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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의 영등포공원 느릿느릿 걷기]
사립문을 나가면
여름에는 상추를 길러 먹고 가을에는 배추와 무를 심었던 밭이었고 동네 벌판으로 이어졌었습니다. 눈이 내리면 신작로까지 온통 하얬고 잠에서 깨면 달려 나갔습니다 뒤따라오는 발자국이 기분 좋았습니다 아버지와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수염까지 달고 나면 서너 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눈으로 빚은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그리움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영등포공원 잔디마당에 눈으로 빚은 그리움이 서 있습니다 강아지 같기도 하고 곰 같기도 한데 빚은 사람의 그리움을 헤아려 봅니다. 눈으로 빚은 그리움은 다음날 햇볕에 사라졌습니다. 다시 눈이 많이 내린 날 세워질 다른 그리움은 아버지와 함께 빚은 눈사람도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용욱(영등포문화원 사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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