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이라고 명명된 이 법안의 실체는 ‘침묵 강요법’이다. 언론은 물론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까지 적용된다. 따라서 언론사는 물론 국민에게까지 침묵을 강요하는 또 하나의 ‘공포의 악법’이 탄생한 것이다.
‘허위 조작 정보’의 함정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의 핵심은 허위 및 조작 정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유통시키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럴듯한 취지로 보이지만 이 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무서운 함정이 깔려 있다. 우선 ‘허위 정보’의 개념이다. 이 법에서 ‘허위 정보’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로 규정되고 있다. ‘극히 일부’의 사실에 오류가 있더라도 5배의 징벌적 배상을 물릴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언론사나 유튜버가 유력 정치인의 추악한 비리의 실체를 취재 및 고발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오인이나 경미한 오차가 있을 때도 막대한 금액의 징벌적 배상 청구로 진실 규명을 위축시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조작 정보’ 규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법은 ‘조작 정보’의 개념을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하는 변형된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권력자와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을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인하도록 보도한다는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해진다. 정당한 비판과 견제를 ‘범죄 행위’로 둔갑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함정이다. 허위나 조작의 개념은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모호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으로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비판이다. 플랫폼의 ‘알아서 검열’ 침묵 강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이른바 ‘자체 검열’을 의무화시킨 규정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른바 ‘대규모 정보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허위 및 조작 정보 신고를 받으면 선제적으로 삭제·차단하도록 법규화한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과징금과 소송 위험을 피하고자 신고가 들어오면 단순한 풍자물과 패러디 영상마저 일단 삭제하고 보는, 이른바 ‘과잉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악용해 특정 성향의 단체들이 특정 유튜버를 상대로 무차별 신고와 고발을 남발할 수 있는 구조적 병폐가 초래될 것이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 강행 이 외에도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도 그대로 유지하게 했다. 진실을 말해도 당사자가 불쾌하다고 여기면 처벌받을 수 있는 어이없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이중 처벌’ ‘과잉 처벌’이라는 강력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물불 가리지 않고 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칼럼’까지 검열 대상 이재명 정권의 폭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방송 3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악을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내친김에 ‘언론중재법’까지 손보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일반 기사뿐 아니라 ‘칼럼’까지도 검열 대상으로 추가하고 언론 중재 과정에서 필요시 ‘편집·취재 기록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의 ‘보도지침’을 방불케 하는 언론탄압이란 비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침묵의 도시 ‘홍콩’으로 전락하는가 그야말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공포의 협박이다. 언론에 책임을 묻는 제도는 형법의 명예훼손죄와 민사상 손해배상 말고도 언론중재위, 방송통신심의위, 윤리위원회 등 이미 촘촘하게 구축돼 있다. 두 법안까지 통과되면 언론의 공익적 보도 기능은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다. 그렇다면 숱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렇듯 삼중 사중의 입법 폭주를 일삼는 저의는 무엇일까. 자유 언론의 도시에서 ‘침묵의 도시’로 전락한 홍콩의 추락이 결코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자유 대한민국에 통제와 억압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당협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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