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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해고를 당했다. 너무 흔한 일이라 뉴스거리도 아닌데 여기저기서 기사가 나오더니 한겨레신문 사설까지 나왔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내부 비리를 고발한데 대한 보복 해고였고, 또 하나는 몸이 아파서 병가를 냈는데 무단결근 처리했다는 점이다. 병가도 안받아주는 나라. 그게 이 나라의 최고 기업 KT의 부끄러운 속살이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아픈데 약을 먹으면서 출근하는 것이라고 말해서 그 외국인이 놀란 것보다 더 놀란 적이 있다. 어지간히 아프면 일단 출근해야하는 나라다. 그래서 근속상이란 것이 있다. 10년 근속 상패를 집안에 자랑스럽게 걸어 놓아야하는 노동자가 우리다. 해고자는 KT의 노동자이자 KT새노조 위원장 이해관이다. 그는 나의 친구이기도 하다. 90년대초 한국통신에서 같이 근무하고, 함께 노조활동을 하다가, 함께 해고까지 당한 인연으로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는 친구다. 그래서 나는 이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아주 잘 안다. 오래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다. 앉아있기도 힘든 적이 많았다. 아파서 잠도 못 잤다. 척추수술에서 최고라는 ‘ㅇㄹㄷ 병원’에서 척추내장염이란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기 힘들다고 했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됐다. 이위원장이 보여준 그 병원의 MRA 사진에는 새카맣게 타버린 것 같은 디스크가 나와 있었다. 그 뒤로도 건강검진 때마다 허리 사진에서 이상증후가 나타났었다. 추간판탈출증, 척추의 퇴행성 변화, spondylosis(척추증), central dural sac indentation 등 진단명도 다양했다. 고질적인 허리통증은 소회불량까지 불러와서 요통이 심해지면 밥도 못 먹고, 두 팔이 얼음장처럼 차가와 지기도 했다. 너무 힘드니까 병의원은 물론이고 허리 고친다는 곳은 어디라도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도와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다가, 2009년 안양에 현재의 한의원을 개원하면서, 마침 안양에 사는 이위원장을 지속적으로 치료하게 되었다. 침, 봉침, 한약, 추나 등,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동원했다. 약간 호전되어서 좋아하다가 다시 악화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던 중 이위원장은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를 케이티가 주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국내전화에 국제전화 요금을 청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작년 2월에 이 사실을 폭로한 후 7월에 집(안양)과는 시외버스로 2시간 반 거리인 가평지사로 발령이 났다. 두 말 할 것 없이 보복성 발령이다. 나는 이위원장의 허리 상태로 볼 때,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능하고 계속 출퇴근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충고해줬다. 몇 달 뒤 이위원장은 꼼작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서 병원으로 찾아왔다. 도저히 출근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병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진단서를 발급해주었다. 그런데 KT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고 해고시켰다. 그리고 그 사유 중 하나를 신빙성이 없는 진단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자기들이 국제전화요금 가지고 장난하니 남들도 다 그리 사는 줄 아는가 보다. 황당하지 않은가? 병가를 내는데 진단서가 꼭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아프면 전화해서 병가 내달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거기다 의료인의 진단서가 첨부되었다. 진단서에 계속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 악화될 것이란 설명도 친절히 해주었다. 그런데도 결근이라고 해고시키는 KT다. 진단서는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나는 국가가 인정하는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가 주관하는 국가고시를 통과해서 한의사라는 공인된 의료인이 되었다. 의료인은 환자의 치료 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합법적으로 확인시켜주는 진단서를 발급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우리 한의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는 국가기관이 공인해주는 것이다. 신뢰성 운운한다면 KT는 무엇으로 직원들의 건강을 판단할 것인가? 이 정도의 행태를 보면서 KT에서 지난 몇 년간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다는 얘기를 다시 떠올린다. KT는 지금이라도 이위원장의 건강을 정확히 인식하고 근거리로 복직을 시켜서 건강을 회복하면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죽어간 노동자들의 사인을 의학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재조사 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의 건강을 해할 수 있는 근무 조건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의 KT 경영진의 행태를 볼 때, 이 일은 어쩌면 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자의 몫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도 이 위원장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출퇴근이 쉬운 지역으로 다시 인사발령을 내라고 결정했지만 케이티는 이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감사원은 이 위원장의 폭로가 확실한 공익신고라고 인정했다. 케이티의 해외착신번호는 없다는 점을 밝히며 케이티가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국민기업을 참칭하며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관심 쏟기전에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성 으로 해고한 이해관 위원장을 먼저 가슴에 품는게 소위 국민기업이라는 KT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 한다. 글쓴이 : 박호 (동의한의원 원장, 안양 중앙시장내 동의한의원 사거리, 031-465-7777)
박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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