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학교 가기 무서워요”
  • 입력날짜 2021-10-12 09:30:27
    • 기사보내기 
통학로에 허가받은 액화가스취급소•판매소의 운명은?
영등포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엄마 학교 가기 무서워요”, “학교길은 폭탄 길”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등포구청이 영등포초등학교 전교생의 통학로이자 스쿨존에 액화가스취급소•판매소 신축/판매 허가를 내주었다가 취소한 후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오락가락 행정으로 사업자와 학부모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영등포구는 영등포초등학교 전교생(260여 명)의 통학로이자 스쿨존인 도림로 379(도림교가 밑), 영등포초등학교 직선거리 165m 지점에 액화가스취급소•판매소 신축/판매 허가를 내주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통학로에 위험시설이 들어서면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영등포구는 “국민의 생명보호 및 재산상의 위해방지와 재해 발생 방지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된다”라는 이유를 들어 각각 허가를 취소했다.

이번에는 판매 사업자가 반발했다. 사업자는 각각의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4월 24일 승소했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사업자는 구청의 허가를 받은 후 이를 믿고 건물을 매수해 기존건물을 철거한 후 판매시설 신축공사를 시작하여 상당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를 취소할 공익상의 필요보다 그 취소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훨씬 더 크다”며 “이 사건 각 취소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영등포구청이 즉각 항소해 11월 10일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영등포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허가 취소와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10월 8일 일제히 “유일한 통학로에 LPG가 웬 말이냐!”, “구청은 업자와 협상 과정을 공개하고 LPG 허가 과정을 공개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영등포구청 앞, 영등포구의회 앞, 김영주 국회의원 지역사무실 입구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기자를 만난 학부모들은 “현장에 한 번만 와봤어도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영등포구청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초래한 결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편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을 해봤다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공무원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초래한 결과로 이는 구청에서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도림동 주민과 각 단체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하고 있다. 여러 단체에서 힘을 보태주기로 했다”라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라면서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등교 거부도 불사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도림동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액화가스취급소•판매소 신축/판매 허가 과정을 살펴보면
영등포구는 액화석유가스 판매사업의 적합 여부를 서울남부교육지원청, 영등포소방서 등 15개 관련 부서 및 기관과 협의를 했다.

협의 과정에서 영등포구청 재무과의 조건 부여를 제외하고 나머지 14개 관련 부서 및 기관은 허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영등포구청 재무과는 “도면상 표시된 차량 진•출입로 위치는 보도를 횡단하는 진•출입시설로써 반드시 도로점용 허가를 사전에 득한 후 설치하여야 한다”라며 “보도 횡단 진•출입시설 허가처리 지침’ 준수 등의 취지의 조건을 부여하여야 한다”라는 등의 조건을 부여했다.

관계자들은 “승인과정에 아이들 안전을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라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경시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영등포구청의 액화가스취급소•판매소 신축/판매 허가, 취소, 소송 패소, 항소로 이어지는 이번 일의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박강열 기자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