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 몸살 '캠퍼스', 가장 많이 발생 공간은
  • 입력날짜 2012-12-14 05: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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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대학교 성희롱ㆍ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발표회 및 토론회’
누군가에는 장난이고 누군가에는 단순히 불쾌한 성희롱 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일생의 변화를 초래할 만큼 심각할 수 있는 성범죄. 남녀가 동등하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기위해서는 서로가 조심해야 하고 ‘규칙’을 어길 시에는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예방책이 더욱 절실한 것이 바로 성범죄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13일(목) 오후2시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8층)에서 ‘대학교 성희롱ㆍ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발표회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실태조사는 대학교 성희롱ㆍ성폭력 현황을 토대로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해 2012. 5. ~ 10.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연구책임자 신상숙)에 의뢰해 전국의 대학교(4년제, 2년제 등)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실태조사는 전국 398개 대학 캠퍼스(유효설문지 수 280개)에 대한 설문조사, 사건 관련 피해자(5명), 대학 상담소의 관계자(5명), 사건 조사 등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대학 교원(5명), 외부 상담소의 전문가(3명) 등 총 24명에 대한 심층면접 조사, 피해 학생 지원 경험 등이 있는 학생들에 대한 초점집단면접(FGI)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실태조사 결과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학교의 대처 역량과 관련하여 별도의 성희롱·성폭력 상담소를 두고 있는 대학은 전체의 약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기구의 연간 예산도 1천만원 미만인 경우가 60% 이상에 달하는 등 관련기구의 운영에 있어 인적·물적 여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상담건수 집계 결과, 별도의 상담소가 설치된 대학에서는 비교적 상담이 활발한 반면, 한 건도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전체의 50%에 이르렀다.

학내 상담기구에 접수된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수를 살펴보면 대학교의 경우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0년 0.8건, 2011년 1.2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였다.

2011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사건 가운데 피신고인(가해자)이 학부생인 경우가 102건으로 가장 많고 교수(36건), 직원(정규직, 비정규직 포함 18건), 기타 25건 등으로 나타났다.

신고인(피해자)은 학부생(126건), 대학원생(24건)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피해양상으로는 언어적 성희롱과 신체적 성희롱이 가장 많지만, 강간 혹은 준강간의 경우 각각 12건, 9건을 차지하고 있어 대학사건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발생장소는 학외 유흥공간이 4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도서관 등의 학내 공공장소(22건), MT, 수련회 등 숙박시설(20건), 강의실(15건)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생-학생 간 사건이 가장 빈도가 높은 데 비해서 실제 사건 처리가 가장 어려운 유형으로 꼽힌 것은 교수-학생 등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는 피신고인(가해자)이 교수 등 고위직인 경우 학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교원의 신분보장을 위한 법, 제도 등으로 학교 당국이 가해자 징계에 소극적이 되기 쉽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피신고인(가해자)이 피해자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하여 피해자가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거나 학교 당국의 사건 조사ㆍ처리 지연으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사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실태조사 연구팀은 학내 성희롱 성폭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학교 당국의 확고한 원칙과 의지, 관련 예산과 전문성을 가진 인력의 확보,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원활한 피해구제 조치를 가능케 하는 자율성에 입각한 피해구제 절차 운영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개별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사건처리에 어려움이 있음을 감안하여 비밀 보장 원칙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 정부기관이 유사사례에 대한 처리경험을 축적하고 관련 법적ㆍ실무적 정보 등을 공유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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