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 휴식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임금 지급해야!”
  • 입력날짜 2018-01-22 17: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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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센터, 대법원 파기 환송 이끌어
아파트 경비원들이 아파트입주자 대표 회의를 상대로 야간 휴식시간에도 사용자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하에 있었으므로 근무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에서 1심과 항소심(이하 원심)은 “경비원의 특수한 근무형태를 고려, 아파트 측이 휴식시간에 이들을 지휘·감독했다는 근거 없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은 근무지 외에 독립된 휴게공간을 제공받았는지, 휴식시간에 자유롭게 수면 등을 취했는지, 휴식시간에 순찰을 지시받거나 근무상황을 감시받았는지 등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고승소 취지로 원심법원에 돌려보내라고(파기환송) 판결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2교대 24시간 근무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야간 휴식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임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임금청구소송과 관련하여 원고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환송이라는 판결을 받아냈다고 18일(목) 밝혔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이에 따라 ‘경비원 임금청구소송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의의를 분석하고 향후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19일 오후 3시 서울복지타운에서 개최했다.

서울시가 2014년 7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설치한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아래 ‘공익법센터’)는 그동안 법률상담과 공익소송, 공익입법 등 취약계층 서울시민을 위한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공익법센터가 대리한 이번 소송 또한 어르신들이 많이 취업하는 아파트 경비원 분야에서 흔히 발생하는 첨예한 법률분쟁 사안을 다룬 무료 법률소송이다.

소송의 주요 쟁점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들에게 야간 휴식시간에 경비초소에서 ‘의자에 앉아 가면 상태(para sleep, 일명 ‘일탈수면’이라고도 하며, 몸은 자고 있어도 머리는 활동하는 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생기면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했다면 이를 휴식시간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원심의 요지이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요지를 살펴보면 ① 원고(경비원)의 경우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야간 휴식시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식 수면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함.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을 통해 야간 휴식시간에 경비실 내의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발생할 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하고, 야간 휴식시간에 경비실 내 조명을 켜 놓도록 함. ㉡야간 휴식시간에 입주자대표회의의 지시로 시행된 1시간의 순찰업무는 경비원마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아 경비원들의 나머지 휴식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된다는 점.

② 또한, 야간 휴식시간에 경비실에서 불을 끄고 취침하는 경비원들에 대한 입주민의 지속적인 민원이 경비원 근무평가의 사유가 되었으며, 이와 같은 근무평가 결과는 경비원들의 재계약 여부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아파트입주자 대표 회의가 관리소장을 통해 야간휴게시간 등에 관한 실질적인 지휘 감독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점 등을 들었다.

결국, 대법원은 아파트입주자 대표 회의가 관리소장을 통해 야간 휴식시간 등에 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여지가 크므로 야간 휴식시간 중 1시간의 순찰업무를 수행한 것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지급 의무를 인정하고, 나머지 휴식시간에 대해 실질적인 근무를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입주자대표회의의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이날 원고 측 소송 대리인으로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전가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경비원의 휴식시간을 판단하는 데 있어 사용자의 실질적 지휘·감독 여부와 더불어 ‘사용자의 휴식시간 보장을 위한 노력 여부’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라면서,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경비원들이 휴식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판례”라고 말했다.

전가영 변호사의 발제에 이어, 김수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문순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국장,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센터장과 소송당사자 1인이 직접 참석하여 판결의 의의와 경비원 휴식시간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공익법센터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아파트경비업에 종사하는 어르신들이 근무 과정에서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권리구제 및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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