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충제 계란, 하루에 126개 먹어도 괜찮다?
  • 입력날짜 2017-08-30 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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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학회 “매우 걱정스럽다” 강력 반발
-식약처 발표, 만성독성적인 영향 “어린아이에 대한 고려 빠져 있다”
-“만성독성 함부로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농식품부와 식약처 이원화, “일원화된 관리 필요”
22일 식품의약품 안전처는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살충제 계란에 대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살충제 수치라면 태어나서 이유식 할 때부터 세상을 뜰 때까지 살충제 계란 2개 반씩 매일매일 드셔도 문제가 없다. 하루로 치자면 성인이 126개까지 먹어도 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아래 식약처)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 나오는 살충제 수치 정도라면 성인이 하루게 살충제 계란을 126개를 먹어도 건강에는 무해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환경보건학회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 식약처의 발표는 국민의 혼란만 가중할 뿐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의 발표 근거가 주로 ‘급성독성’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면서 “계란 같은 경우는 하루에 하나씩 혹은 하루에 몇 개씩 만성적으로 먹는데, 오랫동안 먹는데 그걸 ‘급성적인 독성이 없다’라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앵커의 “독성에 ‘급성독성’도 있고 ‘만성독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최 교수는 “네”라고 답했다. 최경호 교수의 발언에 따르면 “급성독성이라는 것은 먹거나 접했을 때 바로 나타나는 독성을 급성독성, 그 영향이 서서히 오랫동안 노출되었을 때 서서히 나타나는 것을 만성독성”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유해성 평가를 할 때 급성독성이 나타나는 어떤 임계점, 그리고 만성독성이 나타나는 임계점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는데 “현재 정부의 발표에 의한 안전성은 급성독성에 주로 집중이 되어 있고 실제 소통이 되는 정보들도 대개 급성독성이다”는 것이다.

김현정 앵커가 “그러면 한 독성 성분을 놓고도 급성독성적인 면과 만성독성적인 면이 따로 있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최경호 교수는 “그렇다”고 답하고 지금 문제가 된 피프로닐 같은 경우에도 모든 살충제가 신경독성 물질로 벌레와 곤충을 못 움직이게 해서 죽게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즉각적인 급성독성은 주로 신경독성의 형태로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만성적인 독성은 다른 형태의 독성도 나올 수가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예를 들어서 많은 농약이 만성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천천히 환경호르몬처럼 작용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경호 교수는 “이물질도 만성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물론 래트(rat)라고 하는 쥐지만 갑상선 호르몬의 수준을 낮추고 그래서 갑상샘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 게 2년에 걸친 만성노출실험에서 보고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현정 앵커가 식약처의 발표를 설명하고 “이건 만성적인 면으로도 괜찮다고 한 거 아닙니까?”라는 반문에 최경호 교수는 “급성독성에 대한 발표는 문제가 없다”면서 “그런데 만성독성적인 영향을 보았을 때는 사실 몸무게가 낮은 어린아이에 대한 고려는 빠져 있다”고 식약처의 발표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럼 어제 발표와 상관없이 환경보건학회의 전문가들이 보시기에는 만성독성적인 면을 쳤을 때, 고려했을 때 지금 살충제 달걀에서 나온 그 정도 수치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냐는 김 앵커의 물음에 “고노출군, 그러니까 많이 먹는 사람들인 경우에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며 계란에서 측정된 살충제의 농도의 수준이 “정말 우리나라에서 노출될 수 있는 수준의 대푯값이냐고 하는 것을 전제하고 계산을 해야 한다”고 신중히 발언했다.

최경호 교수는 “그걸 전제를 하고 계산했을 때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식약처가 이야기한 2.6개보다 낮은 수준에서도 만성독성이 우려될 수 있는 수준, WHO에서 이야기한 수준과 가깝게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만성독성에 있어서는 함부로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살충제들이 (과거에 계속) 쓰여 왔고 우리가 사실을 몰랐던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우리가 과거에 노출된 양과 과거네 노출된 분들이 어땠는지 정확한 정보 없이 마치 현재 소통되는 정보가 과거에 노출된 분들이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해석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정 앵커가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먹어왔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어떤 종류를 또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걸 단정 지어서 이거면 괜찮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냐”고 묻자 단호한 어조로 “맞다”라고 답했다.

식약처의 “한 달 정도 지나면 몸 밖으로 모두 배출된다. 그러니까 안심해도 된다”는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현재부터 미래까지의 유해성 그리고 또 과거의 유해성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전제하고 계란은 매일 먹는 식품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 계란 안에 존재하고 있는 화학물질과 살충제 성분에 대해서 다 모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작년 조사에서 검출되지 않았던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의 살충제가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것은 “그 물질이 계란에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분석 대상 항목에 안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며 “현장에서 어떤 제품을 썼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어떤 물질이 계란 안에 들어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혀 살충제 계란에 대한 국민 의혹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결국, 정부가 양계형 진드기 살충제로 쓸 수 있는 제품 14가지 정도 외에 다른 물질을 농가에서 자가로 쓰면 그걸 확인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를 몰고 온 것으로 분석되며 장기적으로 확대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최경호 교수는 축산물은 생산단계는 농식품부, 유통이나 소비단계의 위생이나 안전관리는 식약처가 맡게 되어있는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된 체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똑같은 물질, 똑같은 제품에 대해서 두 부처에서 나눠 관리하다 보면 관리의 비효율적인 중첩과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제대로 된 관리, 관리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일원화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지금까지 잘 안 되고 있었던 것이 지금 드러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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