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어촌 소규모 학교,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선 안
  • 입력날짜 2017-07-23 19: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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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7개 교육청, 지난 7일 ‘작은 학교, 위기를 넘어 기회로’ 토론회 개최
점점 사라져 가는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2017 전국 작은 학교 포럼'이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작은 학교, 위기를 넘어 기회로'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열렸다. 이 행사는 국회 교육희망포럼과 강원교육희망재단이 주관했고, 강원·광주·충북·충남·전북·전남·경남 등 7개 교육청이 후원하는 형식으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안민석, 유은혜, 박경미 의원 등이 다수 정치인이 참석해 작은 학교를 살리는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학교가 통폐합되는 바람에 남은 아이들이 더 먼 곳으로 가야만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학교는 단순히 교육기관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효율성 측면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작은 학교 포럼', 또 다른 촛불이자 씨앗"

민병희 강원교육감(강원교육희망재단 이사장)은 이날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전국 작은 학교 포럼'의 출범은 또 다른 촛불이자 씨앗"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우리는 작은 학교에 학생들이 몰려와 큰 학교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작은 학교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교육 생태계가 마을을 지키는 느티나무처럼 천년이고 만년이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이어 "학교 통폐합 실적을 시·도교육청 평가 지표에 넣는 바람에 늘 최우수 평가를 받던 강원교육청이 내가 취임하면서 갑자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며 "작은 학교의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작은 학교 문제를 국회와 정부가 끌어안고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국회와 포럼을 함께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동성 전주교대 교수는 '농어촌지역의 마을과 작은 학교의 상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작은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은 평등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농어촌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마을의 학습 센터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교원과 학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학습공동체를 마을학교에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길재 충북대학교 교수는 출산율 감소가 유·초·중등학교의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점과 관련해 "행정구역별로 지방의 시·군·구 수준에서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가 교육재정 삭감의 논거로 활용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학생 수의 감소와 교육재정의 감소는 선형적 비례 관계를 띄지 않는다"며 "세종시와 같은 신흥 시도의 학생 수가 급격하게 증가함으로써 추가적인 교육재정 소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농어촌 학교, 학교 이상의 기능·역할 해"

대구 강림초 임성무 교사는 "정적규모라는 것이 학자에 따라 그 차이가 엄청나다"며 "300명 이하라는 연구와 400명 이상이라는 연구의 극단적인 차이는 결국 학교라는 곳은 퍼덕거리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는) 지역사회와 학부모·교사·학생의 상호 관계 속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곳으로, 획일적인 적정규모라는 것을 적용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임의로 '적정'하다는 기준을 정해서 모든 학교를 그 기준 속에 집어넣으려는 것은 교육계의 '4대강 사업'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작은학교교육연대 대표 등을 지낸 서길원 경기도 여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소규모학교는 교육적으로 효과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작은 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 대신 교사와 학생 간의 원활한 상호작용으로 맞춤학습과 인성교육 측면에서 교육적 효과가 높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러 학생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는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또래가 부재한 상태에서 동일 학급의 학생이 9학년까지 함께 학습하는 것이 시민교육에 교육적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서 교육장은 "그간의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에 의존한 '학교 규모의 적정화 정책'에서 '소규모 학교의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맞이해 학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마을학교, 학습공원, 학습네트워크 등 미래학교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어 기존의 적정규모 학교 정책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늘 토론회를 위해 멀리 강원도에서 왔다는 한 참석자는 "농어촌의 경우 학교는 학교 이상의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다. 학교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는 인구절벽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진짜 속내는 농어촌으로 가는 재정을 줄이겠다는 경제논리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네에서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수몰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런 절박함으로 이날 포럼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이기에, 국가가 교육을 완전히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만큼 새 정부는 작은 학교 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 참가한 7개 시·도교육청은 정부와 국회가 작은 학교와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가칭 '작은학교 살리기 연대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김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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