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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과태료 앞세운 구청의 갑질”
영등포구는 5월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영등포시장 북문 일대 점포 55곳에 대해 불법 설치물을 철거하고 적치물을 정비했다.
영등포구는 5월 31일 “영등포시장 북문 일대 보행로, 50여 년 만에 주민에게 환원”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영등포 깡통시장부터 영등포 기계공구상가 구간 보도상 불법 가설물과 적치물을 정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으로 탈바꿈한다”고 밝혔다. 영등포구는 “정비 작업은 사전 자진 정비 안내와 행정대집행 예고로 상인들이 스스로 물품과 설치물을 일부 구간 정리해 물리적 충돌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영등포구는 “주변 지역의 개발과 새로운 주민 유입 등으로 잦은 민원이 발생하고 상인과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심화해 구 차원의 체계적인 보행환경 개선사업이 필요했다”고 밝히고 “철거에 앞서 올해 초부터 영등포 상인회와 임원진 면담, 간담회, 회의 등을 10여 차례 진행, 설득과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영등포구는 철거작업을 마치고, 차도 포장, 보도블록 공사와 수종제거 등 훼손된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정비구역을 영등포 기계공구상가까지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5월 31일 오후 영등포로53길 철거 현장에 본 기자를 만난 철거용역업체 관계자 역시 “불법 설치물과 적치물의 철거가 별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오전까지 철거를 강력히 반대하던 4개의 점포주도 오후 들어 모두 철거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구청의 ‘갑’질이다”고 주장하며 영등포구청 및 철거용역업체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상인들은 “불법 시설물에 대한 부분은 모두 인정한다”라면서도 “공권력(과태료)을 앞세운 갑질이다”고 거듭 주장했다. 상인들은 “전 구청장이 세금을 들여 간판을 정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세금 낭비다. 구청장이 바뀌고 나서 생기는 사단이다”며 “왜 사람이 바뀌면 앞사람이 한 일을 다 바꾸고 없애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2명의 상인과 불법 설치물 철거에 대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모여든 상인들에게 여러분과 합의로 진행되고 있는 철거를 두고 구청의 갑질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본 기자의 지적에 “구청에서 공무원이 나와 철거에 동의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상인들의 의견을 과태료를 앞세워 무시한 것이 갑질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한 말을 신문에 내도 괜찮겠냐는 물음에 “내도(써도) 좋다”라는 답변이 거침없이 돌아왔다. 상인 7~8명은 한목소리로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과태료를 물어가면서 장사하겠다고 철거를 반대하며 몸싸움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거듭 “과태료를 앞세워 상인의 입을 막고 철거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철거 후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비가 내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밝히고 맞은편 상가로 향한 한 상인은 어지럽게 엉켜있는 전깃줄과 담벼락에 설치된 전기 스위치 그리고 두꺼비집을 가리키며 “이런 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이 동네가 재개발 지역이다. 재개발이 이루어질 때까지만 이라도 이대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지만, 구청의 방침은 불법 시설(설치)물이라 철거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고 주장했다. 상인은 “구청에서 전기선만이라도 안전하게 정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상인들은 “철거가 끝나면 (서울시 지원금으로) 보도블록과 도로공사를 새롭게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무리 서울시로부터 받은 돈이지만 그것도 시민이 낸 세금이다. 재개발 예정지인 이곳에 시민의 세금을 굳이 쏟아부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인은 “전통시장 안에 점포를 하나 더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만약 점포가 이곳에 하나뿐이었다면 지금같이 순순히 철거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이곳에서 50여 년 이상을 장사한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서 구청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상인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 지역은 아직 재개발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철거작업을 마치고 차도 포장과 보도블록 공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그러나 상인들이 주장하듯 서울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 하는 공사가 아니라 보행자의 보행권 확보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진행되는 공사다”며 진행 예정인 공사의 성격을 분명하게 밝혔다.
전기선이 정리된 모습(오른쪽), 상인들이 아직 찾아가지 않은 간판(6월 10일 오전 현재) Ⓒ영등포시대
10일(월) 오전 다시 찾은 이곳은 철거 당시 어지럽던 전기선 등은 다소 정리가 되어있었다. 본 기자를 다시 만나 상인들은 “철거용역 업체가 와서 정리를 해주고 갔다”고 밝히고 “전기선도 중요하지만, 철거 당시 뜯어낸 간판은 구청에서 다시 달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강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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