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올겨울 생존전략은?
  • 입력날짜 2022-12-13 08:45:15 | 수정날짜 2022-12-13 14: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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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타서 쓰는 것보다는 낫다, 운동도 되고”
▲12월 8일 오전 영등포구 국회대로54길 앞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리어카에 폐지를 싣고 고물상을 향하고 있다. Ⓒ영등포시대
▲12월 8일 오전 영등포구 국회대로54길 앞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리어카에 폐지를 싣고 고물상을 향하고 있다. Ⓒ영등포시대
부유한 사람일수록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가난하게 된다.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다. 빈부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다.

“골목골목을 돌며 수집한 폐지와 고물 등을 싣고 하루에 세 번 적게는 두 번 정도 (고물상에) 간다. 그렇게 해서 손에 쥐는 돈은 만원이 안 될 때가 더 많다. 그래도 이나마 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12월 8일 오전 영등포구 국회대로54길 앞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에게 하루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건강은 괜찮은지를 묻자 경계하는 눈빛으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돌아온 답변이다.

이날 오후 영등포동 주민센터 뒷길에서 만난 또 따른 어르신은 “폐지(값이)가 너무 떨어져서 돈이 안 된다”라면서도 “그래도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용돈을 타서 쓰는 것보다는 낫다. 운동도 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전에는 얼마였고 지금은 얼마인지 폐지값에 관해 묻자 “전에는 폐지(신문지, 책)가 1kg당 120원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60원, 박스는 50원이다. 이전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라며 고개를 돌렸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과의 대화 후 영등포동에 있는 한 고물상(폐지 압축상)을 찾아가 폐지 매입가격 알아본 결과 ▲신문지 1kg당 60원 ▲박스는 50원 ▲고철은 270원으로 나타났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삶이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물상 관계자는 하루에 몇 명이나 폐지를 싣고 이곳에 오는지 등에 대한 물음에는 “우리한테 폐지 등을 팔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하루에 대략 30여 명 정도 된다.

나이는 모두 60세가 넘은 분들이며 남녀 반반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고물상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조금 줄어든 숫자다”라고 덧붙였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폐지 압축상 1kg당 매입 가격은 2022년 1월 149원, 6월 137원, 9월 108원, 10월 103원으로 떨어졌다. 수출가격 역시 2022년 1월 189달러에서 6월 187달러로, 9월 126달러, 10월 109달로 떨어져 폐지를 줍는 어르신과 폐지 업계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영등포구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역 내 폐지 줍는 어르신은 현재 102명(2022년 11월 19일 기준) 남성 40% 여성 60%이며 나이는 65~75세 15명, 75~85세 59명, 85세 이상 29명으로 나타났다.

영등포구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여름에는 ‘시원한 티셔츠, 겨울에는 방한 점퍼와 방한화를 지원하고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여름과 겨울 지원뿐만 아니라 이분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사고, 낙상사고 등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교통안전 교육을 연 1회 시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작년에는 리어카 41대를 지원했다”라고 덧붙였다.

백세시대, 하루 만원 안팎을 손에 쥐기 위해 골목골목을 누비며 폐지를 줍는 홀몸 어르신과 추워지는 겨울이 더 무섭게 느껴질 노약자, 취약계층을 위한 자치단체의 더 좋은 대안과 정책을 기대해 본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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