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대통령은 응답하라!”
  • 입력날짜 2019-06-21 11:26:29
    • 기사보내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20개 연대단체와 기자회견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20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대정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대통령은 응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거나 이름을 올린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와 함께하는 20개 연대단체(아래 연대단체는)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장애인의 사람으로서의 가치 실현을 위한 올바른 장애등급제 폐지와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요구해왔다”며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어떠한 책임 있는 답변도 내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대단체는 “정부가 7월부터 시행하는 장애등급제 폐지에는 장애인을 단순히 2등급으로 심한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장애인으로 나누고 있어 장애등급제 폐지의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며 “장애를 평가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하나의 문항들로 모든 장애 유형을 포괄할 수 있다고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대단체는 “여당인 민주당은 연대 측에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상황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수차례 밝혀 왔으며, 언론에 보도한 바 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대안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에 시각장애인의 욕구와 특성을 고려한 문항을 검토할 것이다며 연대에 기다려 주라고 요청해 왔다”며 “그러나 7월에 시행되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대통령은 응답하라! 대정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연대단체는 “‘사람이 먼저다’라고 강조하는 정부가 시각장애인들을 투쟁으로 모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규탄한다”고 밝히고 “한 번도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은 적 없는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연대단체는 “시각장애인들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단지 일상의 권리가 보장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시각장애인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시각장애인의 복지를 권리로 보장하지 않는 가짜 등급제 폐지 중단할 것 ▲시각장애인의 장애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서비스 지원 종합인정조사를 할 것 ▲시각장애인에게 연령 제한 없이 충분한 자립 생활이 보장되는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를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장(아래 김경숙 회장) 김경숙 씨는 “연애편지를 써 본 게 언제인지... 그런데 어젯밤 대통령님께 드리는 편지가 눈물의 편지가 되었습니다”로 시작하는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

김경숙 회장은 “결혼을 하고 아들 셋을 낳았는데 어쩌다 보니 두 아이가 시각장애라는 걸 알게 되었다”면서 시각장애인 키우는 엄마의 심정을 상세히 전하고 “대통령께서 2012년도에 약속하신 ‘장애등급제 폐지’ 첫 번째 공약사항에 사실 기대를 하고 있었다”며 “장애인을 소나 돼지처럼 등급을 나누지 말고, 진정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받자는 취지의 장애등급제 폐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경숙 회장은 “다음 달부터 시행하려는 내용을 보니 기가 막혀 뭐라 말할 수 없는 형편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며 “보건복지부 정책국장 이하 담당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우리 시각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인식 없는 태도에 부모들은 화가 났다. 이렇게 의식 없는 사람들이 무슨 정책을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김경숙 회장은 “지난 수요일 우리 부모들은 기자회견을 계획하였다가 청와대가 며칠만 참아달라는 요청에 응했다. 그러나 아직 청와대는 답이 없다. 더는 아픈 부모들을 화나게 하지 마시라”며 “잘못된 서비스 종합인정조사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숙 회장은 “대통령님께서도 우리가 막무가내로 떼만 쓰는 아이가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의 요구에 대한 답변을 조속히 해주실 것을 바란다”며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은 응답하라!”는 구호를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을 마쳤다.

박강열 기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