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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5동 골목길, 347m 상생문화 펼쳐져 “구청장보고 우리 동네 좀 다녀가라고 써 달라” “지역 주택개발은 천박한 개발 자본주의 병폐!”
“이렇게 한없이 사랑스러운 우리 뚱이, 늘 부족한 할머니라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2017년 9월 1일 서울시로부터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희망돋움마을’로 선정된 영등포구 신길5동 442번지 일대 골목길 담벼락에 새겨진 글귀로, 어르신들이 부모가 자식과 손주들에게 주는 편지(메시지)이다. 11일 오후 7시 신길5동(신길로 13길) 골목길에서 신길 문화 골목 축제가 열렸다. “지역 주택개발은 천박한 개발 자본주의 병폐다”고 주장하며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주민 스스로 마을 주거환경을 바꿔보자”는 뜻을 품은 착한 사람들이 여는 골목 축제다. 이날 열린 골목 축제는 지역 주택조합이 추진하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스스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며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347m의 골목길 담벼락에 메시지를 담은 벽화를 완성하고 여는 화합과 소통의 장이다. “상행 새로운 길을 걷는다”를 주제로 열린 골목 축제는 청년, 신길동 주민, 지자체, 언론, 도시재생 센터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상생의 문화를 함께 만들었다. 품세리 마을 주민 공동체, 골똘 사회적 기업, 벽의민족이 주관하고 청년단체와 기업, 언론의 협력과 후원으로 열린 이번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가치와 문화에 대해 알리고 신길5동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성과 이야기를 전달하여 인식을 달리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 또한 신길5동에 대한 소중함과 스스로 삶터를 지키고 가꾸는 주민의식, 지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지역 주민의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소통의 장이 되었다는 평가다.
11일 본 기자와 만난 신길5동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주택조합 개발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영등포구청의 민원처리와 대응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처음 산 집을 헐어서 새로 지었다”고 밝힌 주민 윤**씨는 “재개발은 주민의 의견을 따라서 진행되어야 한다”며 “재개발 이야기가 처음 나온 15년 전부터 주택조합 개발은 반대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주택조합 개발에 대한 반대의 뜻을 거듭 밝히고 “노후 환경이 꼭 아파트를 지어야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윤**씨는 “구청에 민원을 넣으면 마지못해서 하는 척하고 만다”며 “주민들 입장에서는 아주 큰일인데 구청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혀 주민들의 민원에 대한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어떤 민원에 구청의 반응이 그랬느냐는 질문에 “오래전부터 불법 고물상 철거(신길동 440-90), 주민들의 안전통행 위협하고 주거환경 침해하고 있는 불법 건축자재 판매시설(430-2, 35) 철거 요구 등이다”고 답했다. 66세 박**씨는 “지역 주민과 학생, 봉사단체 등 150여명이 40일 동안 진행해 완성했다”고 소개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집이 노후 되었으면 우리가 고쳐가면서 살면 된다. 지금은 집에서 나오는 소득으로 생활하는데 아파트에 들어가면 우리가 돈을 내고 살아야 한다. 복지, 복지 하는데 우리에게 돈을 주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그동안 우리가 사는 곳을 지키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동안 구청은 모른척했다. 그런데 이런 벽화사업을 구청에서 도와주어서 한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며 “절대 아니다. 우리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며 사업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목요일(9일) 영등포구 부구청장이 다녀갔다. 그런데 새로 당선된 구청장은 투표했지만 얼굴도 모른다. 동네 노인정에서도 인사 안 온다고 하더라”며 “구청장보고 우리 동네 좀 다녀가라고 써 달라”고 당부하며 구청장의 관심을 촉구했다. 박**씨는 “아침 7시부터 오늘 축제를 위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했다. 우리 동네 주민의 힘으로 해냈다”며 “오늘 행사도 주민들이 주인공이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신길5동 한 주민은 “우리 동네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불법으로 쌓아놓은 고물상, 불법 적치물 등 환경을 해치는 요인들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고 “구청에다 수시로 민원을 넣었는데 해결이 안 되니까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며 “주거 환경을 해치는 요소들을 말끔히 해결해 정말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동네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길5동 주민은 “가만히 있어도 죽을 지경인 폭염 속에서도 동네 주민들이 힘든 일 마다하지 않고 학생들을 도와 벽화를 완성해 너무너무 아름다운 거리가 탄생했다”며 “주민들과 함께 뭉치면 산다는 것을 절실히 실감했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신길 골목 축제 사업에 참여한 벽화배달 봉사단체 벽의민족 표정만 대표는 “신길동 주민들이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에 요청해서 참여하게 되었다”며 “총 150여명이 40일, 3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표정만 대표는 “신길 만의 이야기와 상생의 메시지를 벽화에 담음으로써 신길 만의 문화와 가치성을 인지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도시재생의 사례를 만들고 표면적인 도시재생의 범주에서 벗어나 가치가 담긴 메시지를 통한 이면적인 도시재생의 선례를 만들고자 했다”고 골목 축제 사업에 참여한 배경을 밝혔다. 표 대표는 이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벽화에 참여하고, 한 목적을 위하여 서로 협력하면서 상생해 가는 문화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과 어르신이 직접 쓴 신길에 역사와 애정이 담긴 편지를 청년들이 벽화에 담아 신길에 사는 주민들에게 전달하여 서로가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표정만 대표는 “단발적 도시재생이 아닌 주민 자체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를 제안하고, 주민들의 협력으로 신길의 문화와 가치성을 찾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지역 공동체의 시작이다”고 강조하고 “1년에 한 번씩 신길 골목 축제를 열기로 주민들과 합의했다”며 “지속할 수 있는 도시재생을 위해 주민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표 대표는 “골목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는 어르신들이 청년들과 아들딸, 손주에게 보내는 편지(메시지)다”며 “오늘 합창단의 공연은 어르신, 부모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답가다”고 소개했다. 11일 오후 문화 골목 축제가 개최된 신길5동 442번지 일대는 2017년 9월 1일 서울시로부터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희망돋움마을’로 선정됐다. 이후 마을 공동체 이름을 도시재생을 통한 주거환경개선의 희망을 품고, 뜻을 세우고, 이루고자 하는 ‘신길품세리마을공동체’로 정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347m 미터의 골목길이 새롭게 태어났다.
박강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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