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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의 깨어진 두개골을 본 순간, 저는 분노로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누가 장준하를 죽였습니까! 왜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까?"
지난 21일 인천 대공원 백범동상 앞에서 거행된 김구선생 암살범 안두희 정의봉 처단 16주기 기념식에서 만난 박기서 선생은 장준하 선생 죽음의 가해자가 뻔한데도 왜 의문사가 되어야 하느냐며 분노의 말을 토해냈다.
박 선생은 1996년 10월 23일, 민족의 사표 백범 김구 주석을 암살한 안두희를 '정의봉'이라는 이름의 방망이로 처단한 인물이다. 박기서 선생은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는 당당한 태도로 안두희 응징후 자수해서 2년 동안 옥살이를 하다 3.1절 특사로 사면되었다. 이와 반해 1949년 백범을 암살한 안두희는 겨우 3개월을 복역한 후 이승만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온갖 이권사업에 개입하여 재물을 취해 말년까지 부유한 삶을 살았다. 백범을 추모하고 그의 뜻을
1996년 의거 당시의 한겨레 신문 기사 이미지 캡쳐. 당시 박 선생의 의거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박 선생은 계속해서 "요즘 세상을 보면 통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죄악입니다. 살인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사회의 어떤 계층은 그 살인자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심지어 그 향수 때문에 그 딸을 대통령으로 추대한다고 합니다. 서울 어디에 가면 박정희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책한권 없는 박정희 기념관도 있습니다."
"어떤 정상적인 나라가 살인자의 기념관을 만듭니까? 마음같아서는 그 곳을 살인의 추억에 동의할 수 없는 국민의 이름으로 철거 소송이라도 걸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살인 독재자의 멱살을 붙잡고 일본군 장교였던 당신은 왜 광복군 장준하 선생을 죽였는가! 왜 그렇게 많은 죄없는 이들을 죽였는가?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당신은 지금 천국에 있는가 지옥에 있는가? 물어보고 싶습니다."
21일 백범광장에서 안두희 처단 16주기 기념식이 있었다 ⓒ 백은종
하지만 박기서 선생은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라고 말했다. 또한 박기서 선생은 '정의봉 나누기 운동'의 취지를 묻자 "여러 언론들을 통해 장준하 선생님의 부인 김희숙 여사님과 그 아드님들이 정의봉을 든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비록 살인의 추억과 독재의 망령에 최면에 들린 듯한 사람들이 있고, 아직 정의는 어두운 새벽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은 정의봉으로 악인을 처단하였듯 정의는 악을 깨치고 반드시 밝은 날들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면서, "절망속에서도 정의를 염원하는 그 뜻을 죽는 날까지 꺾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토로했다
백은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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