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시간 연장하라” 민변 시민사회 정치권까지!
  • 입력날짜 2012-10-13 06: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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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오전 6시부터 저녁 6시까지인 투표시간을 연장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는 헌법소원과 집회 등을 통해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고 있으며, 야권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장주영)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변은 9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시간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헌법소원에는 총 100명이 청구인으로 참가했다.

민변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 행사시간을 일률적으로 저녁 6시로 한정하여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선거권 행사시간 제한으로 인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였거나 참여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국민 100인의 청구인단은 오늘 투표시간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한 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의 ‘평등권’ 침해와 관련, 민변은 “선거권 행사시간의 제약은 특히 비정규직 등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소규모 자영업자 등 대체자 없이 장시간 근로를 해야 하는 자들에게 더 선거권 행사의 장애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변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주권을 행사할 기회를 지나친 시간제한으로 인해 박탈당하고 있다함으로써, ‘행복추구권’ 역시 침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투표시간이 저녁 6시까지로 된 것은 지난 1971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이래 지속된 것이다. 이 같은 투표시간 제한은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서도 지나치다는 것이 민변의 주장이다.

현재, 영국과 이탈리아는 밤 10시까지이고, 캐나다는 저녁 8시 30분까지, 러시아와 스웨덴, 일본은 저녁 8시까지, 미국 뉴욕 등 대부분의 주도 저녁 7시 ~ 밤 9시까지 투표시간이 보장되어 있다.

우리나라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된 것과 관련해 민변은 “선거권자 개인의 정치적 불신이나 무관심 때문이 아니다”며 “선거권 행사시간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선거권을 포기하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국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선 투표율은 지난 1997년 15대 대선부터 2007년 대선까지 차례로 80% → 70% → 63%로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9일 광주시선관위 앞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광주전남시민행동 출정’ 기자회견을 열어 밤 10시까지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서명운동, 온라인 행동 등을 예고했다.

경제민주화 2030연대는 지난 9월 26일부터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단체는 108배 퍼포먼스와 온라인 촛불집회, 페이스북 담벼락 샤우팅 등도 펼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는 투표시간 연장 촉구 촛불문화제와 10만인 서명운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포털 다음의 아고라와 카페에서도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청원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야권의 공세도 거세다.

민주통합당은 9일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말로만 소통을 외칠 것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조속한 입장을 밝히고,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도 10일 대변인 논평에서 “박근혜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밝혀야 한다”며 “박 후보가 국민 참정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갈증을 외면하고, 오직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유불리만 따진다면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도의회의 야권 의원들도 지난 5일 ‘투표시간 연장’ 결의안을 발의했다. 한편, 투표시간 2시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달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었으나 새누리당에서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다음은 민변의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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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2007년 12월 19일에 실시된 17대 대선의 최종투표율은 63.0%, 제18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은 46%로 역대 최저치였다. 이러한 낮은 투표율은 국민의 정치참여와 정치권력의 정당성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선거권 행사시간을 일률적으로 저녁 6시까지로 한정한 공직선거법의 법률조항은 1971년 이래 41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 사이, 사회 구조는 변화하였다. 비정규직이 빠르게 증가하였고 자영업자가 늘어났으며, 직장인들의 업무시간은 길어졌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의 기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개인적인 일 또는 출근 등으로’ 36.6%에 달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지방선거의 경우 ‘바빠서 투표를 못 했다’는 응답이 55.8%였다. 중앙선관위의 의뢰로 한국정치학회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협조해 2011년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 중 64.1%가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응답하였다.

즉, 오늘날 투표율 하락은 선거권자 개인의 정치적 불신이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선거권 행사시간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선거권을 포기하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국민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이다.

이에, 선거권 행사시간 제한으로 인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였거나 참여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국민 100인의 청구인단은 오늘 투표시간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한 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

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 행사시간을 일률적으로 저녁 6시로 한정하여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선거권은 헌법재판소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도 해당하는 바, 이 법률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침해한다(헌법재판소 1994. 7. 29. 결정 93헌가4 등 참조). 그리고 선거권 행사시간의 제약은 특히 비정규직 등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소규모 자영업자 등 대체자 없이 장시간 근로를 해야 하는 자들에게 더 선거권 행사의 장애로 다가오는 바, ‘평등권’도 제한하고 있다. 또 선거를 통해 국민의 주권을 행사할 기회를 지나친 시간제한으로 인해 박탈당함으로써, ‘행복추구권’ 역시 침해되고 있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의 선거권 행사시간은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다. 영국은 오후 10시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오후 8시, 버지니아주는 오후 7시, 이탈리아는 오후 10시, 일본은 오후 8시, 캐나다는 오후 8시 30분으로, 많은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보다 투표시간을 길게 정하여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노동시간이 연 2000시간을 넘는, 장시간 노동국임을 감안하면 현행 공직선거법의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투표시간 연장의 비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투표시간을 2시간 정도 연장함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주장에 따를 경우) 100억원(국회 예산처의 주장에 따를 경우 31억 원)의 적은 비용만이 소요된다. 최근 도입된 재외국민 투표의 소요 비용은 530억원, 원양업에 종사하는 약 16만 명의 선원들을 위해 올해 18대 대통령 선거에 도입한 선상투표의 비용은 20억원 정도이다. 단순히 비교해 보아도, 이 정도의 비용 증가를 이유로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 반대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의 참정권 보장이 약간의 비용 절감이나 행정 편의보다 중대한 공익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는 제도의 하나로서,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본적인 요소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로 대표자를 선출하고 자신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시키는 바, 선거제도를 통한 국민들의 정치참여는 민주정치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40여 년 전의 규정을 고집하여 국민의 기본권 침해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실질적 민주주의와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에 100인의 청구인단을 대리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는 바이다.

2012년 10월 0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인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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