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 “오히려 의욕을 꺾는다”

직장인들은 인사평가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10명 중 7명 이상은 인사평가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기업과 중견기업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인사평가 제도에 대한 직장인 인식조사’결과 직장인 75.1%는 ‘인사평가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평가 기준의 합리성’(36.6%), ‘평가과정의 투명성’(38.6%), ‘평가결과의 공정성’(36.9%) 등 모든 항목에 걸쳐 ‘동의한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40%를 밑돌았다.

응답한 이유를 살펴보면 ‘사내정치에 따른 평가’(58.8%), ‘개인 이미지로 평가’(41.2%), ‘연공서열’(35.5%), ‘온정주의적 평가’(27.5%)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원칙 따로 현실 따로인 평가관행이 인사평가에 대한 불신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평가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에 대해 ‘조직공헌도’(37.8%)보다는 ‘평가자에 대한 충성도’(62.2%)를, ‘과정’(29.8%)보다는 ‘결과’(70.2%)를, ‘혁신적 태도’(33.7%)보다는 ‘보수적 태도’(66.3%) 등을 꼽았다.

이는 최근 많은 기업이 도전과 협업, 법령과 규범 준수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무현장에서 이런 원칙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인사평가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상당수 직장인은 의구심을 표명했다. 개인과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응답으로는 ‘회사·개인 모두에 도움이 안된다’가 44.1%, ‘회사에만 도움이 된다’가 34.6%를 차지했다.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16.9%에 불과했다. <개인에만 도움이 된다 4.4%>

인사평가의 동기부여 효과에 대해서는 ‘오히려 의욕을 꺾는다’는 답변이 43.5%, ‘아무 영향력 없다’가 16.5%를 차지했다. <의욕을 고취한다 40.0%> 평가제도가 성과와 역량향상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효과가 없다’(52.7%)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도움된다 47.3%>

인사평가에 대한 불신은 인사관리에 대한 불신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평가결과와 인사관리가 연계되는지를 묻자 61.1%가 ‘연계되지 않는다’고 답했고<연계된다 38.9%> 평가결과가 임금인상과 승진에 반영되는지에 대해서도 각각 절반에 가까운 49.9%와 46.2%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반영된다 50.1%, 53.8%>

대한상의는 직장인들이 인사평가 제도의 효과를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업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평가문화를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인사부서장 700여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상사가 단독 평가하는 ‘하향식 평가’를 적용하는 기업이 51.8%로 절반을 웃돌았다. <다면평가 47%, 기타 1.2%>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별다른 피드백 없거나 단순 통보만 한다’는 기업이 62.7%에 달했으며 결과에 따라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기업은 37.3%에 그쳤다.
실제로 GE,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선진기업들은 코칭 프로그램 도입과 절대평가제 전환 등 평가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강제적 등급 할당과 차별적 보상에만 중점을 둔 상대평가제로는 혁신과 직원역량 향상에 한계가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목표 설정에서부터 결과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평가제도 전반을 혁신하고, 모든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소통해 나가야만 조직과 개인의 성장이라는 인사평가 제도의 본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구시대적 인사평가 관행이 상시야근, 실적중시·규범무시, 도전기피 등 부정적 기업문화의 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창의와 혁신의 기업문화를 추구하려면 문제의 근본원인인 후진적 인사평가관행부터 선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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