들은 하나같이 이번 수업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다며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ㄱ학생은 "생존자 학생들이 희생된 친구들을 생각해서라도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그런 마음으로 생활해야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수업을 진행한 최주연 교사는 "여러 선생님의 도움으로 좋은 수업을 하게 됐다"며 "세월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토론전문가 유동걸 교사는 "세월호의 아픔과 진실이 아이들 교육현장에서 자연스럽게 공감되고 녹아든 의미 있는 수업이었고 다양하게 적용 가능한 일곱 가지 사례 제시는 세월호 수업을 처음하거나 어려워하는 선생님들께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615공동수업하던 시절처럼 전국적으로 세월호 수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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