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명에 달하는 경제학자들의 연구 성과들을 한 곳에 모아 더 나은 대안 경제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참고할 만한 역사적 경험들을 공유하고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이 출간됐다.
주류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단순이론을 넘어서는 제3의 경제학 이 책은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의 기본 체계를 세우는 동시에 세계화 시대 민주적 자본주의의 변화까지 살피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다. 주로 유럽 자본주의의 사회경제 민주화를 대상으로 삼은 이번 연구는 2년차로 예정된 전체 연구 중에서 1차 연도 성과로 발간되었다. 이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열세 명의 연구자들이 일차적으로 고민한 내용은 주류경제학이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구별되는 이 제3의,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이란 어떤 모양새를 갖는 것일까에 대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주류 시장경제학과 ‘자본론’으로 대표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자본주의 변호론과 그것의 혁명적 비판론이라는 대척점에 있으나 단순이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는 데 견해를 같이한다. 각기 완전경쟁균형과 ‘투명한 공산주의’라는 낭만적 유토피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두 이론은 마찬가지로 단순하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위와 같이 자유시장주의 경제학과 마르크스의 비판경제학이라는 좌우 양극단의 단순이론을 넘어서는 길을 추구한다.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현대 제도주의 경제학의 이론적 실천 속에서 축적된 풍부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역사적 시스템으로서 민주적 자본주의를 분석의 기초 범주로 설정한다. 이는 알고 보면, 시장경제학에도 ‘자본론’에도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 위에서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이 역사적 시스템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간에 어떻게 화해와 불화 또는 민주화 전진과 탈민주화(de-democratization) 후퇴의 이중운동을 보이는지, 또 어떤 복잡다단한 시간적 가변성과 공간적 다양성을 보이는지를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은 크게 다음의 아홉 가지 범주로 그 특징을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은 민주적·사회적 통제와 조절을 통해, 무엇보다 이해당사자들의 공평한 참여와 숙의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가 빚어내는 필연적인 갈등과 불안정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한다. 둘째, 시장자본주의의 계급적·계층적 지배와 불평등에 대항해 자유, 평등, 정의, 연대를 형식적인 것에서 실질적인 것으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셋째,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국가주의적인, 나아가 ‘국가 독점적인 민주화’ 경제학과도 다르며 그것보다 우월하다. 넷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단순한 이분법을 거부한다. 따라서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이란 이미 ‘불순한 자본주의’를 민주적으로 불순한 길로 이끌려고 하는 것이다. 다섯째,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갈등과 불안정,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자본주의가 어떻게 민주적·사회적으로 조절될 수 있는가, 일관성과 규칙성을 가진 하나의 성장체제로서 작동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실현 가능하게 하는 원리와 제도적 조정 기제, 성장체제의 논리, 그 바탕에 있는 사회적 권력과 계급관계의 구도란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에 우선적인 관심을 갖는다. 여섯째, 하나의 역사적 시스템으로서 민주적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다양한 형태의 혼성적 타협물이다. 그리하여 성장이 자기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진보의 목표와 부합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체제의 길을 추구한다. 곱째,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은 한마디로 민주적 실험주의 경제학이다. 여덟째, 민주적 자본주의의 형태는 역사적으로나 미래의 대안 형태에서나 시간적으로 가변적이며, 공간적으로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아홉째,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타협물로서 민주적 자본주의를 하나의 역사적 시스템으로 파악한다. 이상의 특징과 차별점을 갖는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자본주의의 계급적·사회적 지배와 민주적 평등의 원리 간의 타협과 공생을 통해, 그리고 민주주의와 조정자본주의의 결합 발전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본권력의 특권적 소유권과 통제권에 민주적 제약을 가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고자 한다. 그러나 민주적 자본주의는 근본적 딜레마를 갖고 있다. 그 동학은 민주화 진전과 탈민주화 후퇴의 이중운동으로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이는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의 이론적 딜레마일뿐더러 민주적 자본주의 자체의 현실적 딜레마이기도 하다.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은 이 딜레마를 안은 채 자본주의의 민주화 실험 학습과 ‘잠정적인 리얼 유토피아’를 추구한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소유·통제·축적, 시장·계획, 공유·협력, 연대·협동 등 사회경제 민주주의 경제학의 초석에 해당하는 핵심 주제들을 이론과 경험 양 측면에서 서술한다. 2부는 기업집단, 노동자의 경영 참여, 금융·재정·복지 등 주요 분야별로 어떻게 사회경제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는지 자본주의의 제도를 비교·분석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3부는 유연안정성 모델(덴마크), 뉴딜 개혁(미국), 워싱턴 컨센서스(개도국, 중진국) 등,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시야를 확장하는 몇 가지 선구적인 중점 연구를 담고 있다.
오경희 기자 |
포토뉴스
HOT 많이 본 뉴스
칼럼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